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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기자말]
현주엽 감독
 현주엽 감독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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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영어사전에는 스포츠(sports)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라는 단어가 없다. 스포테인먼트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학술 논문 등에서 등장하는데, 팬 서비스나 시장 확대, 스폰서십 강화 등을 위해 스포츠에 오락적 요소를 결합하는 것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스포테인먼트의 의미가 다르게 쓰인다. 방송 프로그램의 흥미 요소로 스포츠 스타가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방송사는 이들을 통해 시청률을 끌어올린다. 최근 현주엽 휘문고 농구팀 감독이 먹방 출연을 하느라 선수 지도에 소홀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은 진위를 떠나 한국 스포테인먼트의 부정적 단면이다. 먹방 출연 등 겸업을 허용 받았다고 하지만, 정당성 문제가 남는 이유는 지도자는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오태규 연구원)라거나, 적절한 처신은 아니다(김세훈 기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동부 지도자는 윤리적·교육적 사명감을 가져야 하지만, 지도자의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감독으로서의 직업의식만 강조하기보다는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장익영 교수)는 제안도 있다. 

방송국의 작가나 프로듀서가 스포츠 스타를 출연시킬 때 스포츠의 본질이나 스타성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신문선 교수)는 의견도 제기된다. 스포츠 스타 등의 예능 출연이나 유튜브 영상 제작은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 확대나 종목별 홍보 효과도 있다. 반면 희화화되면서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토론 참가자: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장익영 한체대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전 한겨레신문 스포츠부장),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사회 김창금 한겨레 기자
일시: 3월 24일 줌토론

사회자: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도 있고, 시청률도 높게 나온다. 이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스포테인먼트로 본다면, 한국의 스포테인먼트는 스타들의 예능 출연과 이를 통한 오락성의 극대화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치어리더 응원이나 초청자 시구, 가수의 하프타임 공연, 관중 참여 이벤트 등을 포괄하는 스포테인먼트와는 다르다. 최근에는 현주엽 휘문고 농구 감독이 먹방 출연으로 팀 지도에 소홀했다는 학부모의 민원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형 스포테인먼트를 어떻게 봐야 하나?   

장익영: '스포츠 엔터테이너'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 같다. 스포츠 셀러브리티, 스포츠 스타, 스포츠 히어로 등의 용어는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커지면서, K 컬처처럼 이런 식의 조합이 만들어진 것 같다. 현주엽 감독 사건은 학부모 민원 대상이 스포츠 스타여서 주목도가 높고 학교 감독이기 때문에 윤리적 측면에서 지적을 받는 것 같다. 중학교 코치에 대한 강압 논란과는 별개로, 스타들의 방송 출연이나 예능 활동에 대한 점검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  

사회자: 저도 이번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몇 개의 프로그램을 봤다. 김성근 감독도 '최강야구'에 출연하는데, 야구 한길만을 걸어온 김 감독의 아우라가 방송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고교 감독이 상업적 연예활동 겸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오태규: 현주엽 사태는 민원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고교 감독이 상업적 연예활동을 겸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프로 선수 출신이라도 교사 경력이 없으면 고교 야구팀 감독을 곧바로 맡을 수 없었다. 처음엔 10년의 경력을, 그다음엔 5년, 3년, 최근에는 3일 연수 식으로 줄었지만 오랜 기간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또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선수 시절 폭행을 하거나 스캔들에 휘말리면 걸러진다. 현주엽 사건은 과연 학생을 지도하는 감독이나 코치가 상업적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서 '먹방' 같은 것을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를 던져준다. 교육적 관점에서 한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회자: 일본과 비교를 해주셨는데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런 제도가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일단 학교라는 교육 공간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형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같다. 일본이라는 비교 대상이 없더라도, 교육적 측면에서 따져볼 대목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세훈: 보수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본업이 감독이라면 지도자 역할에 좀 더 충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보통 슈퍼 스타들의 자의적인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이 대놓고 싫다고 하지는 않을 텐데, 그렇다고 스타들이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 운동부 대다수는 부모님의 지출로 운영되고, 부모님의 돈은 감독의 월급으로도 이어진다. 슈퍼 스타라면 더 겸손하고, 철저하게, 잘 가르쳐야 한다. 방송 출연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감독의 역할에 철저한 뒤 했어야 한다.

