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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이유와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이유와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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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개혁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지난 30년간 얘기한 결과, 의사들로부터 린치·인신공격을 당했다. (하지만) 공격이 두렵다고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수의 소신 발언은 이 사회가 부여한 책무 아닌가."

22대 총선에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출사표를 던진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다가 겪은 일을 설명한 뒤 "어떻게 보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저보고 정치하라고 등을 떠민 꼴"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교수는 의대 교수 중에서도 대표적인 의대증원 찬성론자다. 김 교수는 지난달 26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의사 생애소득은 140억원으로 (의료계는) 지난 20여 년간 (의사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정부 의료정책을 좌우해 왔다"고 비판했다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김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 대상에 올렸고,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김 교수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체에 불참하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의 전방위적 반발에도 김 교수는 오히려 "국회에 진출해 더 적극적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 측이 추천한 4인 중 한 명으로 지난 17일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12번) 후보로 확정됐다.

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좋은 정책을 제안해도 (의료계 반발로) 현실화시키지 못해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정부는 똑같은 위원회를 열어 논의만 반복했다"며 "더군다나 최근 의대증원을 계기로 (의료계에서) 미움을 더 많이 받게 돼 전처럼 조언하기 어려워져 정책을 직접 다루는 국회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국회의원의 역할은 대학 교수와 다르다"면서 "의협과는 지금까지 사이가 좋지 못했지만, 국회의원이 된다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의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의대증원은 의료개혁의 시작, 사회적 협의체 구성하자"
 
▲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시작, 사회적 협의체 구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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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7년 만에 의대정원을 늘렸다. 2025학년도에 2000명을 증원하면서 서울 소재 의대에는 정원을 1명도 늘리지 않았다. 반면 비수도권 27개 의대에는 1639명, 경기·인천지역 5개 의대에는 361명을 배분했다. 

"긍정적으로 본다. 서울에는 의사가 많고, 서울이 아닌 지역은 의사가 적다. 격차를 메우려면 기본적으로 지역 의사 수를 많이 늘려야 한다. 특히 경기지역 내 이천·여주는 입원환자 사망률이 높은 편이고, 평택·안성·구리·양주·의정부·포천은 경기도에서도 의료 취약지다. 이런 것까지 세부적으로 고려해 의대증원이 의료개혁에 영향을 미치도록 정부가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의대 교수들은 의대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대 규모가 작다고 대학병원이 작은 게 아니다. 울산대·성균관대는 의대 정원이 (당초에) 50명밖에 안 됐지만, 대학병원은 크다. 울산대는 서울아산·강릉아산병원이 있고, 성균관대는 삼성서울·삼성창원병원이 있다. 병원 규모를 고려하면 비수도권 의대라고 해서 임상의학 교수 숫자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기초의학 교수는 부족한데 이는 의대증원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대학병원들이 학생만 가르칠 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초의학 교수들을 적게 뽑아왔기 때문이다.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대증원 반대논리로 주장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기초의학 교수를 더 선발해 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초의학은 해부학·생리학·면역학·예방의학 등 의학의 기본 학문으로 주로 본과 1~2학년 때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4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4개 의대(자료 미제출 의대 6개교 제외) 기초의학 교수의 수는 1131명으로 임상의학 교수 수(8876명)의 12%에 불과했다.

-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의대증원을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사가 부족하니 의대정원을 증원하자는 논의는 계속 있었다. 물론 이번 정부가 의대증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도 없지 않다. 2000명은 절대 못 바꾼다고 한 게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증원은 이미 이뤄진 일이다. 대학에 정원이 배분됐다. 돌이킬 수 없다. 사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료체계를 개혁하는 일이다. 의료체계 개혁 로드맵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협의체에서 2026학년도 의대정원을 포함해 로드맵을 협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협의체에는 정부는 물론 여야, 의료계,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해 향후 10년간의 의료개혁 로드맵을 논의하고 결정된 것을 초당적으로 지지하도록 합의했으면 좋겠다. 협의체에서 예산도 필요하면 지원하고 정부가 정책을 소홀히 하면 그 약속을 지키도록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PA도 의사파업도 초당적 논의해야... 국회서 기여"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이유와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이유와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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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 입성하면 초당적 협의체를 주도하겠다는 뜻인가? 협의체에선 어떤 의제들을 다룰 수 있나.

