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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25일자 2면.
▲ 지역신문 창간기념호에 실린 '댄 길모어' 인터뷰. <새전북신문>25일자 2면.
ⓒ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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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들이 맞는 창간기념일은 유난히 요란스럽다. 중앙이건 지방이건 언론사들은 창간기념일만 다가오면 평소와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긴장감이 감돈다. 창간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강박관념은 더욱 팽배해진다. 뭔가 색다른 기사와 광고를 찾기 위해서다.

색다른 인터뷰, 특이한 여론조사 등을 일찌감치 기획하여 두터운 지면에 울긋불긋한 창간기념호를 발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각 신문마다 창간기념호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평소보다 페이지 수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기사도 기사지만 평소보다 많아진 창간광고는 지면을 늘리는데 톡톡히 한몫한다. 오랜 습성과 관념은 참으로 무섭다. 그래서 창간 전후만 되면 언론사 종사자들의 부담은 자연 커지게 마련이다. 직위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다.

사이버상에서 댄 길모어를 잡아라?

댄 길모어 블로그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 댄 길모어 블로그 홈 페이지 댄 길모어 블로그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 Dan Gill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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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창간기념일(10월 25일)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평소 시민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은 내게 떨어진 특명(?)은 황당했다. '풀뿌리 미디어(Grassroots Media)' 운동가로 유명한 미국의 댄 길모어(Dan Gillmor)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시도해 창간호에 소개하자는 것이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국내 지역 신문들이 지향해 나아가야 할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저널리즘으로 각광받는 풀뿌리 시민저널리즘의 대안적 전망을 들어보자는 것이다. 취지는 그럴싸하지만 면대면 접촉이 아닌 사이버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성사될지가 문제다.

국내에도 몇 차례 다녀갔지만 '시민기자의 살아있는 전설'로 부를 만큼 유명해진 그를 사이버상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지, 강박관념이 한동안 머리를 짓눌렀다. 다행히 그의 블로그(http://dangillmor.typepad.com)를 통해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그와 인터뷰하기 위해 이메일(grassroots@gillmor.com)을 통한 첫 시도는 지난 10월 11일 이뤄졌다.

그와 같이 일하는 직원(Jacqueline Lewis)에게도 물론 협조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다음날 곧바로 댄 길모어로부터 답이 왔다. 너무 짧은 답에 실망했지만 "일주일 후에 답변을 정리해 보내주겠다"는 내용에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역시 시민언론 운동가답다는 생각과 함께 어느덧 머릿속에서는 창간호 레이아웃이 그려졌다.

이메일 인터뷰 친절한 답변에 '감동'

지난 11일 첫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다.
▲ Dear Dan Gillmor... 지난 11일 첫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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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간기념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답변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혹시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온통 그의 블로그와 이메일에 신경이 곤두섰다.

일주일째인 18일에도 연락이 오지 않아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급한 마음에 전화 인터뷰를 시도해봤지만 부재중이었다. 토론토에 출타 중이라는 회신에 실망과 불안은 더해만 갔다.

재차 인터뷰 질의서를 다른 이메일(dan@gillmor.com)로 보내 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무산되는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그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21일(일요일) 새벽에야 그의 답변이 도착했다. 아주 상세하고도 솔직한 답변에 놀랐다.
 
다음주에 답을 해주기로 약속한 댄 길모어의 이메일 답신.
▲ 답이 왔으나... 다음주에 답을 해주기로 약속한 댄 길모어의 이메일 답신.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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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에 한동안 애가 탔으나 친절한 그의 답변에 금세 감동하고 말았다.

고맙다는 전화통화에서도 그는 "직접 만날 순 없지만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얼마든지 대화하자"며 역시 대화를 강조했다. 풀뿌리 시민저널리즘과 대화형 저널리즘을 주장해 온 그와의 사이버 인터뷰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저널리즘에서도 결국 기술이 승리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대로 인터넷, 사이버 공간은 분명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적 수단임을 실감했다.

그러나 그의 답변 중에는 많은 무거운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의 주장이 우리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다음은 댄 길모어와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모두 9개 문항에 이르는 질문에 그는 200자 원고지 20매 분량의 답을 보내왔다. 다음은 인터뷰 질의와 답변내용을 순서대로 가감 없이 정리한 것이다.

댄 길모어는 인터뷰 질의서를 보낸지 10일만인 21일, 상세한 답변을 이메일로 전해주었다.
▲ 드디어 답변이... 댄 길모어는 인터뷰 질의서를 보낸지 10일만인 21일, 상세한 답변을 이메일로 전해주었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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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우리가 미디어 :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풀뿌리 저널리즘(We the Media: grassroots journalism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란 책에서 시민기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배경과 그동안 추구한 풀뿌리 저널리즘 운동의 성과에 대해 듣고 싶다.
"내가 칼럼니스트로서 터득하게 된 것 가운데 하나는 독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해법은 항상 독자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중 블로그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일간신문 기자생활을 하면서 운영해 왔던 블로그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접하게 됐고, 새로운 사실들도 그 안에서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시민저널리즘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비록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비영리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함으로써 저널리즘 영역을 넓히는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몇몇 프로젝트는 시민 미디어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욱 이해시킬 것인지에 목적을 두고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시민들에게 저널리즘을 이해시키고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민저널리즘 지탱할 수 있는 사업모델 중요... 오마이뉴스 주목"

