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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고맙다! 조·중·동' 제하의 공동기획 기사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이 기획을 통해 2005년 4월부터 신문지국의 불법 경품 신고자를 대상으로 신고포상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가 경품을 동원한 판촉이 신문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진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자신의 경험과 신문 시장의 문제점 등에 대한 기고를 해왔습니다. <편집자주>
▲ 신문사의 자전거 경품 제공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자전거 대리점 운영자들이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 권우성

체결 자체에 목을 매는, 일방적 퍼주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한미FTA의 본질과 문제점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다는 차원에서, 또 경제를 미국에 사실상 종속적으로 통합시키는 망국적인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끝장투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2일부터 산하 140개 본부, 지부, 분회 위원장들이 언론노조 위원장과 함께 프레스센터 앞에서 4일 동안 집단 단식농성을 벌였다.

언론노조는 전국의 신문, 방송, 뉴스통신, 출판, 인쇄와 언론유관 단체 등에 종사하는 1만8천여명의 현업 언론종사자들로 구성된 산업별 단일노조이다. 기자, 카메라기자, PD, 방송기술인 등 취재, 편집, 제작, 인쇄, 송출을 담당하는 조합원들이 절반을 넘는다.

그래서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 농민들이나 서민 대중으로부터 잘못된 보도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언론노조와 필자를 포함한 지도부는 착잡할 수밖에 없다. 죄송스럽다. 조합원들 스스로가 직접적인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스스로를 포함한 언론종사자들과 언론을 감시, 감독해야 하는, 어찌 보면 모순과도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노조와 조합원들은 무한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랴! 이것이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 운명인 것을.

<오마이뉴스>측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은 지 2주가 지나도록 기사를 쓸 마음의 여유를 못 갖다가, 단식하고 있는 시간을 이용해 이 글을 쓴다. 한미FTA와 신문과 신문사의 위기는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차대한, 생사가 걸린(vital) 두 가지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단식 농성 중에 신문(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신문경품으로 1년 동안 <중앙> 4건, <조선> 2건, <동아> 2건 받아

필자와 아내가 지난해 1월부터 금년 1월18일까지 만 1년 동안 중앙, 조선, 동아 등 이른바 족벌신문들로부터 신문 경품(무가지 포함)을 받은 것이 모두 8번이다. 아내가 직접 받은 것이 6건이고 필자가 직접 받은 것이 2건이다.

중앙일보로부터 4건, 조선과 동아로부터 각각 2건을 받았다. 8건 중 2건(중앙, 조선 각 1건)을 지난 해 봄 같은 날에 신고해 무려 1년 가까이 지난, 작년 말과 금년 초에 각각 105만원과 139만원을 포상금으로 받았다. 모자라는 위원장 활동비에 잘 보태 쓰고 있다.

나머지 6건은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접 한꺼번에 신고할 생각이다. 아마 전국을 통틀어 (한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신문경품을 받지 않았나 싶다. 바쁜 나머지 지국이나 판촉요원들로부터 경품 제공 제안을 받고도 미처 계약을 하지 못한 경우도 몇 번 더 있다.

경품을 받은 다음에는 바로 언론노조 사무처 식구들에게 받았다고 공개하기 때문에 사무처 간부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푸념을 하거나 시샘어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왜 저희 집에는 한 번도 경품을 주겠다고 판촉하러 오지 않죠?"
"홍석현 회장과 방상훈 사장이 일부러 (신학림) 위원장한테 그런 방식으로 촌지를 주는 것 아닙니까?"
"?!?!…"


이미 작년에 인터넷 언론 등에 공개한 편지를 통해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회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명한 바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다시 감사의 인사는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신문 경품(무가지) 신고 포상제를 도입하는데 일조한 필자로서,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신문시장과 신문경영의 구조적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 핏대를 올려온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분노도 들끓지만 삭이고자 한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최소한 아래에 열거하는 분들은 이 글을 꼭 읽어주었으면 고맙겠다.
노무현 대통령, 윤승용 홍보수석과 조기숙 전 홍보수석,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홍석현 회장과 방상훈 사장, 그리고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과 김재호 대표이사 부사장. 문화관광부 (역대)장관과 문광부 관계자들은 대상에서 빠졌다고 섭섭해 할 필요 없다. 그 이유는 그들 자신이 너무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문시장에 대한 오랜 관찰과 경품을 받은 경험에 근거해 자신 있게 결론으로 주장할 수 있다. 세 족벌신문들로부터 받은 8번의 경품(무가지) 사례와 배경 속에 우리나라 신문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가 다 들어있다.

