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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측이 쌀을 협상 대상으로 거론한 데 대해 화가 난 농민들이 28일 오후 서울 남대문 앞에서 나락을 뿌리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실패사례 ①] 쌀과 조선산업을 연계 처리... 참 자랑스럽겠다

4월 4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하여 "미측에서 쌀 개방을 요구하길래 우리는 미 연안의 승객·화물 수송은 미국에서 만든 국적선에만 허용한다는 미측의 '존스액트'를 공격, 쌀 개방 요구를 잠재웠다"고 말했다.

자랑스럽다. 쌀과 조선산업이 연계되어 처리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이없는 협상전략이다. 어떻게 쌀과 조선이 연계될 수 있는가? 얼마나 쌀을 우습게 생각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음은 한미 FTA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나에게 제출한 자료이다. 제목은 '한미 양측이 협상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던 사항'이다.

미국측은 4가지를 들었다. ▲TPA(통상증진권한)의 지침에 어긋나는 부분 불가, ▲개성공단은 정치적 사안이므로 불가 ▲ 일시입국비자(전문직 비자쿼터)는 의회권한사항 ▲주정부 비합치조치 열거는 통제력 부족과 현실적인 적용 어려움으로 열거 불가 등이었다.

이에 반해 한국측은 '쌀' 1가지만을 제기해서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TPA법은 미국의 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을 처음부터 거부한다. 이런 부분은 아예 무역대표부가 위임받지 못했다. 우리 협상단은 헌법조항까지도 사실상 개정하고 법률을 무려 170여개나 사실상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김현종 본부장은 미 협상단의 권한범위를 넘어선 부분을 공격한 셈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간 한미간의 합의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쌀 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순간 협상은 깨지는 게 옳았다.

[실패사례 ②] 쇠고기 수입 약속, 이것이 바로 '이면합의'

현실이 되었다. 4대 '선결조건'이 어느새 4대 '완결조건'으로, 4대 '필요충분'조건으로 자리잡았다. 나아가 협정까지 마친 한미 FTA의 딜브레이커(협상결렬 요인)가 되고 말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존 스파이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4일(미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쇠고기에 대한 명백한 통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카란 바티야 USTR 부대표도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국측에 통보했다"고 했다.

4대 선결조건 해소를 통해 미국을 한미FTA의 장으로 유인했던 전략이 이제 자승자박이 되고 말았다. 설사 한미FTA협정이 미 의회에서 부결되더라도 쇠고기 등을 포함한 4대 선결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선결조건 없다"→"수입위생조건 가다듬어야"→"FTA와 위생은 분리"

▲ 지난 30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부의 입장 변화를 살펴보자. 맨 처음에는 "선결조건이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인했다. 그 다음에는 "한미FTA와 쇠고기 수입문제는 별개다"고 했다. 7차 협상 이후부터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협상이 끝난 4월 2일 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쇠고기에 대한 관세 문제는 FTA의 협상대상이지만, 위생검역의 조건은 FTA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원칙대로 FTA협상과는 분리하여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했다. 어느새 이원화된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과의 마지막 전화통화내용은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부분이었다. 사실상 '구두약속'이었다. 나는 이것이 이면합의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부인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이번 한미 FTA 협상의 최고 쟁점은 협상대상이 결코 아니라던 '미국산 쇠고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협상의 쟁점이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협상의 대상이 된 이상 정부의 전략은 실패한 셈이다.

[실패사례 ③] 마지노선도 못 지킨 채 '위원회'만 따냈다

정부의 한미FTA 특위에 대한 5차보고서는 무역구제조치와 자동차를 연계시킨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TPA법은 미국의 법과 제도를 건드릴 수 없도록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무역구제조치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협상타결일로부터 90일 전까지 미 의회에 보고토록 강제한다.

협상 전 정부가 가장 힘주어 강조한 부분이 바로 '무역구제'분야였다. 맨처음 정부는 "제로잉(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제로(0)로 간주해 덤핑관세율을 높이는 것)금지, 비합산(산업피해 판정시 국가별로 합산하는 것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것) 조치 등 미 반덤핑 제재의 완화를 관철하겠다"고 했다.

