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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토론회에 참석한 뒤 태극기를 걸친 채 행사장을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 사회에는 한번 뒤집어쓰면 벗기 어려운 의혹이 세 가지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뇌물 수수 의혹, 성희롱 의혹이다. 부인한다, 해명한다 하면서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지고 마는 수렁이다. 모든 사람이 마음속으로 '누구든 기회가 있으면 하게 될 것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무리 부인해도 잘 믿지 않는다.

이명박 대선주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일류 건설회사에서 오래 근무하고 사장까지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국민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부인하고 해명하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그래서 무대응으로 일관한다고 한다. 이건 간디식 무저항 작전이 아니라, 수렁에 빠진 후 허우적거리는 대신 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데 불과하다. 장마철에 물이 언제 마를까?

명색이 대선주자인데 이런 큰 의혹에 무대응한다는 것은 당당하지 못해 보인다. 그래서 수렁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비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이명박씨 지지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명박씨가 이 비법을 따르면 나라가 좋아질 것 같아서 천기를 누설하는 심정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이명박씨, 장마철에 물 마르길 기다리나?

꼭 20년 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정부와 민정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민정당 후보였던 노태우씨가 6ㆍ29 선언이란 걸 기습적으로 발표해서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또 전두환씨가 여러 차례 친인척 비리 의혹으로 시달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대구 팔공산 자락 자기 고향 마을에 가서 "이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보람을 느끼시고, 아예 제 덕을 볼 생각은 말아주십시오"라고 하여 점수를 땄다. 바로 이 작전을 쓰는 거다. 다음 세 가지를 전격 발표하기 바란다.

첫째로, 이명박씨 관련 모든 부동산을 백지신탁한다.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의혹의 대상이 되는 친인척의 부동산을 모두 백지신탁한다. 부동산 백지신탁이란 부동산을 신탁하고, 공직을 물러날 때 부동산의 취득가액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 받는 제도다. 불로소득을 노리고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깨끗한 방법이 아닌가? 혹 '친인척까지야 어떻게…'라고 주저한다면 대통령 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하기를 친인척이 바란다면 틀림없이 흔쾌히 협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에 처분한 의혹 재산도 불로소득을 계산해서 헌납하면 더욱 모양새가 좋다.

둘째로, 모든 고위 공직자가 부동산을 백지신탁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한다는 공약을 낸다. 이런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새삼 조문을 정리한다고 시간을 끌 필요도 없다. 부동산 전체가 아니라 토지만 백지신탁해도 된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여러 차례 보았듯이 우리나라 상류층 상당수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현실을 방치하면 유능한 사람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치여 공직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공직 취임 전에 백지신탁을 통해 회개하는 기회를 주고 회개한 사람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제도를 둘 필요가 있다.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씨는 회개와 용서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셋째로는, 지금의 미적지근한 부동산 공약을 확 바꾸어 토지보유세를 깜짝 놀랄 만큼 강화한다. 공직자만 투기를 하지 않도록 해서는 안 되고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씨는 건설회사 출신이니까 잘 알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토지불로소득 때문에 생기며, 토지불로소득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시장친화적으로 없애는 수단은 토지보유세라는 사실을.

혹자는 토지불로소득이 없으면 부동산 경기가 죽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설회사 출신인 이명박씨는 역시 잘 알 것이다. 건설회사를 비롯한 기업은 사업 자체에서 이윤을 얻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토지불로소득이 생길 수 없는 도로건설 등도 수주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누구나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토지불로소득이 사유화되면 투기적 가수요가 들썩거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안 된다. 현재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데, 건설회사들이 그렇게 과잉 공급을 한 이유는 시장의 가수요를 보고 오판을 했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가수요도 없고 건설사가 오판할 일도 없다.

부동산 백지신탁, 토지보유세 강화... 이 방법만이 살 길

이 세 가지만 전격적으로 선언하면 6·29가 노태우씨를 살렸듯이 이명박씨도 살아날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공약을 내면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라고 걱정한다면 그건 기우다. 한나라당 지지자나 이명박씨 지지자 중에서 실제로 부동산으로 덕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여권에 실망하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옹호해온 한나라당을 괘씸하게 여겨온 거대한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충고를 하는 사람과 충고를 듣지 않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이명박씨를 위해 천기를 이렇게 누설해도 마이동풍이면 별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김윤상 기자는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이며,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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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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