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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30일 밤 11시 15분]

협상시한 이틀 연장... 가족들 안도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의 얼굴에 안도감이 맴돌았다. 30일 밤 10시 40분 < AP통신 >이 아프간 관리 발언을 인용, 협상 시한이 이틀간 연장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는 취재진에게 "모두들 수고하셨다"며 "가족들도 안심하고 귀가해 내일 오후 2시 즈음에서야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40분 전만 해도 얼굴에 맴돌았던 피로가 싹 가신 얼굴이었다. 기자들이 "표정이 달라지셨다"고 말을 건네자 "오늘 너무 더워서 그랬다"며 농을 건넬 정도였다.

차 대표는 이날 밤 10시 분당 피랍가족 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때는 저녁 8시 30분까지 예정되어있던 협상에 대한 결과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차 대표는 "지금 가족들 중 많이 피곤하신 분들은 집에 돌아가시고 15명 정도가 남아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차 대표는 '정부로부터 협상 연장 및 결과에 대한 연락이 없었냐'는 질문에 "저녁 8시 30분에 협상 결과에 대해 확인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수시로 외교통상부와 연락을 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 상황이 긴박했고 가족들이 많이 지쳐있어 예정됐던 편지 공개 등 일정을 지킬 수 없었다"며 오늘 협상으로 인해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토로했다. 그러나 차 대표는 "비록 많이 지쳤지만 흔들리지 않고 가족들끼리 서로 위로하면서 가기로 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많이 지쳤지만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갈 것"

▲ 차성민 대표는 30일 밤 10시 분당 피랍가족 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의 심경을 토로했다.
ⓒ 오마이뉴스 문경미

차 대표는 '특사 파견 후에도 협상 진전이 없는데 정부의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 현재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부를 믿는 것 뿐이다"고 답해 정부에 대한 피랍자 가족들의 신뢰를 나타냈다. 또 8번째 협상 연장 시간이 최단시간(4시간)인 것에 대해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가족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추후 상황이 발생하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한편, 고 배형규 목사의 형 신규(45)씨도 차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배 목사의 시신 운구에 대해 마지막 심경을 밝혔다. 신규씨는 "배 목사의 시신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뉴스를 통해서 봤고 검시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배 목사를 보지 못해 안타깝지만 지금은 아직 아프간에 계신 22명의 생환에 마음을 모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만 보도 하나 하나에 정말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며 "하루 속히 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배신규씨와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는 하루 종일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하며 피랍자들의 소식을 예의주시했다.

배 목사의 부모 배호중(72)씨와 이창숙(68)씨도 피랍된 22명의 무사귀환을 위해 샘물교회에서 열릴 기도회에 참석하고 내일 오전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이다.



[3신 : 30일 밤 9시30분]

또 협상 시한 연장...가족들 예상 외 침착한 모습


30일 저녁 7시 40분 굳게 닫혀있던 분당 피랍가족 대책본부 사무실 문이 열렸다. 20여명의 가족들은 침묵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탈레반'이라고 치고 새로고침을 누르며 새로 올라온 뉴스를 살펴보고 있었다.

대다수의 가족들은 피곤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가족들은 얇은 이불을 덮고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충혈된 눈으로 TV화면을 지켜보는 가족들도 있었다.

이날 차 대표는 유독 지쳐보였다. 차 대표는 "탈레반이 피랍된 이들의 육성을 거래하고 나중에는 동영상을 팔고…그렇게 알맹이를 빼먹으면서 점점 사태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답답해했다. 가족들은 피랍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사태 해결 위해 언론과의 접촉도 자제해야

이날도 외신들은 '선 여성 석방', '협상 연기 요청 거절', '최종 협상 실패…살해위협', '4시간 협상 연장' 등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보도를 쏟아냈다. 가족들은 "그동안 너무 당했고 그런 외신보도에 연연하는 것이야말로 탈레반의 의도에 휘둘리는 것"이라며 "정부의 확인이 없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차 밝혔다. 예전보다 침착한 태도였다.

가족들은 외신 보도만이 아니라 국내 언론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서도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8일 피랍가족 모임은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가족들에게 접근하지 말아달라 부탁하고 피랍가족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가족 인터뷰를 주선해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피랍가족 모임은 다음날 인터뷰 대신 피랍자들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로 대신했다. 그 편지를 피랍자 가족이 직접 읽는 것도 아니었다. 편지를 한 장씩 복사해 취재진들에게 나눠주었다.

