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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일 '노무현 브리핑'에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측은 이번 대선의 의미를 네 가지로 규정했다. 물론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전제로 한 의미 부여였고, 선거운동 종료 D-1시간 30분에 터진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지지철회'라는 '자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일이다. 그러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정몽준 대표의 '자해 소동'에도 불구하고 '바보 노무현'의 원칙과 낙관주의는 끝내 승리를 일궈냈다.

지역구도 깨는 국민통합

▲ 노 후보는 지난 30여년간 한반도 남쪽의 동서를 가로막고 있던 지역감정의 높은 벽을 무너뜨리고 비교적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은 대통령으로 탄생했다.
우선 이번 대선은 지난 71년 박정희-김대중 후보의 양자대결 이후 31년 만에 치러진 양자 대결구도에서 노무현 후보가 전국적 고른 지지를 얻어 승리함으로써 지역구도를 깨고 국민통합을 이뤄낼 기반을 조성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노 후보는 지난 30여년간 한반도 남쪽의 동서를 가로막고 있던 지역감정의 높은 벽을 무너뜨리고 비교적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은 대통령으로 탄생했다. 이로써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지역구도 타파의 큰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지역통합을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쌓는 의미도 있다. 지역갈등이 고착화된 87년과 92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와 김영삼 후보는 호남에서 10% 미만의 득표에 그쳤다. 97년에는 김대중 후보가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 최고 15%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97년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을 앞서거나 버금가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노 후보의 전국적 고른 득표는 그가 정치 입문 이후 14년간 헌신해온 동서화합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그가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주의 청산 국민통합의 정치 능력위주 인재등용 등 '정치개혁' 프로그램의 성공에 큰 힘을 얻을 전망이다.

@ADTOP5@
국민참여 이끌어낸 최초의 국민경선 후보

▲ 이번 대선은 최초로 국민경선에서 선택받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번 대선은 또 최초의 국민경선 후보라는 기록과 무려 두 차례의 국민경선에서 선택받아 대통령 후보로 뽑혔다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는 한국 선거운동사에도 한 획을 긋는 정치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후보단일화 협상 등 정치적 고비마다 국민들의 뜻을 물었고, 국민들은 어김없이 그를 선택했다.

쿠데타 혹은 '체육관 선거' 혹은 여권내 후보계승으로 이어지는 낡은 '대권 세습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국민선택으로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두 차례나 국민경선을 치른 것은 전무후무할 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민경선은 국민을 정치 소비자에서 정치 참여자로 만들었고, 철저한 후보자질 검증과 지역주의 정치 해소, 젊은 층의 정치참여와 관심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향후 선거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이런 절차를 통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정치개혁 시동도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경선을 통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는 3김시대 청산, 국민적 합의와 참여의 결과, 흔연한 결과승복에 이은 막판 번복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서도 이끌어낸 '원칙의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또 단일화 협상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면서 끈기 있게 단일화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선거문화'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한국정치의 질적 변화의 단초를 마련했다.

@ADTOP6@
인터넷 기반한 국민참여정치 활짝

이번 대선의 세 번째 의미는 국민이 정치의 주체, 정치의 전면으로 나서는 21세기형 새로운 정치 대실험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한 국민의 직접참여시대를 활짝 여는 새 정치의 가능성이 증명된 것이다.

▲ 노무현 후보가 죽도시장 유세 도중 포항시민들로부터 '희망돼지' 저금통을 전달받고 밝게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중에서도 인터넷은 노 후보를 우뚝 세운 가장 큰 디딤돌이었다. 7만여명의 자발적 회원이 중심이 된 국내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의 결성은 노 후보를 한국정치를 바꿀 새로운 희망의 대안으로 일으켜 세웠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국민참여운동이 막을 연 셈이다. 바로 이 인터넷 기반이 있었기에 노 후보는 국민경선은 물론 당내 분란, 후보 단일화과정, 이후 선거운동 기간 중에 '정보의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하며 노 후보 승리의 견인역할을 한 네티즌들의 적극적 참여로 국민지지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

그의 공식 홈페이지는 일찌감치 1일 방문자수 40만명을 돌파했고,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선거 참여조직 '백만서포터즈' 회원은 5400여명을 넘어섰다. 여기서 생성된 커뮤니티가 130여개, 동전 분류와 운전, 사무보조 등 궂은 일을 자청한 자원봉사자도 1500여명을 넘었다.

새로운 국민참여 캠페인은 차비는 물론 식대도 자비 부담으로 참여하는 거리유세로 이어졌으며, 선거를 춤추고 노래하는 아름다운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켰다. '100만명이 1만원씩 모아 새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노 후보 말을 현실화시킨 힘의 근원도 국민참여였다. 국민성금 참여자는 D-1일 상황인 12월 18일 현재 18만여명, 67억원을 넘어섰다.

'낡은 정치'와 결별한 정치개혁 첫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무엇보다도 그가 오랜 세월 몸으로 주창해 온 '낡은 정치 타파'와 '정치개혁'의 화두를 한국정치의 절박한 과제로 부각시키면서 그 스스로 대변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부터 낡은 정치의 관행을 깨는 신선한 행보와 도전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받아왔다.
▲ 11월 27일 아침 부산에서 공식적으로 첫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주먹을 쥐어 보이는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랜 세월 고집스럽게 소신과 원칙의 한 길을 걸어온 혹독한 대가로 숱한 정치적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그 고난은 측근·가신·계보·검은 돈에서 자유로운 최초의 대통령 후보로서 그리고 정몽준 대표의 막판 '지지철회'로 이제는 '국민에게만 빚을 진' 지도자로 자리매김 되었다.

노 후보는 측근과 계보 정치인이 없는 현실정치의 한계로서 후보가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시달리고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국민적 지지로 구정치의 구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집권하면 가장 먼저 낡은 정치 청산의 일환으로 민주당부터 개혁해 국민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선언도 그가 얽매일 것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약속이었다.

낡은 정치의 상징인 검은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당당히 국민 지지를 받은 것도 그가 부패에서 자유로운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획기적 계기였다. 특히 그가 지향해온 수평적 '네트워크형 리더십'은 그가 수 십년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3김 정치를 근본으로부터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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