- 25년 동안 기자생활을 해오다 독자적으로 '풀뿌리 미디어(Grassroots Media)'를 운영하면서 시민저널리즘 운동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풀뿌리저널리즘을 통해 특별히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솔직히 나의 관심이 시민기자와 시민저널리즘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다른 어떤 더 나은 저널리즘에 몰두할 수 없었다. 시민저널리즘은 전통언론처럼 많은 분야의 개선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특히, 시민저널리즘이 지탱할 수 있는 사업모델은 매우 중요하다. 시민저널리즘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돕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단계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콘텐츠 확보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신뢰성은 기존 전통언론과는 분명 차별화된, 시민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 최근 한국에 와서도 시민기자제도의 중요성을 얘기한 적이 있다. 미국과 한국의 시민저널리즘의 토양은 다르리라 생각되는데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지, 그리고 한국의 시민저널리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언론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기자제도를 운영하는 <오마이뉴스>를 눈여겨 보아왔다. 때문에 다른 언론사들의 시스템을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시민저널리즘 양태를 비교한다면 기술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매우 다양한 조건들이 한국에는 갖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시민저널리즘의 발전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보라.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은 계속 뒤로 처지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급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에서 하나의 거대한 현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블로깅은 한국에서는 이미 다른 형태의 온라인 음성을 유행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시민미디어가 완전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의 지역언론은 중앙언론, 즉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문이나 방송에 의해 종속되거나 판매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역신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지역신문의 활성화 방안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시민미디어는 이제 언론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해내지 못하는 언론이나 그에 소속된 언론인들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경종을 울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역신문들은 독자들에게 더 한발 다가서야 한다. 전국지들보다 더 낳아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지역사회,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하는 것만이 지역민들에게 격려받을 수 있고 지역신문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바로 그들 스스로의 언론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전국지가 되지 못하려거든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할 분야는 시민미디어다."

- 대화형 저널리즘을 강조해 왔는데, 구체적으로 대화형 저널리즘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저널리즘이 이제는 강의, 훈계식에서 대화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언론인들은 대중의 소리에 더 귀 기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취재에 필요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할 수 있고 더 많은 독자와 시청자까지 그러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비판을 환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동시에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 할 것이다. 이제 시민들에게 선택권이 쥐어진다면 전통미디어 대신 새로운 방법, 즉 새로운 형태의 대화가 가능한 미디어를 선택할 것이다. 특히 상호교환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제휴와 협력은 미래의 새로운 미디어 주역이 될 것이다."

"시민기자들, 정확성· 공정성· 독립성· 투명성으로 재무장 해야"

- 만약 한국에서 시민저널리즘을 확산시키기 위한 운동을 펼친다면 어떤 방향에 가장 중점을 둘 것인지 궁금하다.
"비단 한국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그에 대한 첫 번째 답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시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들을 격려해야 한다. 두 번째 역시 전술한 대로 전통미디어 조직(편제)에 독자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민들에게 그들 자신의 미디어를 만들도록함으로써 의제생산과 공유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시민들도 기자로서의 어떤 목적이나 효과를 누리도록 하고 명예로운 행위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참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미래의 신문시장과 저널리즘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또 전통 매체들이 이에 대비해야 할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만약 언론계에 입문하려는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이해하는 것보다 위험한 상황을 수행해내는 판단과 유연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겠다. 위압적인 미디어조직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변화해야 한다. 언론인들은 이제 새로운 교육과 철저한 윤리를 토대로 재무장해야 할 때이다.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도태하기 딱 알맞은 상황이다."

결국 저널리즘에서도 기술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정보의 홍수시대에 기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는 인간과 기술, 유행과 명성이 혼재된 정보를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것은 매우 복잡할 문제일 수 있으나, 아마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에게 스스로 가장 유용한 정보를 먼저 찾아낼 때, 더 낳은 저널리즘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 끝으로 한국의 시민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 정확성, 철저성, 공정성, 독립성, 그리고 투명성을 기한다면 차별적인 저널리즘을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원칙은 다른 언론인들과 시민들에게도 전파되거나 쉽게 이해되어질 것으로 믿는다. 시민기자들이 이러한 토대 위에서 발전해 나갈 때 기성 언론사와 언론인들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

댄 길모어는 누구인가?
댄 길모어가 21일 이메일로 보내온 자신의 사진
▲ 댄 길모어 댄 길모어가 21일 이메일로 보내온 자신의 사진
ⓒ Dan Gill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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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길모어(Dan Gillmor)는 1981년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Detroit Free Press)>의 기자로 언론계에 첫 발을 내디딘 뒤 25년 동안 현장을 누빈 베테랑 저널리스트이다.

1994년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합류한 댄 길모어는 10년 동안 IT 전문 칼럼니스트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는 또 주류 언론의 저널리스트로선 보기 드물게 초창기부터 블로그(dangillmor.typepad.com)를 운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블로그는 IT 관련 소식에 목말라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댄 길모어는 풀뿌리 저널리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풀뿌리 미디어(Grassroots Media)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댄 길모어가 2004년 출간한 <우리가 미디어(We the Media)>는 25년 동안의 기자 생활 동안 가슴 속에서 키워왔던 ‘풀뿌리 저널리즘’에 대한 꿈과 비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20세기형 미디어 구조에서 풀뿌리 저널리즘으로의 변화'를 다루었다.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은 바로 '강의식 저널리즘에서 대화형 저널리즘으로의 변신'이다. 댄 길모어는 아예 "일방적 강의식 저널리즘(journalism as a lecture)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개념은 '대화로서의 저널리즘(journalism as a conversation)'이다. 댄 길모어는 "그 동안 거대 미디어들은 일방적 강의 형식으로 뉴스를 전달해 왔다"고 비판한다. "내가 뉴스가 무엇인지 얘기해 줄 테니, 당신들은 사든 말든 알아서 해라. 너도 글을 써라. 하지만 게재 여부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21세기의 저널리즘 모형은 양방향적인 대화나 세미나에 가까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를 가로막고 있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뉴스 생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변화의 밑바탕에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태그:#댄 길모어, #블로거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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