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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도 벌써 36일이 됐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길게 농성하고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지금까지 함께 싸우고 있는 19명의 동료 조합원들과 인천지역노조 간부들,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농성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쫓겨난 일자리로 반드시 다시 돌아갈 때까지 투쟁은 계속 할 거예요. 동료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만난 인천광역시 부평구청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김미자(40)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 9월 30일자로 해고됐다.

2001년 8월부터 구청 세무과에서 근무해왔던 김씨는 남편이 사업을 하다 일이 잘 안 풀려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해고를 당했다.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김씨의 남편은 결국 사업을 접고 지난 10월 1일부터 직장에 다니고 있다.

 

구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받는 임금은 한 달을 꽉 채워 일해야 60만~70만원, 연휴가 낀 달은 50만원 정도밖에 안 됐지만 큰아들이 몸이 아픈 상황이라 집에서 가깝고 출퇴근 시간이 정확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면서 일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해고된 노동자 중 19명은 해고 이후 지금까지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구청장실 앞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부평구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논 상태이며, 부평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노무사를 고용한 상태다.

 

이번 부평구청의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는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 대해 무기계약(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안과도 상충되고 있어 안팎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청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김씨를 비롯해 대다수가 기혼여성으로 이뤄진 19명의 비정규직들이 투쟁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길게는 15년 동안 다닌 구청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억울함과 함께 구청의 바로 이런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해고 예고통지서를 받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해고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구청에 돌고 있을 때 직원들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설마 자르겠냐고 얘기했지만 결국 해고가 된 거죠. 물론 우리 과는 예고통지서가 날라 오기 하루 전 과장이 비정규직을 모아놓고 점심을 다 먹고 나서 말해주긴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모두 밥이 얹었어요. 6년이나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해고라니 억울했죠.

 

그래서 같은 과 동료들과 지난해 민주노동당이 구청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할 때 받아뒀던 명함을 보고 찾아가 상담을 받았고, 인천지역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돼 지금까지 농성하며 싸워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억울함에 항의하는 우리에게 돌아온 구청의 대답은 ‘우리가 하는 일이 원래 필요 없는 일인데 정 때문에 썼다’ ‘이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이었죠. 우리가 수년간 해오던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누군가가 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구청의 모습에 정말 화가 났습니다”

 

김씨는 집에서 응원해주는 식구들과 농성을 하고 있을 때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함께 일했던 공무원들, 투쟁을 지지해주고 있는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농성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에도 참가하면서 구청보다 더 어려운 현장에서 투쟁하는 비정규직들을 보며 비정규직의 현실을 느끼고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됐다.

 

“11월 말에 부당해고에 대한 지방노동위의 판정이 있습니다. 이길 거라고 확신해요. 혹여라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고용보장이 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기로 했습니다. 반드시 이겨서 일자리로 되돌아 갈 거예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비정규직, #공공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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