"그렇다. 지금은 의대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크기 때문에 대학병원의 인력배분과 직무범위 논의가 뒤로 밀렸다. 명확히 (현행)법에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응급구조사 등 다직종 의료지원(PA, Physician Assistant)이 존재하는 게 의료계 현실이다. 앞으로의 논의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과는 다른 차원으로 공론화돼야 한다. 간호법과 의료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함께 다룰 수밖에 없다면 이러한 논의를 협의체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

- 왜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범위가 상세히 규정돼 있지 못했나?

"그간 정부는 무책임했고 의사들은 의료행위를 독점하려고 했다. 1960년대 만들어진 의료법 조항이 개정되지 못하고 유지돼 오늘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에선 각 직종의 업무범위를 수십 쪽에 걸쳐 법에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런 첨예한 논의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루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제대로 의료체계를 개혁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 협의체에서 환자를 볼모로 잡는 의사들의 파업도 논의될 수 있을까.

"당연히 논의가 필요하다. 병원 노동자들은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조합원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노조법과 하위 시행령은 응급의료·중환자치료·분만·수술·투석 등을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함 - 기자 주).

그런데 대한전공의협의회나 전국의대교수협의는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떤 노조보다도 집단행동에 높은 참여율을 보이면서 실질적으로 파업을 벌이지 않나. 명확히 의사들이 필수유지 업무를 유지하도록 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파업 절차 또한 외국처럼 적어도 4주 이상 사전 공지를 하고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의사파업권은 인정하되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가 인상, 비급여 진료수익 통제, 공공의료체계 동시 구축해야"

- 정부는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내과·외과 중증·응급질환에 5조원, 소아청소년과 및 분만에 3조원 등)을 투입하고, '행위별 수가제'였던 의료 수가도 '가치기반 지불제'로 전면 개편(필수의료와 수술·입원 등 저평가된 영역에 보상을 늘림)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필수의료 패키지'를 구체화해서 내놓고 있다. 방향은 맞지만, 단편적이거나 현장성이 떨어지는 정책도 있다. 정부 대책은 입체적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몇몇 '사이다' 발언이 정책 지침이 되어선 안 된다. 정부는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는 동시에 병원들이 (필수의료) 전문의를 많이 고용하도록 수가에 병원 인력을 연동해야 한다. 또한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로 돈을 많이 버는 동네병원 수입도 적정하게 통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아과 전문 병원 인증 기준에 '소아과 전문의 수가 몇 명 이상이어야 한다'거나 '24시간 365일 당직을 서기 위한 최소한의 전문의 수'를 규정하면 어떨까? 병원은 전문의 고용을 늘리는 대신 (고용을 늘리지 않은) 병원보다 건강보험 진료비를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 소아의료전달체계 측면에서 소아환자를 보는 병원을 지역별로 수요에 맞게 지정해야 한다. 의료 수요에 맞춰 의료를 공급할 필요도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도 과잉 경쟁으로 경영이 나빠지고 의료 질이 떨어진다."

- '소아과 오픈런'은 저출생 영향도 있지 않나.

"소아과 오픈런은 병원 수는 많은데 인력이 분산돼 있어 생기는 문제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면 효율성도, 의료의 질도 높아진다. 물론 앞으로 소아 출생률을 고려해 소아과 의사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따져 보면 우리나라가 소아 1인당 의사 수가 미국의 90%도 안 된다. 미국은 가정의학과 등도 소아 진료를 맡는데 이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1인당 소아과 의사 비율은 미국의 1인당 소아과 의사 수의 70%까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 정부의 의료개혁에 공공의대·병원이 실종됐다. 보건복지부가 21일 "필수의료에 특화된 민간·공공병원을 육성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대통령 공약이었던 울산·광주의료원 설립이 '경제성'을 이유로 좌초됐다.

"전형적인 토사구팽이다. 코로나19 때는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시켜 적자를 떠넘겨 놓고 어떻게 되살릴지 비전이 없다. 앞으로 5년간 2000명이 증원된 의대생들을 민간병원이 흡수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의대와 병원을 새로 짓고, 100% 지역의사제로 운영해야 한다. 증원된 의사들이 공공병원에 가고, 공공의대 교수도 지역병원 파견근무를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1차 병원과 공공병원(의대)이 연계하는 공공의료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공공의대·병원 설립을 경제성으로만 따지면 세울 시도조차 못한다. 하지만 지역의 의료를 책임지는 체계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좌초된 광주의료원을 세우며 그 지역의 1차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체계를 만든다면, 경제성의 논리가 해결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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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윤, #의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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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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