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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351개 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인 '이라크 파병반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민의 안일과 세계의 평화가 달린 문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국익이고 한미동맹인가?"하고 반문하면서 노무현 정권의 파병 결정은 "이제까지의 잘못을 다 합한 것보다 더 큰 잘못"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이번 파병 결정은 미국의 침략 전쟁을 대리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라크의 평화는 이라크에서 모든 군대가 떠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노무현 정부가 파병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번 재신임에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묻는 국민심판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민행동은 일본의 아키타 평화위원회 등 300개 단체와 함께 이라크로부터의 미군 철군을 주장하는 '미국의 이라크 파병요구에 대한 한일 민중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한일 양국은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의 중학생 회원 정선혜양이 발언대에 올라 이라크 민중을 학살하는 파병을 반대했다. 22일부터 파병저지를 위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 서총련 박재익 의장(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문제의 본질은 더러운 제국주의에 편승해서 학살을 하느냐 마느냐이며 우리 국민들이 용병으로 끌려가 이라크 민중을 짓밟는 죄를 짓느냐 마느냐"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베트남 전쟁을 상기하며 "한 달 뒤에 수십구의 시체가 인천공항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우리 젊은이들이 고엽제나 정신병으로 고통받고 나서야 파병을 후회하겠냐"고 반문했다.

 

4천여 참가자들은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하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집회 현장에서 만난 반전의 목소리들.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나-정선혜(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회원·중학교 2학년)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을 처참하게 짓밟고 죽이는 것이 전쟁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전쟁의 야만성과 참혹함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파병 결정이 특종이라도 되는 듯 떠들어대기만 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왜 외면하는가?

 

주위에서는 자꾸 이런 집회에 참석하면 학교측의 제제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할 뿐이다. 앞으로도 내가 속한 '희망'을 통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싶다."

 

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려 하나? - 김덕엽('다함께' 회원)

"지난 2월 5일 세계반전집회 때부터 꾸준히 반전을 이야기 해 왔다. 재신임 정권의 혼란을 틈타 독단적으로 파병 결정을 내린 노무현 정권에 실망이 크다. 그러면 국민들이 은근슬쩍 넘어가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주말마다 서울 각지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나가는 시민들 역시 파병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한 어머니는 "내 자식같은 젊은이들을 이라크에 보낼 수 없다"며 서명을 하시기도 했다. 베트남전과 지난 걸프전을 떠올려보라.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왜 또 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려 하는가?"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우리와 같은 소수자들 - 강형진(동성애자 인권연대 활동가)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이 성적 소수자, 장애우와 같은 소수자들이다. 우리는 2차대전 당시 학살당했던 수많은 소수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전쟁을 반대하고 파병반대를 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직은 동성애자 깃발을 내세우고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쉽지않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 사람 한 사람 묶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동성애자가 집회에 나온다고 해서 특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는 이 자리에 나올 것이다."

 

목숨 걸고 파병 반대 - 황선영(서울지역 100인 대학생 비상시국단식단)

"다음주 월요일부터 단식을 시작한다. 단식은 목숨을 거는 행위다. 단식을 해서 죽든 전쟁으로 죽든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이라크 민중들 역시 두려울 것이다. 왜 그들의 두려움을 외면하는가? 내가 두려운 만큼 그들도 두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가족들에게는 걱정끼칠까봐 말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내 뜻에 공감하며 지지단식을 해주기로 했다. 이번 파병만큼은 생명을 걸고 저지할 것이다."

 

한총련이 앞장서서 파병결정 철회 할 것 - 정재욱(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

"파병은 명분없는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권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군대에 있는 젊은 세대들을 이라크로 내보낼 수는 없다. 이라크 전쟁에 내는 비용은 청년실업이나 교육과 같은 시급한 현안에 쓰여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또 그것을 지켜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인식해야 한다. 당장 이라크에 있는 우리 또래의 젊은이들을 죽여야 한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 학살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한총련은 이에 앞장서서 파병반대를 외칠 것이다.우선 총학생회장들을 중심으로 한 단식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나도 다음주 월요일부터 단식을 시작한다. 지난 주부터 시작한 릴레이 행동전을 이어 진행함으로써 누구나 파병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11월 1일 학생의 날 기념행사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행사들로 채울 것이다. 물론 주위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현실론적인 생각들이 많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뭔가가 달라질 것이냐는 회의론적인 의견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젊은 세대라는 것이며 지금의 파병결정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다른 나라에 휘둘렸던 슬픔을 벌써 잊었는가? - 김헌준(직장인)

"원론적으로 '침략전쟁'이라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나라인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겪은 나라다. 이라크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미국의 편에 설 수 있는가? 그건 말이 안되는 것이다. 내가 비록 큰 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집회를 하면 이렇게 참석해서 우리의 뜻을 보여주는 데 조그만 힘이 되고 싶다."

 


태그:#파병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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