오태규: 학교에서 가르치는 코치나 감독에 대한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학교 운동부 선수들이 꼭 프로팀에만 진출하는 것은 아니고 장래에 여러 길이 있다. 스포츠 지도자는 덕성을 키우고 모범이 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먹방 프로그램에 나가서 히히 낙낙한다면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 겸직 허가를 받았다고 면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 이뤄지는 지도자에 대한 규제가 심한 것 같지만, 학생 선수를 가르치는 지도자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다.

사회자: 학교 운동부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개인과 구조의 두 측면에서 얘기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지도자는 개인적으로 책임감과 성실성을 갖춰야 하고, 지도자를 채용하는 학교에서는 최소한 교육적 자질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스타 몇 명 빼고는 지도자들이 겪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장익영: 학생 운동부 얘기가 나왔는데, 여러 문제 가운데 중요한 것이 지도자에 대한 처우다. 프로스포츠 출범 전인 70년대 80년대를 보면, 그때 지도자들의 지위가 더 안정적이었다. 지금은 계약직이고,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없다. 학교나 국가 차원의 지원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개인들이 소소하게 내는 돈에 크게 의존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고용 안정을 보장받지 못하고 전업으로 할 수 없고, 최근에는 스포츠 스타가 아니더라도 개인 유튜브를 많이 한다. 물론 현주엽은 슈퍼스타로 다르기는 하다. 기본적으로 교사나 감독이나 윤리적, 교육적 사명감과 직업의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지원되지 않은 형편도 고려해야 한다. 스포츠 스타 몇 명을 빼고는 지도자들이 겪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오태규: 중요한 지적이다. 한쪽으로 보면 일탈이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지도자들이 자기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느냐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저도 학창 시절을 회고해 보면 그때 동창들이 돈 모아서 야구부를 지원했다. 학교 체육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코치, 감독을 학교의 일원이 아니라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봤다. 성적을 내는 기술자로만 봤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관점이 없었다. 공립학교라면 교원에 준하는 자격을 주어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그러면서 윤리적 의무도 강화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 스포츠 스타의 방송 예능 진출 등 은퇴 뒤 활동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개진됐다. 다른 한편 지도자 스펙트럼의 반대쪽에 있는 현장 지도자들이 겪는 열악한 직업 안정성의 문제 등 구조적인 얘기도 나왔다. 똑같은 선수라도, 현역 시절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슈퍼 스타냐 아니냐에 따라 은퇴 이후의 길이 완전히 갈라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뭉쳐야 찬다'에 나오는 선수들은 각 종목이나 영역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거나 국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 훈장을 받은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국위선양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

장익영: 스포츠 스타들의 상업적 활동의 배경엔 미디어의 상업주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고, 시청률도 높으니 미디어에서 데려다 쓴다. 다만 출연자는 스타여야 한다. 예를 들어 '뭉쳐야 찬다'에 나오는 선수들은 각 종목이나 영역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거나 국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 훈장을 받은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국위선양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 이런 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시청자에게 소비되고, 프로그램은 반복된다.

미디어는 마치 '이 사람들 봐! 열심히 해서 메달도 땄고, 이런데 나와서 축구도 열심히 하고, 또 이겨'라는 식의 담론을 만들어 낸다. 시청자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미디어는 이런 담론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아직 미디어 분석을 해보지 않았지만, 미디어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즐거워하고 시청률이 나온다.

이 때문에 무엇이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느냐는 얘기를 쉽게 할 수 없다. 상업주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돈 내고 볼 만한 프로그램인가 고민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가 스포츠를 활용해 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국가가 올림픽 대회에 돈을 쓰는 이유가 정치적 효과나 국가 홍보를 위한 것이라면, 미디어는 이윤을 노리고 스타 선수들을 프로그램에 초대한다.
 