판촉과 경품 제공 액수 그 때마다 달라요

우선 필자와 아내가 중앙, 조선, 동아일보로부터 모두 8번의 경품을 받는 과정과 계약하는 방식과 내용이 전부 달랐다. 불법으로 경품을 제공하면서 신고 등을 피하기 위해 판촉요원들이 온갖 꼼수를 다 쓴다는 것이다. 8번 중에서 같은 사례가 없다. 필자가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신문 경품 살포 실상을 정리해 본다.

첫째, 경품 액수 즉 상품권 액수와 단위가 각각 달랐다. 1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3장 혹은 5장을 줄 때도 있었고, 3만원 혹은 5만원 짜리를 줄 때도 있었다. 1만원짜리 5장을 주겠다고 했을 때 아내가 "왜 다른 신문들은 더 주는데 그것(5만원) 밖에 주지 않느냐?"고 슬쩍 얘기만 해도 1만원을 더 주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 무료로 보는 기간도 다 다르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9개월 무료로 계약한 경우도 있다. 왜 무료구독기간이 6개월이냐고 따져 1~2달 늘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셋째, 대부분 유명 백화점 상품권을 경품으로 받았지만 현금(1만원짜리 5장)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흔적이 남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꼼수인 셈이다. 포상제 도입 이전에는 주로 자전거 등 일반제품을 무제한으로 살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넷째, 1년 동안 비교적 고르게 받았다는 점이다. 집중 판촉 행사 등을 통해 몰아치기로 한꺼번에 받은 것이 아니라 한두 달의 시차를 두고 1년 내내 꾸준히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족벌신문사 본사와 지국 등이 경품신고포상제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 등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신문사 지국들이 신고포상제를 알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걸리는 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판촉할 수밖에 없는" 본사의 압력이나 구조적인 불평등 계약 관계에 있다고 본다.

다섯째, 구독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과 양식, 그리고 기재하는 내용이 그 때마다 다 달랐다는 점이다. 보통 2부의 계약서를 따로 따로 기재하게 되는 데, 하나는 지국이 갖고 다른 하나는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작년 초기에는 신문사와 지국 이름이 인쇄된 계약서에 계약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해 주는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품 수수 사례가 공정위에 속속 신고되고 불법 판촉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노조 등 단체로부터 빗발치자 신문사와 지국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계약서를 독자에게 써 주는 것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대신 판촉요원의 명함에다 계약한 당일로부터 무료로 보는 기간 6개월에서 9개월 정도 뒤인, 몇 년 몇 월 몇 일부터 1년간 유료구독한다는 조건으로, 수금을 시작하는 시점만 기록하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명함에다 계약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국이 보관하는 정식 영수증에는 구독자의 이름, 집 전화와 휴대전화, 그리고 집주소는 말할 것도 없고 무료구독 기간 등도 당연히 기재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내가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와 함께 상가에 장보러 나왔다가 중앙일보 판촉요원의 경품 제의를 받았다. 아내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가 앞에서 중앙일보가 경품을 돌리고 있는데 받아도 되냐"고 물었다. 이미 중앙일보로부터 2번의 경품을 받은 뒤였다. 당연히 받으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집에 들어가 영수증을 받았는지 확인했더니 아내의 대답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영수증을 써 달라는 아내에게 그 판촉요원은 중앙일보와 지국 이름 및 지국 전화번호가 적힌 (정식)영수증을 아무것도 기재하지 않고 그대로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단지)에 언론노조 위원장이 살고 있기 때문에 영수증을 써 줄 수 없다"고.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딸아이는 킥킥거리며 웃었다고 한다. 웃을 일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촉하는 것이다.

