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언론이 그런 것이다. 아무도 보도하지 않는 사실을 '조중동'이 모여서 보도하면 세상의 진실이 되는 것이고, 그들이 보도하지 않으면 세상에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언론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최소한의 의무다.

그렇다면 사립학교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싼 다음의 내용들이 TV나 신문에 나왔을까? 과연 우리 언론은 사학법에 관해서 '세상을 비추는 투명한 창'이었나?

'신 3당 야합' 통합열린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악

91년 2월 아무도 모르게 노태우와 김종필, 김영삼은 골프회동을 통하여 3당 야합을 결심하고 거대 야당 민자당을 창당한 후 첫 4월 국회에서 사학법을 개악하여 이사장 친인척의 교장임명을 허용하고, 한 이사장이 다른 학교 이사장과 학교장을 겸임할 수 있게 하여 족벌사학과 사학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허용했다.

그러더니 세월이 흘러 2007년 7월 당내 의원들이 아무도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3당의 지도부들은 2005년 개정으로 금지되었던 91년의 개악 내용을 다시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91년의 3당 야합이 2007년의 '신 3당 야합'으로 부활하여 개정 사학법을 두 번 죽이는 역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3당은 철천지원수 보듯이 서로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3당 야합은 결코 사학법만으로 될 수 없었다. 로스쿨법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 주고받았고, 또한 정치개혁특위는 한나라당, 예결특위는 열린우리당, 국제경제특위는 통합민주당이 대표를 맡는다는 합의를 통하여 특위 위원장직을 3당이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야합했다.

우리나라 의회의 운영체제는 상임위원회 중심 체제라서 거의 모든 법률이 상임위원회에서 거의 완성된 형태로 본회의에 제출되고 본회의에서는 형식적인 통과 절차만 밟는다. 상임위에서 통과되지 않은 법은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수도 없는 것이 일반적인 법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사학법은 교육상임위에서도 부결되는 안이었다.

본회의 표결 결과만 보더라도 교육상임위원회 18명의 의원 중에서 이 법안에 찬성한 사람은 한나라당 의원 5명밖에 없고, 현수막을 들고 온몸으로 반대를 표시한 최순영 의원을 포함하면 반대가 7표로 반대표가 오히려 많다. 반대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해버린 의원까지 포함하면 10명이 반대한 것이다. 즉, 교육상임위원회에서도 부결되는 법안이 본회의에서 지도부의 뜻이라는 폭력으로 통과된 것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자기모순과 자기부정

개정 사학법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사립학교 개혁을 위해 손을 잡고 2005년 12월 직권상정하여 통과시킨 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 직권상정하여 통과시킨 법을 이번에는 자기 손으로 자당 국회의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직권상정하여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다. 자기부정도 이런 자기부정이 없다.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자기부정은 정말 한심하다.

사학법 여야 합의 하루 전날 교육상임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권철현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사학법을 처리하려고 한 것을 열린우리당과 비한나라당 교육상임위원들이 힘을 모아 막아내었다. 이들을 불러 원내대표는 잘 싸웠다면서 축구공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한나라당과 사학법을 합의하고 이들 교육상임위원에게 합의했으니 받아들이라고 면박한다. 그러려면 축구공은 왜 주었을까? 우는 아이 사탕 주어서 아파트 열쇠 훔치는 꼴이다.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재개정 야전 사령관인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개정 사학법 홍보 전도사였다. 교육부총리로서 개정 사학법이 부패사학을 없애고, 학교를 민주화시키며, 더 나아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온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을 하던 사람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야기했다.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는 사람은 사학법을 잘 안 읽어봐서 몰라서 그런다"라고….

그러더니 이제는 앞장서서 종교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사학법은 위헌이라고 한다. 김진표의 변신은 무죄일까, 유죄일까? 그는 열린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에 훨씬 어울리니 한나라당에 입당하라는 요구를 어찌할 것인가?

국회본회의에서 사학법을 법안 설명하려고 하다가 밀려난 국회의원이 있었다. 그러면서 서면으로 대체한다고 하고 웃으면서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바로 열린우리당의 이은영 의원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사학법 합의 바로 하루 전날 교육상임위에서 사학법과 로스쿨법을 같이 처리하자고 하면서 사실상 한나라당의 편을 든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의해서 강제로 교육상임위에서 쫓겨났고(이른바 '사보임'을 당했고) 화가 나서 출당 요구(전국구이기 때문에 탈당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까지 언급했었다.

그런 그가 며칠 만에 잘한다고 지도부의 부름을 받고 사학법 개정안을 대표 설명하는 것으로 천지개벽되었다. 이럴 거면 지도부는 이은영 의원을 왜 교육상임위에서 쫓아냈을까?

73명 의원 중에 19명만 찬성표...지도부조차 빠져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황당함은 투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자기들이 교육상임위원들 무시하고 한나라당과 야합해서 사학법 재개정 밀어붙여 놓고 정작 투표에서는 찬성표를 던지지도 못했다.

