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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나 어제(26일) 조카딸이 준 봉투 열어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가슴이 뭉클해졌어. 왜 그렇게 많이 넣어다니?”

“언니는 뭘 많이 넣어. 그 애가 이모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아이들 영양제 사왔다고 고마워해.”

“그 애 시댁에 간다고 해서 전화 못했는데 네가 대신 고맙다는 말 전해줘라. 나도 나중에 전화할게. 넌 딸이 있어서 정말 좋겠다.”

 

아들만 둘이 있는 언니가  딸이 있는 나를 늘 부러워 하더니 또 다시 그런 마음이 들었나보다.

 

26일 천안에 사는 언니가 왔다 갔다. 돌아가는 언니에게 딸아이가 차비하라면서 5만원을 넣어주었다. 그 애가 5만원을 넣을 때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말했다.

 

“너 요즘 돈 쓸 때 많잖아. 3원만 넣어도 돼.”

“아니야 내가 이모한테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이럴 때 얼마 안 되지만 용돈이라도 드려야지. 그리고 아이들 비타민도 사왔잖아.”

 

 

얼마 전 내 클루코사민과 눈 비타민제를 사올 때의 일이었다. 내 클루코사민을 내놓으면서 “엄마 며칠 있다가 이모 만나기로 했다며. 이것은 이모거야”하며 건강보조식품이든 봉투 두 개를 내놓는다. 제 이모 것도 함께 사온 것이었다.

 

그때 나도 생각지 않던 일이라 조금은 놀랐었다. 이번에 왔을 때 “이거 조카딸이 사온거야. 평소 언니가 퇴폐성관절염이라고 했더니 제 깐에는 마음이 쓰였나 봐”하며 언니에게 건네주었다.

 

언니는 “어머 얘 난 딸이 없어서 조카딸한테 이런 거 받으니깐 감동이다 감동이야”하며 얼른 가방에 집어넣는다. 혹시 돌아갈 때 빠뜨릴지도 모른다면서.

 

언니는 딸아이 집에 들어갈 때 이사하고 처음 들리는 건데 빈손으로 들어갔다면서 그게 또 미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딸아이 집들이 할 때 언니네 대표로 조카가 왔었다. 딸아이 집구경을 하면서 언니는 "네 엄마집보다 니네집이 더 좋다"라고 했다. 같은 구조의 같은 평수이지만 조카가 대견해서 더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언니한테 자고 가라고 했지만 저녁 무렵 일어섰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작은 조카아이가 첫 출근이라 준비해 줄 것이 많다고 했다.

 

딸아이와 나는 지하철역까지 배웅을 나갔다. 지하철 표를 끊고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는 언니에게 딸아이는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이모 이거 얼마 안 돼요. 차비나 하세요”하면서. 언니는 한사코 안 받는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한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농담같이 “언니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니깐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 그리고 확인해봐 얼마 들었는지”했다.

 

딸아이는 억지로 제 이모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언니 그거 빠져 나가겠다. 잘 집어넣어.”

“그래 조카야 고맙다 잘 쓸게.”

 

우린 언니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언니 조심해서 가.” “이모 건강하세요.” 언니가 손을 흔들며 계단으로 내려갔다. 우리도 손을 흔들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얘 지하철 왕복요금이 8000원 밖에 안 들었는데 그렇게 많이 받았다. 다음부터는 정 섭섭하면 10000원이나 20000원만 주면 된다고 해.”

“그래 알았어. 다음에 또 만나.”

 

난 형제가 많지 않다. 위로 언니, 아래로 남동생 한명이 있을 뿐이다. 딸아이는 이모 뿐 아니라 제 삼촌에게도 마음을 많이 써준다.

 

그런 나의 형제들에게 결혼한 딸아이가 일일이 마음 써주는 것이 정말 고마웠다. 두 아이의 육아와 살림 살기도 바쁠 텐데. 그리고 시댁 챙기기에도 정신이 없을 딸아이. 그런 딸아이가 제 이모와 주고 받은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조카딸과 이모의 정이 마음으로 전달된 것이다.


태그:#조카에게 받은 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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