엔터테이너로 갈지, 지도자로 갈지 명확히 선 그어야 

김세훈: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하면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 프로에 가면 좀 낫겠지만, 그쪽 지도자로 빠지는 것도 쉽지 않다. 스타 선수들이 미디어 예능 출연을 보면서, 대중은 스포츠가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타들이 자기의 종목을 알리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스타들은 엔터테이너로 갈 것인지, 지도자로 갈 것인지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 어떤 이는 현장보다 유튜브로 수익을 올리고, 얼굴 팔고, 나중에 지도자로 돌아오려고 한다. 안정환은 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지도자 라이선스도 땄다. 지도자 복귀도 준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제대로 된 운동부에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 축구 엔터테이너 경력이 지도자 경력은 아니다.

또 스타들이 스포츠 종목을 알리는 측면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에서 스포츠의 본질이나 정수보다는 재미나 가십에 집중하면서 스포츠나 스타들이 희화화되기도 한다. 말장난이나 재미에 편향되면 그건 스포츠가 아니다. 

사회자: 20년 전에 이미 스포테인먼트 초기 프로그램에 코멘테이터로 참여했고, 방송 메커니즘을 잘 아는 신문선 전 명지대 교수를 전화로 초청했다. 신 교수의 얘기를 들어본다.
 
스타를 살려주는 정보나 지적 자극 등이 프로그램에서 나와야 한다

신문선: 저도 미디어의 스포테인먼트 접근이 옐로(yellow) 쪽에 가깝다고 본다. 아무래도 미디어는 스타 선수의 상품성을 시청률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이런 면에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나 작가들이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그 바탕 위에서 대중과 연결지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디어의 상업성은 어쩔 수 없지만, 프로그램에서 스포츠맨십이나 룰을 준수하는 사람들의 반듯한 이미지, 스포츠의 건강성을 충분히 결합할 수 있다. 

스타 선수들이 대선수로 경험했던 가치나 올림피언으로서 가졌던 정신 등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말을 하든, 글을 쓰든, 표정 연기를 하든,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스타들이 그 단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했겠나. 그와 비례해서 스타를 살려주는 정보나 지적 자극 등이 프로그램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음식 먹고, 말장난하는 것들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사회자: 전체적으로 미디어가 스포츠 스타와 결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설명하면서, 미디어 프로그램 제작자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으로서 미디어 상업주의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그 틀 내에서도 개선 방법은 있는 것 같다.
 
선수들도 기록이나 룰보다 자기한테 돌아올 몫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다 벗는다.  

신문선: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 걸러질 것으로 기대한다. 스포츠에서는 미디어를 떠나 IOC나 FIFA의 경우에도 상업주의 경향은 매우 강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호주행 비행기에서 호주 대표 선수들이 나체로 찍은 사진이 등장하는 잡지를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상업주의 아니냐는 얘기를 했지만, 선수들도 기록이나 룰보다 자기한테 돌아올 몫이나 소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다 벗는다. 

올림픽에서도 프로선수가 출전하고, 피파는 상업주의의 대표적 기구다. 방송은 시청률과 광고주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프로그램 생산자인 피디나 작가들이 스포츠 스타를 데려가면,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자존심과 지위를 보존하면서 팬도 좋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질적으로 버무려야 한다. 90년대 '이경규가 간다' 일밤 프로그램에서 횡단보도 양심이나 과속 같은 영역을 다뤘는데, 스포츠의 룰과 규범, 질서를 코멘테이터로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시청률도 나왔다.     

사회자: 신문선 교수는 미디어 상업주의와 스타 선수의 결합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의견이 있는가?
 
국가의 정책이나 대중의 관심 속에서 성장한 스포츠 엘리트가 엉뚱하게 예능에서 소비되는 것 아닌가

오태규: 스포테인먼트 방송 프로그램은 대중의 관심이 높고, 저변을 넓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과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다고 본다. 국가대표 육성이 스포츠의 정치 수단화 측면에서 비판받기도 하지만, 국가의 정책이나 대중의 관심 속에서 성장한 스포츠 엘리트가 엉뚱하게 예능에서 소비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국대나 메달리스트 등이 나오는데, 엄격하게 얘기하면, 이들은 한국 미래 스포츠를 위해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다. 자기가 성장한 토양과 환경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자산을 돌려주는 게 맞다고 본다. 개인의 이익추구 경향을 부정할 수 없지만, 스포테인먼트로 나갈 때는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 또 은퇴 선수 피라미드에서 저층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타 선수들이 은퇴 뒤에도 방송활동으로 잘나가는 것을 보면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나 좌절감을 느낄 것 같다.