여섯째, 경품신고 포상제 도입 직후까지만 해도 아파트를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판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그 다음부터는 판촉요원들이 아파트 단지를 하루 종일 돌면서 지나다니는 주민들에게 상품권을 내미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 안에 1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시장이 서는 날이면 판촉요원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진다.

일곱째, 일단 경품을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되었거나 신고 될 것으로 판단되면 본사와 지국, 그리고 판촉요원 중 어느 한 쪽은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작년 봄에 중앙과 조선으로부터 받은 경품을 받은 사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 전에 이 사실을 인터넷 언론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스스로 공개한 바 있으므로 이 신문들의 본사에서는 필자의 신원과 주소를 파악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판촉요원들은 필자와 아내의 얼굴과 주소를 모르는 수가 있으므로 계속해서 걸려든(?) 것이다. 경품을 제공한 판촉요원이 필자 혹은 아내와 구독계약을 한 사실을 지국과 본사에 보고하면 지국 혹은 본사는 필자의 신원을 점검했을 것이다. 그 기간이 며칠 걸리는 경우도 있다. 구독계약을 한 바로 그 다음날 혹은 며칠 뒤부터 신문을 배달해 주다가 신원을 파악한 뒤에는 배달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한다.

배달을 중지하겠다는 이유가 가관(可觀)이다. "본사에서 (독자)선생님(혹은 사장님이라 부르기도 한다)이 구독을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본사에서 배달을 중지하라고 해서 배달을 중지합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 지난 2003년 1월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자전거 신문 판촉사원들이 트럭에 싣고 온 자전거를 내리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동아일보 2부씩 매일 배달, 중앙 조선은 구독계약 안 지키고 배달 중단

미리 밝혀 두지만 동아일보는 신문 2부가 꼬박꼬박 잘 들어오고 있다. 중앙과 조선은 신문을 배달하다가 필자의 신원을 파악한 뒤부터 배달을 않고 있다. 분명히 밝혀두건대 계약위반이다. 신문을 배달하겠다고 계약해 놓고 배달을 중지한 중앙일보사와 조선일보사에 대해 각각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이다. 계약은 계약이다. 이미 법률적인 검토는 마쳤다.

배달하고 남은 조선일보 수십 부씩 매일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에 쌓여

더욱 웃기는 일은 필자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는 배달하고 남은 조선일보가 매일 수십 부씩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새벽 혹은 아침 일찍 귀가하는 날은 필자가 직접 수거해 보관하기도 한다.

2004년 정기국회 때 44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시민연대(약칭 언론연대)가 신문법 제정안을 입법청원한 바 있다. 이후 국회에서 각 정당들이 제출한 신문법안들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국회 문광위가 주최한 공청회, 한나라당 소속 문광위원들의 면담 그리고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필자가 직접 수거한 며칠 분 조선일보 수십 부(포장지까지 포함된)씩을 불법 무가지 살포의 증거물로 제시하면서 불법판촉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또한 신문시장의 불법판촉 실태에 대해서는 정병국 의원(현 한나라당 문광위 간사)과 박형준 의원(한나라당 문광위원)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편을 드는 언론학자와 법률가들도 다른 문제는 몰라도 불법판촉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동의하고 찬성했다.

그런 배경에서 비록 '반쪽짜리 신문법'이라도 국회 문광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절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신문을 공동배달하기 위한 신문유통원 설립에 관한 조항들이 신문법에 포함될 수 있었다. 따라서 신문법은 사실상 여야합의로 통과되었다고 보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래 놓고 한나라당은 2006년 정기국회에서 자신들의 2007년 대선 집권을 확신하고 신문유통원 예산을 통째로 삭감해 신문유통원을 없애려고 집요하게 기도했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무책임한 '딴나라당' 소리를 듣는 것이다.

홍석현의 철저한 이중성

경품을 받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억울한(?) 피해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극히 일부 지국이나 1부 판촉 할 때마다 2-3만원씩 받는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판촉 요원들이 그들이다.