3차 협상 때에는 무역구제 관련 9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4차 협상 때는 6가지를 추가로 미국에 요구했다. 물론 미국 쪽의 반응은 거셌다. 12월 초 열린 5차 협상 때에는 우리 정부가 요구사항을 축소했다. 비합산조치 등 6가지만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문건유출로 국익 훼손'?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 한미FTA 협상을 진행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김종훈 수석대표는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서 한미FTA 협상 타결 내용을 보고한 뒤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2월 27일 미 무역대표부는 의회에 "반덤핑규제완화요구 등 법개정을 요하는 무역구제조치의 변화는 전혀 없다"고 보고했다. 이로써 무역구제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1월 15일 서울에서의 6차 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무역구제조치와 자동차'를 여전히 연계시켰다. 이것은 미국 행정부-의회의 권한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순전히 '국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 입장을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이번에는 문건이 유출되어 '국익이 훼손'되었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자신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는데 어떻게든 협상의 실패를 국회에 전가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전략의 실패가 드러남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전형적인 '통상독재관료'들의 전형이었다. 적이 아는 정보는 더이상 기밀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통상독재관료들과 보수언론의 한판 합작품이었다. 물론 그 합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12월 말을 기점으로 실효성 있는 무역구제조치는 협상테이블 밖이었다. 그러자 이번에 정부는 법 개정을 요하지 않는 형식적인 '위원회'라도 설치해 달라며 미 측에 요구했다. 그것이 바로 이번 협상결과이다.

참여정부를 '위원회 정부'라고 종종 비판하곤 한다. 이번 협상 시작 전 우리 정부가 가장 얻어내야 할 부분이라고 소리높였던 개성공단과 무역구제 분야에서 어찌됐건 우리는 '위원회'를 얻어냈다.

[실패사례 ④]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은 따로국밥

필자는 일관되게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을 이렇게 비판해왔다. '협상 따로, 홍보 따로' '대미용 따로, 국내용 따로' '영문원본 따로, 한글해석본 따로' '정부 보고용 따로, 국회 보고용 따로'. 이런 문제점은 이번 FTA 협상에서도 여전히 발견된다.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 정부와 대통령은 "외교목표를 초과달성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그 이후 BDA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상황은 악화되고 말았다.

최근에도 북한 핵문제 해결의 6자회담에 대한 우리측 주도를 강조하나 역시 근본적인 변화는 미 의회의 세력판도변화가 가져온 부시 대통령의 정책 변환에 있다. 미국과의 용산기지이전협상도 마찬가지였다.

▲ 용산 한미연합사령부 정문 앞.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미국은 '서로 다른 이유, 서로 다른 동기'로 용산기지 이전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굳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먼저' 요청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요청한 쪽이 이전비용을 부담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굳이 돈을 우리가 부담해야 하기 위해 우리측 요청임을 강변한 것이 당시 우리의 협상대표였다.

또 미 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국회에 거짓말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바로는 미 2사단 이전비용도 결국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에서 지출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기망과 이중성'의 대표적 사례이다.

용산기지이전이 미국의 GPR과 전혀 무관하다고 지금껏 강변해온 이중성도 놀랍다.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논쟁도 문제이다.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이동은 없다고 하는데,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한국군의 이동을 제한할 뿐이라고 발표했다. 송민순 장관은 대통령의 말씀이 맞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이중적 상황이다.

미군기지 환경오염치유비용도 미국이 부담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이 전부 부담한다. '국내용과 미국용 따로'의 전형적인 폐해이다.

정부는 이렇듯 특히 한미협상이나 외교에서 늘 이런 식의 이중적 행태를 되풀이해 왔다. 그런데 이번 한미 FTA 협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이중성을 얼마만큼 찾아낼 수 있느냐가 국회 심사의 적실성을 증명하는 예가 될 것이다.

태그:#한미 FTA, #쌀, #조선업, #일시비자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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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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