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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정점에 오른 이들. 흔히 우리가 '거장'이라 부르는 이들의 만남은 거대한 울림을 자아내곤 한다. 그 만남의 결과물이 예술작품일 경우에는 더 말해 무엇하랴.

▲ <모두의 노래> 표지
ⓒ 알레스뮤직
월드뮤직 전문레이블 '알레스 뮤직'에서 출시된 <모두의 노래>는 민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노벨상 수상자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시에 그리스 음악의 살아있는 거장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가 곡을 붙인 작품이다.

시인이자 칠레의 외교관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거처를 삼으며 떠돌이 삶을 살았던 네루다의 눈에 비친 것은 전쟁, 독재, 식민통치를 비롯한 각종 사회모순으로 가득찬 '현실'이었고 그것은 곧 그의 시로 거침없이 표현되었다. 칠레 민중들은 모호한 훈계와 설교를 늘어놓는 대신 그들의 삶 자체를 노래한 네루다를 추앙하기 시작했고, 그 물결은 라틴 아메리카를 넘어 저 멀리 그리스의 위대한 작곡가 테오도라키스까지 도달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 테오도라키스는 1000여곡에 달하는 민중가곡을 작곡한 음악가이기 이전에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저항 운동가였다. 군사정권의 압제를 벗어나 파리의 망명길에 오른 그에게 네루다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자신의 민족 그 이상의 가치를 향해 발을 한 발짝 내딛는 것을 의미했다.

이전에도 많은 이들에 의해 네루다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지고 사랑받아 왔지만, 테오도라키스의 <모두의 노래>는 두 거장의 교감이 발현되었다는 점에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기념비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민중들에게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모두의 노래>는 <네루다 탄생 100주년 기념 국내최초 출시>라는 홍보문구 이상의 가치를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다.

81년 뮌헨 올림픽 홀에서 테오도라키스가 직접 지휘한 공연 실황을 CD 2장에 담은 이번 앨범은 70여쪽에 달하는 해설지에 네루다의 서사시 '모두의 노래'가 국내 최초로 완역돼 실려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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