2005년 사학법 개정의 주역 중 하나였던 당시 원내대표이자 현 의장인 정세균은 본회의장에 있었지만 표결에 참가하지도 않았고, 3당 합의의 주역인 장영달 원내대표는 기권해 버렸으며, 문석호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많은 간부들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다.

특히 대선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의원 중에서는 아무도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미 탈당을 한 천정배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고, 당내에 남아있는 신기남, 김원웅 후보는 반대표를 던졌으며, 나머지 한명숙, 김혁규, 이해찬 의원 등은 아예 불참했다.

원외인 김두관 후보를 포함하면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의원 중에서 이번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공개적으로 찬성의사를 밝힌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유시민 의원은 법안 내용은 반대하지만 3당의 합의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찬성표에 던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교육상임위원을 비롯한 소위 소장개혁파라고 불리는 많은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불참해버렸다. 지도부가 밀어붙여 놓고 그 지도부들조차 찬성표에 던지지 못하는 그런 당론을 도대체 누가 결정한 것인가? 당론으로 결정해 놓고 73명의 의원 중에서 19명만 찬성표를 던지는 이런 당론도 있나?

지난 5월 18일 한나라당의 싱크탱크라는 여의도 연구소에서 사학법에 대해 자체 여론조사를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신만만하던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서 "사립학교법을 고쳐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사학재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재개정에 부정적인 여론이 '사립학교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대답보다 높게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일간지에는 이 기사가 단 한 줄도 안 나왔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발표하면서 왜 사학법 여론조사 결과는 신문에 안 나올까?

사학법 재개정안이 처음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국회 폐회를 단 10분 앞둔 7월 3일 밤 11시 50분이었다. 그전까지는 국민 어느 누구도 어떤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개방이사 부분, 특히 종교사학에 관련된 부분만 약간 고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국회에서 제출된 안은 열린우리당 이은영안이 8쪽에, 한나라당 이주영 수정안은 19쪽에 이르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이 법안을 보지 못했으며,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토론도 없었다. 국민들은 더더욱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이후에야 그 법을 볼 수 있었고 "이렇게 많이 고쳤어?"하고 놀랄 뿐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아무도 보지 못한 법이 4분 만에 통과되는 대한민국은 과연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 맞나?

전교조 교사 한 명도 없는데 전교조 이사회 장악 음모론?

▲ 수치는 분석 기준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음. 이러고도 개방이사가 전교조의 사학 장악음모라고 우기는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 최순영의원실, 사학개혁국본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은 개정 사학법과 개방이사를 '전교조에게 모든 것을 주자는 것'이라면서 전교조의 학교 장악 음모라고 했다. 그런데 2007년 4월 현재 교육부 자료를 최순영 의원실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국 초중등사학에 선임된 650명의 개방이사 중에서 전교조 소속이거나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전교조가 단 한 명도 없는데 전교조가 이사회를 장악한다고 하면 도대체 그 이사회를 장악한 사람은 유령인가, 신인가? 이런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은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냥 허공에 대고 '내 귀는 소귀요'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에 거의 모든 것을 걸었던 정당 한나라당에서도, 가장 앞장선 인물 중의 하나가 한나라당 대변인 나경원 의원이다. 그 자신도 서울 H학원의 이사이며, 그의 아버지는 5개 법인 17개교의 이사 또는 감사인데 우습게도 그는 인천 S학원의 개방이사다.

그렇게 개방이사를 전교조의 학교장악 음모라고 하던 한나라당 대변인의 아버지가 개방이사인 것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개정 사학법을 가장 반대하는 집단이었던 한기총의 전 대표회장이자 현 명예회장인 최성규 목사 역시 인천 S학원의 개방이사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의 아버지도, 한기총 명예회장인 목사도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기 위하여 파견한 사람이라고 우길 건가?

이사장도, 교장도, 교감도, 행정실장도, 목사도 개방이사다. 이사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도입된 개방이사에 이런 사람들이 들어갔다. 그러고는 개방이사가 사학의 건학이념을 해친다고 죽는 소리를 한다. 그렇게 국민을 협박하고는 기어이 개방이사를 이름만 남기고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금도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은 반한나라당 대통합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가장 바라는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해서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다. 반한나라당 대통합이 아니라 한나라당 중심 대연정이 성사된 것이다. 이제 다시 3당이 합당하여 통합열린한나라당을 창당하든지 한나라당에 입당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할 것 같다.

뉴스에는 사학법의 진실이 안 나온다?

적어도 사학법에 대해서 우리 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창이 아니었다. 고려대학과 <동아일보>, 연세대학과 <조선일보>, 성균관대와 <중앙일보> 등 메이저 언론사와 메이저 사립대학의 직간접적 연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언론에는 사학법 재개정의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학법이 개정되는 그 순간까지 우리 국민에게는 종교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개방이사, 특히 종교 사학의 개방이사만 수정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이러고도 제대로 된 언론인가? 이러고도 세상을 비추는 유리창인가? 이런저런 이유로 언론에 나오지 않은, 사학법을 둘러싼 행태를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덧붙이는 글 | 김행수 기자는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던 시기의 사학국본의 전 사무국장이었고 현재는 사립고등학교의 교사입니다.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사학법, #개방이사, #조중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