가족들은 무조건적인 동정론이 확산돼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족들이 NHK가 확보한 육성 확인을 거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차 대표는 "그래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특히 피랍자의 어머니들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수 분당 샘물교회 장로도 "밖에 서 있는 우리보다도 안에 있는 가족들이 보도 하나마다 일희일비할 것"이라며 가족들을 걱정했다.

밤 9시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밝힌 연장된 협상 시한은 이미 30분이나 지났다. 가족들은 저녁 8시 40분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한 채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경기도 분단 샘물교회에 모여있는 피랍자 가족들이 언론 보도를 확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문경미

[2신 : 30일 오후 6시] 고 배형규 목사 시신 인천공항 도착

(영종도=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 활동을 벌이다가 지난 19일 탈레반 조직에 납치돼 살해된 고(故) 배형규(42) 목사의 시신이 아랍에미리트항공 EK 322편을 통해 30일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내 대한항공 화물청사에 도착했다.

배 목사의 시신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이날 새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옮겨졌고 두바이발 인천행 항공편으로 국내에 운구됐다.

이날 대한항공 화물청사에는 유가족들이 나오지 않았으며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인 안양샘병원 박상은 원장이 나와 배 목사 시신을 인수했다.

이는 아프간 피랍자 가족모임이 피랍자 전원 석방 이전에는 배 목사에 대한 일체의 추모행위는 물론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목사의 시신은 입국 관련 수속이 마무리된 뒤 미리 준비된 차량에 실려 임시 안치장소인 안양샘병원으로 향했다.

배 목사는 지난 13일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유서를 남겨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시신을 환자 치료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시신 기증 등 문제는 안양샘병원 박 원장(분당샘물교회 장로·배 목사 주치의)과 의논해 결정하라"고 가족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신 : 30일 오후 4시 20분] 유족들 "공항에 나가지 않아"...

▲ 대책본부에 모여 있는 피랍자 가족들.
ⓒ 이병기

지난 26일 탈레반 측에 살해당한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30일 오후 4시 4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배 목사의 형 배신규(45)씨는 이날 오전 분당 피랍가족 모임 본부에서 "고인의 시신이 아랍에미리트 항공으로 운구되고 있으며, 시신은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박상은 안양샘병원 원장을 통해 인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씨는 "유족은 공항에 나가지 않고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함께 본부에 남아 기도드릴 것"이라며 "고인의 장례 일정은 피랍자들이 전원 석방된 이후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 목사의 시신은 안양샘병원에서 나머지 22명의 무사귀환 때까지 임시 안치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피랍자들이 전원 석방된 후 장례 일정을 치를 예정이며 그 후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상시한 2시간 전... 서로 손 맞잡고 기다려

탈레반측 제안 협상 시한이 2시간 여 남은 2시 10분 현재 배씨와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인 김희연(36)씨는 피랍 가족 모임 본부에서 15여명의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모여 TV뉴스를 보고 있다. 김씨가 피랍자 가족들의 손을 마주잡고 격려하는 등 유족과 피랍자 가족들은 서로 슬픔을 나누고 힘을 모으고 있다.

애초 배 목사의 유족들은 "함께 떠난 이들과 돌아오는 것이 맞다"며 "배 목사의 시신이 석방된 피랍자들이 탄 비행기에 마지막에 실리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28일 설치 중이던 분당 서울대병원의 빈소가 다시 철수하는 등 장례 일정의 혼선이 빚어졌다.

하지만 형인 배씨는 29일 "전날 밤 정부 관계자로부터 현지 사정을 감안할 때 시신·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장기가 더이상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시신을 한국으로 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결정을 바꿨다.

한편 지난 2001년 5월 고 배형규 목사는 샘물교회가 발행한 '샘물이야기'에 쓴 글을 통해 "나와 내 아내의 시신까지 사랑의 장기기증에 다 기증했다"면서 "죽음 이후의 우리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 보좌 우편에서 누리게 될 영광을 생각한다"고 장기 기증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3일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에도 유서를 남겨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시신을 환자 치료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시신 기증 등 문제는 안양샘병원 박상은 원장(분당샘물교회 장로·배형규 목사 주치의)과 의논해 결정하라"고 가족들에게 재차 시신 기증 의사를 전했다.

태그:#아프간, #탈레반, #배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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