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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9일... 노무현 정권이 되자 <조선일보>는 "3불 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 <조선일보> PDF

"제비뽑기로 신입생 뽑자는 '3不 입시강령'(<조선일보> 사설 제목)"
"노 대통령은 3불정책을 잘못 알고 있다(<중앙일보> 사설 제목)"
"'3不 대입'으로는 FTA시대 못 연다(<동아일보> 사설 제목)"


노무현 대통령의 대입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기부금입학 금지 정책) 옹호 발언에 대해 난타전이 벌어졌다. 물론 이런 활동 맨 앞에 선 신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다.

노 대통령이 8일 교육방송에 출연, "3불정책을 못 지키면 공교육이 붕괴되고 교육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하자 이 신문들이 9일 사설 등을 통해 맹공을 퍼붓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태도는 자신들의 주장한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예전 기사를 돌아보자.

14년 전 <조선일보> "본고사 포기, 적격자 선발에 아무 지장 없다"

① "서울대 등이 도구과목 중심의 본고사를 치르기로 함으로써 수험생들은 과외에 학원수강을 겹치기로 하는 등 벌써부터 경황이 없는 실정이다…(중략)…본고사를 포기한 대학들은 내신성적과 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도 적격자를 선발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② "우리는 교육당국이 과외를 부추기는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것을 촉구한다…(중략)…최근 들어 불법 과외가 우려할 정도로 다시 성행하게 된 것은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키로 한 데에서 직접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위의 글은 3불정책에 찬성하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가 낸 성명서처럼 보인다. 그렇게 판단했다면 착각이다. 둘 다 <조선일보> 사설에서 떼어온 내용이다. 사설①은 93년 1월 28일치에 쓴 글이고, 사설②는 같은해 4월 11일치에 쓴 것이다.

'3불제 폐지'를 부르짖고 나선 이 신문이 본고사 부활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대학에 자율성을 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전에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고교 내신성적 반영여부를 대학자율에 맡기는 문제는 충분히 논의를 거쳤으면 한다. 자율에 맡길 경우 내신성적을 반영할 대학이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그리 되면 각 학교에서 3년 동안 애써 평가한 자료가 쓸모없게 된다. (93년 11월 1일치 사설)"

1993년 1월 28일... 김영삼 정권 시절, <조선일보>는 "본고사 폐지"를 지지했다.
ⓒ <조선일보> PDF
<중앙> "본고사 사라져야 한다"... <동아> "본고사는 대학이기주의"

<조선일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3불제 폐지 운동에 몰입하는 세력 가운데에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있다. 이들은 본고사 문제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본고사 실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사항이기는 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 본고사는 사라져야 한다. …본고사 실시는 대학 자율의 신장이나 대학의 자존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중앙> 94년 3월 2일치 사설)"

"(본고사는) 엄청난 과외열풍을 몰고 온다…(중략)…과목당 수백만원씩 하는 고액 족집게과외도 유행하고 있다…(중략)…대학본고사가 주요 과목에 치중하고 서울대 입시날짜에 맞춰 치는 것은 당장 질좋은 학생을 확보하려는 대학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아> 94년 3월 19일치 사설)"


이 당시가 한나라당 김영삼 대통령 집권 시절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신문 논조도 시류를 탄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가 73년 박정희 정부가 고교평준화 조치를 단행하자 좀더 '철저한 평준화'와 '평준화의 전국화'를 부르짖은 사실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74년 1월 26일치 '새 고교입시제의 출발'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핵심은 평준화 작업이 얼마나 철저히 이루어졌느냐에 있다, 그것이 명백하게 실증되고 인식됨으로써 교육정상화에 크게 진일보할 것을 우리는 기대한다"면서 "전국화를 앞두고 당국의 계속적인 분발을 당부해마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처럼 <조중동> 삼총사는 오락가락 했다. 3불제에 대한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왔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이들은 지금 '3불제 폐지투쟁'에 사운을 건 듯 매달리고 있다. '신문은 요지경, 요지경 속'인 것이다.

1974년 1월 26일... 박정희 정권에서의 <조선일보>는 철저한 평준화를 주장했다.
ⓒ <조선일보> PDF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쓴 내용을 상당 부분 깊고 더한 것입니다.


태그:#교육, #3불정책, #대입, #본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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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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