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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구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 : "선배님, 빨리 3자 회동에 좀 나오시지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 "그건 우리가 가장 적극적인데, 무슨 말씀?"

 

9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 앞에서는 다소 어색한 풍경이 벌어졌다. 정범구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이 3자 회동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비판하고 회견장을 나서는 순간,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마주쳤다. 

 

정 본부장은 "3자 회동에 빨리 나오라"고 웃으며 권 후보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에 권 후보는 "우리야 말로 (3자 회동에) 가장 적극적"이라며 말을 받았다. 양쪽은 접점이 없는 다른 말을 주고받은 채 금방 어색하게 돌아섰다.

 

반부패를 매개한 이른바 '3자 회동'의 성사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3자 회동의 주체인 대통합민주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은 서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사실 이들 세 정당은 명칭은 다르지만 성격이 비슷한 모임을 서로 제안했다. 지난 4일 민주노동당은 '삼성비자금 및 떡값로비 진실규명을 위한 대선후보 연석회의'를, 5일엔 민주신당이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 6일엔 창조한국당이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사실로 굳어지고,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어쨌든 개혁을 이야기하는 후보들이 모여보자는 것이었다. 세 정당은 7일 오전 비공개 예비모임을 열 예정이었지만 민주노동당의 불참으로 전격 취소됐다. 

 

권영길 "정동영이 삼성 문제 해결하려는 진정성을 보여달라"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은 왜 3자 회담을 거부하고 있을까.

 

애초 민주노동당은 3자 회동 불참을 선언하며 "지금 상황에서 3자 회담을 해봤자 후보단일화 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후보단일화에 관심이 없는 만큼, 삼성 비자금 의혹 문제 해결을 위한 '원포인트 회동'에만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도 9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다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신당이 삼성 사건 해결을 위한 특검을 실시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즉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은 3자 회동 불참 이유로 민주신당의 불명확한 태도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 달리 민주노동당의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 민주노동당 한 인사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 세 정당 후보가 모이면 가장 큰 선전 효과를 보는 건 정동영 후보다. 마치 정 후보가 문국현, 권영길 후보를 통 크게 불러 모은 것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진다. 민주노동당이 민주신당의 '쇼'에 말리며 들러리 설 이유는 없지 않나."

 

즉 민주노동당이 현 상황에서 3자 회동 해봤자 이득을 볼 게 없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신당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특검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민주신당 의견에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대변인도 "삼성비자금 문제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민주노동당의 노력이 여당측의 비협조로 무산되었다"며 "삼성 문제 원포인트 회담을 위해 정동영 후보의 진정성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그 여하에 따라 회담 성사는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 쪽은 현재 이런 민주노동당의 태도가 3자 회담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 후보 쪽의 정범구 선대본부장은 "우리 창조한국당도 3자 회동에서 후보단일화 논의는 불가하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서로 원칙이 같고, 민주신당 쪽도 특검 도입에 긍정적인 견해인데 왜 모임에 불참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해결에 민주노동당이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오늘(9일) 안으로 민주노동당이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100만 민중대회'에 집중

 

현재 세 정당은 3자 회동 성사 가능성을 타진하는 비공개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계속 정동영 민주신당 후보쪽의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3자 회동보다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100만 민중대회'에 신경을 모으고 있다.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100만 민중대회 성사를 주장해왔다. 뿐만 아니라 권 후보는 18일 동안 진행한 '만인보'에서도 계속 "한미FTA를 저지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꼭 100만 민중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권 후보는 100만 민중대회를 기점으로 지지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권 후보가 11일 행사에 직접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0만 민중대회', 'NLL 사수 국민대회' 등 선거 주요 이슈와 관련 대규모 군중집회에 정당 대표자나 입후보 예정자가 참석해 축사 등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반발하고 있으나, 권 후보가 행사 당일 연설을 강행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태그:#권영길, #문국현,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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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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