지난 해 조선일보로부터 경품을 받은 뒤 신분이 확인되자 경품을 제공했던 판촉요원이 "한번만 만나 달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문시장 실태를 잘 모르고 밥 먹고 살려고 하다 그랬으니 딱한 사정을 한번만 봐 달라는 것이다.

지난 달에는 중앙일보 지국 판촉 요원으로부터 출근하다가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백화점 상품권 5만원(6개월 12일치 무료신문 제공)의 경품을 받은 적이 있다. 본사나 지국의 지시를 받았던지 집으로 찾아와 울면서 딱한 사정을 얘기하며 상품권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5만원짜리) 상품권은 돌려 줄 수 없다고 얘기하고, 대신 현금 5만원을 줘 돌려보냈다. 가슴이 무척 아팠다.

홍석현 회장에게 묻는다. 1994년 삼성에서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온 뒤부터 중앙일보가 삼성의 지원을 배경으로 경품과 무가지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신문시장을 초토화하기 시작한 사실을 부인할 것인가?

신문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당신 입으로 다른 신문들과의 '상생'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앙일보가 한 번도 불법 경품, 무가지 살포를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부인할 것인가?

신문시장을 초토화해 '돈 놓고 돈 먹기'식 놀음판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 사이에 양다리 걸치기를 하며 지상파 TV 방송마저 차지해 복합미디어그룹을 완성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것인가?

▲ 공정위 민원신고센터의 신문불공정거래신고 메뉴.

계열사 76개 가진 중앙일보(보광)그룹, 제주도 섭지코지에 20만평 리조트 건설

2004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중앙일보그룹(보광계열사 포함)은 상호출자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계열사 73개를 가진 59번째 기업집단군이 됐다. 자산이 물론 2조원이 넘는다. 2006년 6월 발표 때에는 주식회사가 3개 더 늘어 76개가 되었다.

중앙일보그룹의 마지막 76번째 주식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섭치코지와 일출로 유명한 제주도 성산포 일대에 환경보호단체들의 반대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유수면을 매립해 골프장과 팬션을 포함하는, 20만평 규모의 해양관광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회사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에는 이미 분양을 알리는 전면 컬러광고가 게재된 바 있다. (2007년 1월 30일자 중앙일보 7면 전면광고)

중앙일보그룹은 이미 미디어 및 미디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회사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수평, 수직 계열상으로 언론과 관련된 회사가 없는 것이 없는 셈이다. 지상파 TV 방송만 빼고 케이블 TV 채널만 5개를 가지고 있다. 방송 장비 업체도 소유하고 있다.

중앙일보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호출자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기업집단군으로 발표하자 보광 소속 주식회사 40여개를 중앙일보로부터 분리를 신청해 승인을 받은 상태다. 편의점 훼미리마트도 소유하고 있는 보광그룹이 중앙일보에서 형식상 분리됐지만 사실상 중앙일보그룹이나 마찬가지다. 보광그룹은 홍석현 회장과 그 형제들이 지배주주이고 셋째 동생인 홍석규씨가 보광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지상파 TV 채널만 3개를 포함하는 거대한 복합미디어그룹을 가진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가 수상(首相)으로 장기집권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 홍석현과 중앙일보그룹이 복합미디어그룹을 완성하기 위해 남은 지상과제는 딱 하나다.

중앙일보가 지상파 TV 방송을 갖는 것은 삼성그룹의 이익과도 무관하지 않다. 신문시장은 이미 초토화해 다른 작은 신문들은 사실상 고사시켜 놓고 독과점체제를 구축했으니 남은 과제인 지상파 TV 방송 장악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할 것이 뻔하다. 그 중대한 고비는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될 것이다.

방상훈의 기만 행각

방상훈 사장의 이중성과 기만 행각도 홍석현 회장에 결코 못지 않다. 동아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등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다음 날 오후 교보문고에서 필자는 방상훈 사장을 우연히 만났다. 신문법에 대한 위헌심판을 청구한 조선일보의 주장과 관련 선 자세로 20여분간 논쟁을 벌였다.

