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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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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하자마자 바로 기후위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1~2년 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어영부영하다가는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고 또 기후위기 해결은 후순위로 밀린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지난 10일 끝난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평가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코 앞에 닥쳤고, 이를 해결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앞으로 구성될 국회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지난 선거가 '기후총선'이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살펴보고 따져 공개해 유권자들이 후보 선택하는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종권 대표는 "환경단체는 기후총선이 돼야 한다고, 기후위기 대응을 총선의제로 삼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후공약을 찾기 어려울 만큼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라며 "그러거나 말거나 기후위기의 재앙은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박종권 공동대표와 지난 12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번 국회의원들은 세계를 구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있다"

- 이번 총선에서 후보들이 기후공약을 어느 정도 내세웠는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별로 없었다는 말처럼 기후총선이라고 말들을 했지만 실질적인 기후공약은 별로 없었다. 경남 창원지역 후보 11명 가운데 2명은 아예 기후공약이 한 건도 없었다. 대구 당선자 11명 중 기후공약이 있는 당선인은 2명이었는데 기후위기대응 재원 확대와 컨트롤타워 강화, 녹색금융성장 지원을 들었다. 우재준(대구동갑), 이인선(수성을) 당선인인데 기후공약 내용이 거의 같았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경향이다."

- '녹색'을 당명으로 내건 정당도 있었는데.

"녹색정의당의 기후공약은 두 거대 정당의 기후공약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첫 번째 공약으로 기후공약을 내세웠고 기후위기 대응을 총괄 지휘하는 기후경제부 신설, 입법권과 예산 심사권을 가진 국회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 탄소세 부과해 기후배당 실시하자는 공약 등은 훌륭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기후악당인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는 범야권 단일화에 반대하고, 결국 원외 정당이 되어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기후위기 해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요금 현실화 공약이 빠져 녹색정의당마저 국민 인기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웠다."
  
창원기후행동, 5일 용호문화거리 앞 '기후집회'.
 창원기후행동, 5일 용호문화거리 앞 '기후집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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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기후공약은 어땠는지.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째 공약으로 기후공약을 내세웠는데 재생에너지확대(2035년까지 40%), 한국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 할수 있는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기후에너지부 신설, 정의로운전환특구지정, 입법권과 예산권을 있는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국회 상설화 등이 주요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열 번째가 기후공약이었는데 소형모듈원전(SMR) 육성, 기후기금 2배 확대, 기후특위 국회 상설화, 원전과 재생에너지 균형 확충, 탄소 포집과 활용 등이다. 21대 총선에서 기후공약이 전무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지만 원전과 소형모듈원전 확대 등 기후공약이라고 할 수 없는 기후공약도 들어있다. 아직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당이다.

조국혁신당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부총리급 기후에너지부 신설, 기후관계장관회의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 현재 기후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

"안토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기후 정상회의에서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경고하고 화석연료를 서둘러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인사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경제성장을 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면 뭐 하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구에서'라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14년 9월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개인이 전기차로 바꾸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개인의 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훨씬 지났다. 세계의 정부와 기업들이 대단위의 결정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2022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상승했다. 전 세계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깨진 것이다. 1년간의 기록이어서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전 세계의 탄소배출 추세를 보면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지난해 금사과 사태를 겪었고 앞으로 '금쌀' 사태를 겪게 되면 식량 자급률 20%인 우리나라는 바로 식량위기 재난에 직면하게 된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은 2027년 이내 1.5도가 깨질 것이고 50년 빈도의 폭염이 8.6배,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 잦아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태풍피해도 커질 것이고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수산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히고 어중간한 임시 조치만 할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22대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다. 앞으로 4년은 기후위기 해결에서 아주 중요하다. 기후위기 해결의 골든타임이 2년이라고 했다. 이번 국회의원들은 세계를 구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있다. 임기 중에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존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잘한다고 세계의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모든 나라가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다 죽는 거다. 한국이라도 나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지난 5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모른 척 하면서 얌체 짓을 해 왔고 기후악당국이 됐다. 지금이라도 발 벗고 나서서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무역 장벽 때문에 수출이 어렵게 되고 국민 경제가 어려워진다."

"태양광 이격거리 제한 조례 폐기해야"

- 국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나?

"할 일이 많다. 기후위기 해결책은 크게 보면 세 가지다. 먼저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연료 발전을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 둘째로 태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서둘러 확대하는 것이다. 셋째, 석유, 가스, 전기 등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전 세계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세 가지 해결책이다. 이 세 가지 외 다른 해결책은 없다. 원자력, 수소, 탄소 포집 같은 해결책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국회를 열면 즉시 기후위기특위를 구성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당장 석탄발전 중단을 위한 법이 필요하다. 석탄 노동자 대책을 세우고, 석탄발전소 소재 지역의 경제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석탄 발전에 대한 대안으로 태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청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설치에 관한 종합지원책을 세우고 태양광 이격거리 제한 조례들을 폐기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의 선의에 기대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인상하여 소비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전기소비량이 연 1만 1000kWh로 독일의 5900kWh, 영국의 4100kWh, 이탈리아 5000kWh에 비하면 두 배 수준이다.

가정용 소비량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적은 수준인데 기업, 상업용, 공공기관 등에서 낭비가 많다. 전기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올리면 소비가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수익성이 향상돼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게 된다."

-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나?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은 1.7%에 불과해 전기요금을 30% 인상해도 전기요금 비중이 2.2%밖에 되지 않는다. 또 전기요금이 오르면 전기소비를 줄이게 돼 실제로 인상되는 금액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DP) 100만 원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는 0.16톤이다. 일본의 1.8배, 미국의 1.3배, 독일의 2배에 이른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에너지 효율성이 증가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다. 기업 경쟁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오히려 에너지 효율 산업이 신장하고 그만큼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여 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에 도움이 된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국회 개원 하자마자 바로 기후위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1~2년 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어영부영하다가는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고 또 기후위기 해결은 후순위로 밀린다.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지역 개발 건은 시장과 도지사에게 맡기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 경제가 위험에 빠질 기후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기 바란다. 국민의 대변자가 진짜로 할 일이다. 인류 역사의 대전환기에 빛난 이름을 남기는 국회의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창원기후행동, 4월 5일 용호문화거리 앞 '기후집회'.
 창원기후행동, 4월 5일 용호문화거리 앞 '기후집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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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후위기, #기후총선,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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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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