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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 답보와 대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호남 민심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열린 '미래창조민주대통합신당' 광주창당대회 모습.
ⓒ 오마이뉴스 강성관

"당장에 대권잡자고 너도나도 모이자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무슨 당이든 사람이 좋아야지."

"'잡탕'이라도 뭉쳐서 일대일로 대결해야 한나라당 이길 수 있는 것 아니냐. 아니면 어떻게 할건데…. 민주당도 빨리 나서야 한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전남 지역의 민심은 갈림길에 선 통합민주당과 대통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민주당 파괴공작"이라는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에서는 정치적 상징성이 상당한 광역단체장과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고 있다. 민주당은 막바지 기로에 섰다. "잡탕식 무조건 통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을지, "반한나라당, 일대일 구도"를 위해서 제3지대 신당에 참여할 것인지.

짜증은 나지만, 대통합에 찬성하는 까닭은

정치권의 '언행'은 뜨거워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호남민심은 아직 무덤덤하다. "잘한 것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너는 빠져, 너는 싫어'하고 있으니 짜증만 난다"는 이아무개(51·수퍼 운영)씨처럼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딱히 눈에 차는 범여권 주자도 없는 데다가 통합 논의도 마음을 동하게 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연히 민주당이 대통합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는 지난 28일 <광주일보> 광주방송이 한국캘럽에 의뢰해 광주·전남지역 19세 이상 유권자 8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4P).

이 조사에서 '민주당의 범여권 대통합 참여'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답변자 61.4%는 "박상천 대표 등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대통합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반면 21.7%만이 "독자 생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모름·무응답 16.9%).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뤄져야 한다" 54.9%, "그럴필요 없다" 29.4%로 나타났다(모름·무응답 15.6%).

이 조사에서 대통합 신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해 48.6%('많이 있다' 17.4%·'어느 정도 있다' 31.2%)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별로 없다'는 답변은 27.4%, '전혀 없다'는 8.9%로 나타났다.

▲ 광주와 전남지역 광역단체장 등의 탈당이 잇따르고 있는 통합민주당. 민주당의 내부 단속으로 탈당 행렬은 주춤한 듯 보인다. 민주당시당은 30일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파괴공작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 민주당 광주시당
[대통합 찬성] "잡탕? 비정상적이지만 언제는 안 그랬나"

실제 30일 <오마이뉴스>가 만난 광주·전남지역 유권자 대부분은 대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민주당이 이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양동시장 상인 유종태(58)씨는 "정치노선이 틀린 것은 상관없이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하나로 뭉쳐야 하다"면서 "민주당도 대통합에 동참해야 한다, 호남이 텃밭이라고 생각하니까 민주당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복(50·광주 북구 오치동)씨도 "대선을 치르러면 양자구도로 가야 승산이 있지 안 그러면 승산이 없다"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최성환(27·광주 동구 동명동)씨는 "정권창출만을 위해서 신당창당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지만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 것은 싫다"고 강조했다.

김재양(34·전남 화순)씨는 "민주당은 '잡탕'이라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언제는 안 그랬냐"며 "상식적으로 보면 비정상적인 것이지만, 따로따로 가면 답은 뻔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열린우리당에서도 친노세력이 당을 사수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사수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사수파들도 고집부리지 말고 통합에 동참해야 한다, 갈리면 고립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을 결집해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해야 한다(기영도·49·버스운전)"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에 정권을 줄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대통합 반대] "획기적 인물 없으면 대통합 해봤자"

속내는 다소 복잡하지만 호남 민심은 대통합을 통해 한나라당을 이겨야 한다는 대전제에 따라 정치 흐름을 판단하고 있다. 과거 민자당에 입당한 이후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 지사를 지냈던 손학규 후보까지 범여권 주자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기류에 대해 지난 20일 광주를 방문한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 반대세력이 다 뭉쳐서 이긴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명쾌한 논리"라면서 "정책 노선에는 관심없고 '잡탕 통합하자'는 사람들이 단순 논리로 호소해서 일어난 일시적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대통합과 민주당의 대통합 신당 참여를 찬성하지는 않는다. 이내익(39·상인·광주 서구 양동)씨는 "획기적인 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대통합을 해도 한나라당 집권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민주당이 대통합에 참여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박영옥(57)씨도 대통합에 의문을 제시하며 "한나라당이든 다른 당이든 상관없이 사람이 중요하다"면서 "정당을 깼다가 다시 합치고, 국민의 뜻이라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환멸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정치적인 영리 때문에 합치자는 것은 안 된다, 누가 집권해도 상관없다. 집권해서 어떻게 나라경제를 꾸려갈 것인가가 중요하다(장필재·41·전남 목포)"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뜨는 조순형... "독자후보? 둘로 갈리면 총선도 없다"

▲ 조순형 민주당 의원. 대선출마 선언 이후 약진하고 있는 조 의원은 민주당 독자후보론에 힘을 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독자후보론'에 대해서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대통합 찬·반 여부에 상관없이 부정적이었다.

"조순형 의원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관심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범여권 후보로 돼서 나가면 오를까, 민주당 후보로 독자적으로 가면 되겠느냐(김재양씨)"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훈(41·전남 나주 남평)씨는 "열린우리당과는 한 배를 탈 수 없다는 주장만 했지 대선승리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민주당 독자후보(조순형)가 무슨 원동력을 가지고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느냐,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배영복씨는 "이번 대선에서 참패한다면 총선에도 힘들 것"이라며 "통합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은 총선 이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도개혁대통합을 이루는 데 당원의 단결이 핵심"이라며 '단결'을 외치고 있는 박상천 대표와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호남 민심이 주목하고 있다. '사수론'을 외치고 있는 열린우리당내 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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