당시는 홍석현씨가 주미 대사로 임명된 뒤였다. 신문공동배달제가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이른바 '반(反) 노무현' 신문들을 겨냥하거나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강제로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그동안의 조선일보 등의 주장을 반박하자, 방상훈 사장은 의의로 솔직하게(?) 이렇게 얘기했다.

"신 위원장! 위원장이나 나나 중견언론인으로서 목표는 같지 않나? 다만 가는 길과 방법론이 다를 뿐이지. (중앙일보 사주이자 회장으로 있다 주미 대사로 간 홍석현씨를 염두에 둔 듯) 나는 말이야 평생 언론인으로 남을 거야! 그리고 신 위원장, 중앙일보가 경품을 뿌려대고 있는데, 정말 신문 경품 돌리는 것은 우리 조선일보도 반대야. 우리는 경품은 안 돌릴 거야. 그러나 신문 확장지는 뿌려야 한다고 봐! 그런데 신 위원장, 공동배달제를 시·군·구부터 먼저 시작하면 안될까?" 그 말을 듣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잠시 뒤에 내색 않고 다시 물었다. "정말 경품은 안 돌릴 거죠?" 돌아온 대답은 정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철썩 같은 약속은 거짓임이 곧 드러났다.

아무리 뻔뻔하다고 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신문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1년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을 거짓말과 왜곡이 범벅된 내용으로 도배질하더니 신문법의 과실(果實)은 따 먹겠다는 것 아닌가!

방상훈 사장이 의외로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낸 것은 사실 지금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이 처한 위기의 구조와 본질을 반영한 것이다. 발행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신문들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중장기적으로는 조선, 동아, 중앙 등 족벌신문들도 재무구조가 악화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산이나 사내유보이익이 많아 부수가 적은 신문들과 비교할 때 단기간에 부도나 존폐의 위기가 올 가능성이 낮을 뿐이다.

조선일보 등 족벌신문들이 이미 군(郡) 단위 지역에 있는 지국들을 폐쇄하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배달 인력난과 비용 등 채산성이 맞지 않아 작은 시(市)들의 변두리도 신문을 배달 못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니 속으로는 신문유통원이 공동배달을 시군구 단위부터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방상훈 사장의 이중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방상훈 사장이 조선일보가 경품을 돌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미디어오늘 기자 등과 오찬을 하면서도 경품은 뿌리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나중에 조선일보 지국장을 지낸 분이 필자에게 고백한 내용이다. "방상훈 사장이 조선일보 지국장들을 모아 놓고 경품은 돌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연단을 내려오는 순간, 조선일보 판매담당자들이 지국장들의 휴대전화에 보내는 문자 메시지가 들어 온다"는 것이다.
내용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판촉하세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판촉하라고 사실상 강요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신문들, 특히 조선, 동아, 중앙 등 족벌신문들의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기의 한 원인이 깔려있다.

▲ 신문구독 신청을 한 후 받은 상품권과 영수증
ⓒ 이경태

중앙일보, 자연절독율 연간 48%에 달해

자연절독율이라는 게 있다. 어떤 신문을 구독하다가 이사를 가거나 싫증이 나서 신문을 끊는 바람에 저절로 줄어드는 (유가)부수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 신문들의 연간 평균 자연절독율은 15-2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부수를 독자들에게 확장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1년에 (판매)부수가 15~20%씩 떨어진다는 뜻이다.

조선, 동아, 중앙 등은 어떨까? 중앙일보는 연간 자연절독율이 무려 48%나 된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놀라지 말기 바란다. 추정치가 아니다. 홍석현 회장이 2004년에 공동배달제를 추진하려던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5개 신문사 사장들을 만나 고백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자연절독율은 얼마나 될까? 두 신문사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 관계자들이나 지국 관계자 등의 증언을 종합해 추정해 볼 때 40% ± 알파(α)가 될 것 같다.

본사와 지국 사이의 불평등 계약도 한 몫

본사와 지국 사이에 배달 계약을 맺는데, 흔히 '노비 문서'라 불릴 정도로 불평등계약이라고 지국장들은 입을 모은다. 저절로 독자수가 줄어들어도 떨어진 부수를 인정하지 않고 계약서에 기재된 부수만큼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확장 수당 등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지국에 불이익을 준다.

