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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8년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사랑 진실 인간'을 사시로 걸고 새 일간신문을 창간했다. 국민일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난 해부터 국민일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행태들은 국민일보가 내 건 '사랑 진실 인간'의 가치를 의심스럽게 만든다.
국민일보를 창간한 조용기 목사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태의 원인 제공자가 자신의 큰 아들이자, 국민일보 대주주인 조희준 씨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문순, 이하 언론노련)은 여의도 국민일보사 앞에서 '국민일보 사주 조희준 전횡 규탄 및 경영정상화 촉구대회'를 열었다.

언론노련 산하 노조원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2백여 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는 국민일보의 대주주인 조희준 씨의 전횡으로 초래된 국민일보 파행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

조희준 씨가 국민일보 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해 8월, 조씨는 '구조조정'과 '자립경영'을 명분으로 국민일보사에 대한 대규모 분사와 전적을 추진하는 한편, 11월에는 자신도 국민일보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에 따라 국민일보는 출판국, 제작국, 수송부, 편집국, 조사부 등 신문사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부서들이 모두 분사돼, 조씨가 새로 설립한 '넥스트미디어그룹'이라는 회사로 넘어가 버렸다. 조씨는 현재 '넥스트미디어그룹'의 회장.

한편 국민일보 발전 재원으로 사용한다며 2년 전 독자들로부터 모집한 평생독자회비도 관리조직의 분사와 함께 국민일보에서 '떠나갔다'.
또 당초 명분으로 내세웠던 국민일보의 자립경영은 '자립'을 이루기는커녕 지난 1월부터 노동자들의 월급도 체불되는 최악의 경영악화 상태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급여의 '연봉계약제' 전환을 추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에 반해 넥스트미디어는 "TV보다 재미있다"고 자처하는 [스포츠투데이]로 '잘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씨는 '軍정보화사업'에 35억 지원을 약속하는가 하면 오는 5월에는 [파이넨셜 뉴스]라는 경제지를 창간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같은 파행에 맞서 국민일보 노동조합 김용백 위원장은 지난 20일부터 국민일보 정상화를 위한 10개 요구 사항을 사측에 내걸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어 23일에는 언론노련 최문순 위원장까지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29일 김 위원장은 단식 10일째를, 최 위원장은 7일째를 맞고 있으나, 조씨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 노조는 27일 비상총회를 열고 임금체불 등과 관련 쟁의발생신고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 93%의 찬성으로 쟁의발생신고를 결의한 상태다. 언론노련, 민주노총 등 관련 단체들도 국민일보 노조와의 연대에 적극 나설 것을 밝혀, 국민일보 사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각 언론사 노조위원장들과 시민단체 대표 등이 국민일보 노조에 대한 지지연설에 나섰다. KBS 노조 현상윤 위원장은 "종교를 통해 거대한 부의 울타리를 치고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조차 체불하는 반사회적 행위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부회장은 "이번 사태는 국민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사를 사주 마음대로 주무르는 행태에 대항해 싸우는 것은 신문개혁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포츠조선 이영식 위원장은 '국민일보 사원과 언론노동 동지께 드리는 글'이라는 연대사를 통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김용백 위원장을 두고 "세상에서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조회장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자신이 가진 많은 것 중 일부를 잃지만 한사람의 노동자는 자신의 전부를 잃는다"며 조희준 씨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씨가 국민일보를 살릴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 이전에 약자에 대한 '종교인의 양심'으로만 보더라도 생존의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을 방치하는 것은 부당하다.

조희준 씨는 '사랑 진실 인간'의 가치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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