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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2세 환우 고 김형률 추모제가 오는 5월 25일 열린다.
 원폭2세 환우 고 김형률 추모제가 오는 5월 25일 열린다.
ⓒ 한국원폭2세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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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자 2세이며 반핵평화운동가인 고 김형률 19주기를 맞이하여, 앞서간 한국원폭피해자 2세들도 같이 추모하는 자리에 모시고자 하오니 함께 해주시면 그리움이 비핵평화의 바람이 될 것이다."

한국원폭2세환우회(회장 한정순),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회장 이태재)가 오는 25일 오후 합천원폭자료관 광장 김형률 추모비 앞에서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부산 출신으로 원폭 피해자 2세 환우였던 고 김형률(1970~2005년, 金亨律)인권운동가와 함께 먼저 간 원폭2세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제다.

김형률 인권운동가의 어머니가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때 피폭을 당했다. 김형률 인권운동가와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던 김명기는 1년 6개월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김형률 인권운동가는 왜소한 체구로 늘 기침을 달고 살던 유년시절부터 온갖 병치레에 시달렸고, 대학 다닐 때 급성폐렴으로 고생을 했다. 그는 2002년 3월 22일 한국청년연합회 대구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원폭 후유증을 앓는 2세 피해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고인은 원폭2세 환우에 대한 진상규명과 인권‧평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청원운동을 벌였고, 2005년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의 과거 청산을 요구하는 국제연대협의회 심포지엄'에 참가했다가 귀국 후 닷새만인 그해 5월 29일 숨을 거두었다.

김형률추모사업회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해마다 열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다른 원폭2세 피해자들을 함께 기리는 추모제를 열기로 한 것이다.

"아프다 보니 제대로 배우지도 못해 가난"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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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순(66)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폭2세들의 힘든 삶을 털어 놓았다. 환우회가 지금까지 파악한 원폭2세 사망자는 10명 정도이고, 대부분 40~50대다. 암과 피부병 등 여러 질병을 앓다가 숨을 거두고 있다.

각종 질병을 앓아 원폭2세환우회에 가입한 회원은 전국에 1350여명이고, 원폭2세후손회 회원은 3000여명 정도다. 한 회장은 "환우회에는 어딘가 몸이 아픈 2세들이 가입해 있다"라며 "후손회 회원의 경우 지금은 아프지 않지만 앞으로 아플 수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원폭2세들은 가난과 정신적 고통도 심하다고 한다. 한 회장은 "정신질환을 앓는 회원들이 많다. 스트레스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또 가난에도 시달리고 있다. 아프다 보니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진다. 그래서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다"라고 했다.

한정순 회장도 힘들게 살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한 회장은 다리 발목이 아파 관절수술을 지금까지 12차례 받았다고 했다. 한 회장은 "어떤 사람은 평생 한번도 수술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라며 "그런데 저는 관절수술을 12번이나 받았다.(매일의) 삶이 그냥 병원에 갔다 왔다 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한 회장의 아들도 장애를 갖고 있다. 한 회장은 "아들이 태어나 3살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았고 지금 40대 초반인데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저는 아들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말 힘들다"라며 "그래도 저는 아프다고, 힘들다고 소리라도 치는데 이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힘들게 사는 피해자들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원폭2세는 1만 5000명에서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정부로부터 의료비 지원은 원폭1세 피해자만 대상이고, 3세는 물론 2세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관련 단체들은 특별법 개정을 오래 전부터 요구하고 있다.

한정순 회장은 "특별법의 지원 대상에 2~3세가 빠져 있다.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2세 환우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가 원폭2세 피해자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열리는 추모제는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원폭자료관,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합천평화의집,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일반핵평화연대가 함께 한다. 

전병환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부회장이 사회로, 이태재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 심진태 합천원폭자료관 관장, 장석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관장, 이남재 합천평화의집 원장 등이 추모사를 한다.

또 유족인사, 분향‧헌화, 추모공연이 이어지고 참가자들이 모두 합천군공설봉안당을 참배한다.

태그:#한국원폭2세환우회, #김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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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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