때문에 지국(장) 입장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품과 무가지를 뿌려대며 판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 세 족벌신문을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경품과 무가지를 뿌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데 있다. 간혹 발행부수가 작은 신문들의 극히 일부 지국에서 경품을 제공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있으나 조선, 동아, 중앙 등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신문: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유일한 제품

우리나라 신문들의 구조적 위기와 메커니즘, 즉 악순환의 고리를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일반상품, 즉 서비스상품을 제외한 공산품의 가짓수는 대략 1만 2천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제품'이 하나 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천민자본주의 신봉자들이나 추종자들이 입만 열면 떠들어대는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제품이 있는 셈이다.

그것은 바로 일간신문이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반일간신문들의 경우 예외 없이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족벌신문들이 입으로는 시장원리 운운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만든 제품은 제조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팔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봄 제주도에서 열린 신문판매협의회에서 김효재 당시 조선일보 판매국장(현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됨: 2007년 2월 8일 미디어오늘 기사)이 공개한 조선일보의 1부당 한 달 제조원가는 1만6천원이었다. 발행규모와 경영조건이 비슷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제조원가도 조선일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들의 월 구독료가 1만2천원이므로 신문 1부당 4천원씩 손해를 보고 파는 셈이다. 물론 광고수입을 제외한 계산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지국에서 독자로부터 구독료를 1만2천원 받아서 배달비용 등을 제하고 본사에 입금하는 실질 구독료 수입은 1부당 전국 평균 4천원도 안된다. 따라서 실제로는 신문 1부를 팔 때마다 한 달에 1만2천원 정도 제조원가에 미치지 못한다. 광고수입을 제외할 경우 그만큼 밑지고 파는 셈이다.

만약 조선, 동아, 중앙의 (유가)부수를 각각 1백50만부로 계산할 경우 광고수입을 제외한 이 신문들의 한 달 영업손실액은 각각 180억원이나 되고, 연간으로 따지면 영업손실액이 무려 216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각각 2천억원이 넘은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광고를 싹쓸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문사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우리나라 신문들의 전체 매출액 중에서 광고수입과 구독료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97년말 IMF 외환위기 전에는 대략 8 대 2 정도 되던 것이 갈수록 벌어져 지금은 9 대 1 정도다. 일본 신문들의 경우는 광고수입과 구독료수입 비율이 우리와 정반대로 대략 4 대 6 정도다. 재무구조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셈이다.

일본 신문들과 달리 우리나라 신문들은 광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대형 광고주에 목을 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신문들의 대형 광고는 크게 보아 세 분야밖에 없다. 첫째가 전자와 정보통신(IT) 상품들이고 둘째가 아파트와 상가 분양 광고, 그리고 마지막이 백화점 (바겐세일) 광고다. 그 다음으로 많은 광고가 자동차와 교육 관련 광고다. 구조적으로 신문들이 광고주, 즉 재벌과 자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조선일보의 대 정부 요구: '무조건 공급을 늘려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이 부동산 정책에 관해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를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최근에서야 벌어지고 있지만,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경실련이 2004년 9월 15일 중요한 발표를 한다.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만 토지개발공사와 주택공사 그리고 민간 아파트건설업자들이 택지 가격과 건설비 등에서 폭리를 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를 조사해 발표했다. 무려 7조원이 넘었다.

아파트 건설 원가를 공개하고, 택지 조성과 건설비 등에서 폭리를 취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수도권의 경우 현재 분양가의 40%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을 경실련은 면밀한 조사를 통해 밝혔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소식인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선일보 등 족벌신문들은 이 기사를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왜? 아파트 공급 물량을 무조건 늘려야 아파트와 상가 분양 광고를 많이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선일보 등이 주택정책에 관해 정부에 대해 요구하는 핵심은 지극히 간단하다. "무조건 (아파트) 공급 물량을 늘려라." 조선일보가 분양가 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기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태그:#조중동, #고맙다, #신고, #포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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