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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 중인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시즌3, 프로그램 소개.
▲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현재 방영 중인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시즌3, 프로그램 소개.
ⓒ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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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의 주말 저녁을 책임져 온 예능 프로그램의 한 유형이 사라졌다. '짝짓기 프로그램' 얘기다.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펼치는 경쟁으로 이뤄지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지난 몇 년 간 공중파 방송 3사에서 앞다퉈 편성한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이처럼 한때는 잘 나갔던 짝짓기 프로그램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채널을 좀 더 돌려 케이블 방송으로 건너뛰면 사뭇 달라진 모습의 짝짓기 프로그램과 재회할 수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쫓겨나 케이블 방송에 새 둥지를 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형식으로는 공중파 방송에서 더 이상 안 팔렸기 때문.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청자들이 외면한 까닭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케이블 방송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과 맥을 같이 한다.

'진정성' 잃은 짝짓기에 시청자들 외면

짝짓기 프로그램의 매력은 단연 남성과 여성이 맺어지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조마조마함'이었다. 시청자들은 MBC의 <목표 달성 토요일> '애정만세'에서 김동완·성시경·이성진·이지훈 중 '꽃님이(김꽃님)'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KBS의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에서 엇갈리는 이지훈·김빈우 커플은 어떻게 될 것인지, 함께 마음을 졸이는 것이다.

비록 방송이라곤 하지만, 때론 아쉬워하고 때론 기뻐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일정 부분 진심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출연했던 일반인이 연예인으로 데뷔하거나 신인 연예인이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모습으로 비치면서, 짝짓기 프로그램은 연예인 등용문이 돼 버렸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출연자들의 모습이 '뜨기 위한 몸부림'인지 실제 감정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2004년 10월16일부터 2006년10월21일까지 방영된 SBS의 <실제상황! 토요일> '리얼로망스 연애편지'의 한 장면.
▲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2004년 10월16일부터 2006년10월21일까지 방영된 SBS의 <실제상황! 토요일> '리얼로망스 연애편지'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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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진 MBC의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SBS의 <일요일이 좋다> 'X맨'에서도 수시로 변하는 연예인들의 마음에 '기어이 그와' 짝이 돼야 하는 이유는 금세 무색해졌다.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으면 "매주 변한다"고 답할 듯한 모양새였으니.

결국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펼치는 구애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된 것이다.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정작 짝짓기의 당위성이 무색해진 셈이다. 그러니 시청자들 역시 그들이 '커플'이 되건 '폭탄'이 되건 관심을 둘 이유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짝짓기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장기자랑 등 볼거리로 연명했지만 이미 진부할 대로 진부해진 터. 마침내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던 짝짓기 프로그램은 올 초 SBS의 <실제상황! 토요일> '선택남녀'가 종영한 데 이어 KBS의 <해피선데이> '여걸식스'가 개편을 하면서 공중파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완전 사랑합니다, '돈'을!"

그렇다면, 케이블 방송이 공중파 방송에서도 버림받은 짝짓기 프로그램을 차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상대적으로 공중파 방송보다 규제가 덜한 케이블 방송의 환경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케이블 방송에선 짝짓기의 당위성부터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꼭 그와' 맺어져야 하는 이유로 '근거 불충분'한 '사랑 타령' 외에 '근거 충분'한 '돈'이 들어간 것이다. 돈과 사람의 감정을 맞바꿀 수 있는 콘셉트가 공중파 방송에선 가당키나 했을까. 이는 당연히 케이블 방송에서였기에 가능한 '게임'.

지난 8월 종영한 XTM의 <러브 인 몰디브>, 프로그램 소개.
▲ 러브 인 몰디브 지난 8월 종영한 XTM의 <러브 인 몰디브>, 프로그램 소개.
ⓒ X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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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케이블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돈이냐 그냐를 택하라'는 식이거나, 아니면 아예 대놓고 '돈을 얻기 위해선 그의 선택을 받아라'는 식이다. 현재 방영 중인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캐팅> 시즌3, 시즌2를 준비 중인 tvN의 <러브룰렛 연상연하>의 시즌1, 지난 8월 종영한 XTM의 <러브 인 몰디브> 등이 그렇다.

그러니 케이블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에선 굳이 "완전 사랑합니다"라는 눈에 보이는 거짓말 따윈 하지도 않아도 된다. 혹시 "완전 사랑합니다, '돈'을"이라면 모를까.

실제로 출연자들은 그 대신 돈을 택하기도 하고 돈을 얻고자 그에게 필사적으로 구애를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그와 돈 중 무엇을 택할까', '누가 과연 돈을 거머쥘까'로 이어진다.

더불어 짝짓기 프로그램은 한결 '발칙'해졌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일이 케이블에서는 '케이블의 법에 따라'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캐팅>(시즌3)은 기본적으로 소위 킹카·퀸카라는 출연자가 상대 출연자의 외모를 조목조목 평가한다.

출연자들의 발언과 행동도 거침이 없다. 출연자들은 욕도 서슴지 않는데, '삐~' 소리로 처리할 뿐 대체로 여과 없이 방송된다. 킹카가 도전자에게 "신발이 강북 같아요"라고 막말을 하거나 탈락된 도전자가 퀸카의 얼굴에 물감을 칠하고 콩알탄을 쏜 일도 온전히 전파를 탔다.

이런 까닭에 지나치게 '솔직(?)'한 출연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지만, 외모가 출중한 출연자가 준연예인급의 인기를 구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는 돈과 함께 어떤 '굴욕'도 견디게 하는 힘이리라.

또 다른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과도한 노출과 신체 접촉도 만연하다. '19세 미만 시청 금지' 표시를 하고 일찍 잠드는 착한 아이를 피해 자정시간에나 방송한다는 점이 면죄부라면 면죄부. 지난 8월 인기리에 종영한 XTM의 <몰디브 인 러브>는 출연자들의 야시시한 의상과 야릇한 신체 접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가장 센 수위를 넘나들었던 XTM의 짝짓기 프로그램 <S2>는 한 남성의 선택을 받으려고 다수의 여성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춘다든지 발로 남성의 몸을 더듬는 모습을 방송해, 지난해 6월 '방송 중지' 처분을 받았다.

시즌을 거듭하는 짝짓기, 어디까지 가려나 

시즌2를 준비 중인 tvN의 <러브룰렛 연상연하>, 출연자 모집 페이지.
▲ 러브룰렛 연상연하 시즌2를 준비 중인 tvN의 <러브룰렛 연상연하>, 출연자 모집 페이지.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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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짝짓기 프로그램은 케이블 방송에서 물질만능주의와 선정성을 덧입고 다시 '시청률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만남이 필연적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이에 방송위원회도 케이블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대해 징계로 맞서고 있지만, 각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상관없다는 듯 오히려 시즌을 거듭하며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모습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본색을 드러낸 짝짓기 프로그램들의 모습을 보면, 이젠 어디까지 갈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이덕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태그:#짝짓기 프로그램, #X맨,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선정성, #케이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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