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낙동강 삼락둔치 쫓겨나는 농민들

오늘 오후 부산시 낙동강 하류 삼락둔치. 백로 수십마리가 삼락지구 수변구역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지는 게 아쉬운 듯 시커먼 흙 위에 앉아 떠나질 않습니다. 한달 정도 뒤면 수변구역은 낙동강 준설토 작업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 낙동강의 수로를 넓히는 과정에서 수변구역과 일부 농지가 잘려나가게 됩니다.

이런 계획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은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큰기러기와 큰고니 등이 서식하는 생태보존 1등급 지역인 삼락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준경 낙동강네트워크 사무처장] "비오톱 서식 1등급, 생물종 다양성 1등급, 생물서식조건 1등이라서 절대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인정받았는데 4대강 사업 한줄 때문에 다 잘라버리게 되고요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잖아요. 그러다보니까 큰 고니같은 것들이 많이 오는데 지금 낙동강 하구의 개발 과정에서 큰 고니가 3천마리 정도 오다가 작년에는 1천마리 밖에 못 왔는데 그것도 먹이가 없어서 굶어죽고 했거든요."

삼락둔치 안 농지구역. 말라버린 농작물 뒤로 건설장비가 굉음을 내며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삼락둔치 공사가 시작되면서 수변구간 뿐만 아니라 일부 농지도 사라질 운명에 처했습니다. 농민들이 최근 보상 조건에 합의했다고는 했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그대로입니다.

[하원오 부산농민회 회장] "국민 살리자고 나라 살리자고 4대강 사업하니까 피해보는 주민 없이 보상하겠다고 자기네들이 공식적으로 한 말도 (안 지켰어요.) 이게 강을 살리는 겁니까. 죽이는 거지. 결국은 사람 죽이는 사업을 하고 있고, 강만 죽이면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사람까지 다 죽이고."

이런 가운데 지역 천주교 신도들과 주민들이 삼락지구를 지키기 위한 생명미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이들은 삼락둔치에 모여 수변구간과 농지를 보존해 자연을 보호하고 농민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자며 두 손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정부는 강을 살리겠다며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준설과 수로 확장으로 자연파괴는 물론 강변에 살던 동식물과 농민들의 터전까지 빼앗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09.1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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