스포테인먼트가 스포츠 전반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인지도 점검할 때가 됐다. 저는 악영향의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본다. 미디어가 싼값에 프로그램 만들고 스타는 시청률, 클릭을 올리는 도구로 소비되고 있다. 스포츠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본다. 

사회자: 하지만 예능에 출연하는 스타 선수들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고, 새로운 영역을 위해 공부도 하고, 직업도 개척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국가가 투자를 한 측면도 있지만, 스포츠를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한 역사도 있고. 
 
'한국 스타들은 전부 유튜버야! 걔네들 축구 발전할 수 있겠어? 일본은 그렇지 않아'라는 평도 있다. 

오태규: 물론 처음부터 재능이 뛰어나 스타가 된 선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는 상암 축구장에 모인 6만 명, 야구장에 몇만 명 등의 역사나 환경이 있다. 제가 충격을 받은 것은 한국과 일본 축구를 비교하는 일본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이었다. 댓글을 보면, '한국 스타들은 전부 유튜버야! 걔네들 축구 발전할 수 있겠어? 일본은 그렇지 않아'라는 평도 있다. 일본축구협회장을 보면 선수 출신이 몇 대째 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 새로 취임한 회장도 국대 출신이다. 그런 선수들이 행정직에서부터 짝 깔려서 후배들을 양성한다. 우리는 안정환이 뭉찬 등에 출연하고, 물론 축구 관련이기는 하지만 관련되지 않은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있다. 그런 영향 탓에 다른 선수들도 그쪽으로 간다. 

김세훈: 슈퍼 스타들은 방송출연으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 농구교실, 축구교실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지도자들은 현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데, 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스포테인먼트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다. 엄청난 선수였고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벌었으니, 이 바닥에 다시 들어와서 고생해줬으면 하고 기대한다. 하지만 쉽게 돈 버는 쪽에 있으면서 종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때 마음이 안 좋다고 한다.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스타 선수들이 스포츠 쪽에 좀더 집중하는 게 해당 종목에서 존중받는 길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는 강력하고, 이들이 선수들을 활용해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라별로 편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령 일본만 해도 좀 다른 것 같다. 그것은 문화 차이인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인가? 
 
저희는 한 번도 스포츠가 저항의 수단으로 표현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장익영: <알뜰신잡> 보면 김상욱 교수님 등이 어려운 물리학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대중에게 쉽게 전달한다. 과학이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운동 선수들은 왜 그렇게 못해'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차원이 다르다. 교수는 지식을 갖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운동 선수는 자신의 신체를 갖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시청하는 소비주체가 원하는 것도 다르다. 운동했던 선수들에게 지적인 것을 요구하거나, 기대하지를 않는다. 그러나 기대가 없으니 그냥 관성대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스포츠의 기능 중 하나가 저항으로서의 스포츠다.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이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을 경기장에서 표시했고 확산된 적이 있다. 이런 것들은 얘깃거리가 많다. 뭉찬의 카바디나 라크로스도 마찬가지다. 라크로스는 캐나다 원주민 역사와 연결돼 있다. 신문선 위원님 말씀처럼 그런 내용들이 소개되고, 그런 것들로 하여금 스포츠의 가치가 언급되면 좋겠는데, 왠지 안타까운 것은 스타들이 장기판의 졸 같은 느낌이 든다. 

저도 운동선수 출신인데, 결국은 항상 스스로 반성하는 부분인데, 체육인들 특히나 선수들이 자주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저희는 한 번도 스포츠가 저항의 수단으로 표현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한 자각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자: 한국적 스포테인먼트 상황은 미디어 상업주의의 큰 자장 안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프로그램의 부분으로 소비되는 것이 주요하게 부각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방송을 통한 스타와 대중의 접촉면 확대는 종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특징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선수들이 희화화되면서 스포츠나 스포츠인들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갖게 될 위험성도 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한국 스포테인먼트의 현상과 한계,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는데, 특히 스포츠가 미디어를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새겨볼 만한다. 이번 토론이 한국의 스포테인먼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태그:#현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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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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