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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식구 이름과 가게 이름을 우리 토박이말로 지은 ‘김텃골돌샘터’씨는 우리말 으뜸 지킴이에, 제주도에 7800억원을 들여 초·중·고생을 위한 영어전용학교 12개를 세우는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방안을 발표한 정부의 제주지원위원회는 으뜸 헤살꾼(훼방꾼)에 각각 선정되었다.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김수업·김정섭·이대로)은 지난 2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선정하고, 최근 그 명단을 발표했다.

 

아홉 번째 선정․발표한 겨레모임은 “국민이 아니라 중앙이나 지방에서 나라를 이끄는 경제인과 정치인, 공무원이 앞장서 우리말을 어지럽혀 힘없는 국민의 삶을 고달프게 하므로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성초교 어린이 등 '우리말 지킴이10' 선정

 

으뜸 지킴이는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 사는 ‘김텃골돌샘터’씨. 그는 온 식구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었다. 남편은 ‘김텃골돌샘터’, 아내는 ‘강뜰에새봄결’, 아들은 ‘김빛솔여울에든가오름’, 딸은 ‘김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이다. 남편이 경영하는 약국의 이름은 아내 이름을 그대로 따서 “뜰에새봄결”이다.

 

이 가족은 여섯 차례나 재판을 해서 긴 이름을 정당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족들의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학교 출석부에도 긴 이름들이 올라 있다. 대만·중국에서 유학을 했던 ‘김텃골돌샘터’씨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한자로 쓰니까 중국 사람들이 중국식으로 발음하여 다른 이름이 되는 것에 놀랐다”며 “한국 사람의 이름이면 우리말 소리대로 불려야 하는 것이 마땅한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과자 이름 한글로 지어주세요”라는 서명운동을 벌인 강원도 평창 도성초교 학생들이 우리말 지킴이로 선정되었다. 서른 남짓한 전교생은 누리통신 사이트 ‘다음 아고라 광장’에 이같은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아트라스’(롯데제과)는 ‘달콤한 암팡진’으로,  ‘화이트엔젤’(해태제과)은 ‘천사의 흰 피부’로 바꾸자고 각각 제안하기도 했다.

 

이밖에 ▲아름다운 우리말 쓰려고 공부하는 고양시 공무원들과 ▲결정문을 쉽게 쓰기로 한 검찰청 ▲금호건설 아파트 이름 ‘어울림’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영어학 교수 김미경씨 ▲오마이뉴스 등에 한글 소식 기사를 써온 우리말 살리는 운동가인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 ▲쉬운 우리말 살려 쓰는 잡지 ‘작은책’(편집인 안건모)이 우리말 지킴이로 선정되었다.

 

또 ▲재판을 벌여 이름을 한글로만 쓰도록 허가받은 이봉원씨 ▲영어마을 문제점 지적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도 우리말 지킴이에 이름을 올렸다. 겨레모임은 “인천시장과 부산시장, 경남지사가 영어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에 견주어 볼 때 김문수 지사는 지방 장관 가운데 우리말 지킴이로 뽑을 만하다”며 “김 지사는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경기 영어마을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우리말 헤살꾼은 정부, 자치단체, 기업체 많아

 

겨레모임은 ‘우리말 으뜸 헤살꾼’으로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정부의 제주지원위원회를 선정했다. 겨레모임은 “우리말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은 정부가 우리말 발전과 교육에는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영어교육에만 수천억 원씩 퍼붓는 일에 실망과 분노를 누르지 못한다”며 “어느 특정 외국어 교육에 국가 행정의 책임자가 추진 조직을 이끌면서 엄청난 국고를 쏟아 붇는다는 것은 식민지가 아닌 자주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영어 교육을 강조하고 나선 자치단체들이 우리말 헤살꾼으로 선정되었다. ▲‘길거리 영어 회화 능력이 부산의 경쟁력’이라며 ‘영어 도시 만들기 실험’(글로벌 빌리지)에 들어간 부산시(시장 허남식, 교육감 설동근)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 인천’을 위한 사업별 계획인 ‘잉글리시 커뮤니티 광장’을 추진하는 인천시(시장 안상수, 교육감 나근형)가 각각 선정되었다.

 

또 ▲8716억원을 들여 국제화 교육도시 ‘리틀 유에스(Little US)’를 밀양시 단장면 미촌리 일대 22만 6000평에 조성하기로 한 경남도(도지사 김태호)와 밀양시(시장 엄용수) ▲영어 간판 강요하는 서울 노원구도 포함되었다.

 

또 ▲면·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행정자치부(장관 박명재)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수자원공사의 ‘K-water’, 농수산물유통공사의 ‘aT’, 서울도시개발공사의 ‘SH공사’, 한국철도공사의 ‘KORAIL’, 한국마사회의 ‘KRA’, 서울지하철공사 ‘서울 메트로’)가 선정되었다.

 

겨레모임은 ▲영어 새말을 마구 퍼뜨리는 삼성경제연구소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쓰는 롯데건설 ▲영어로 회사 이름 지은 홈에버도 우리말 훼살꾼에 이름을 올렸다.


태그:#우리말, #훼방꾼,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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