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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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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했던 악몽의 6년, 나는 ‘좀비보’ 해체에 투표했다 #세종보 #4대강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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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이 또다시 과학을 죽였다. 최근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사업 때처럼 시뻘건 흙탕물이 금강으로 유입되는 세종보 보수 공사 현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 해체 결정을 뒤집고, 보를 수리해서 오는 5월부터 재가동하겠다고 결정했다. 과학적 검증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그 결정에는 지난 12년 동안 누적된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

[담수 6년의 생태계] 악몽의 6년... 고인 물은 썩었다

절반은 고인 물, 나머지는 흐르는 물인 상태였다. 세종보는 2012년 완공된 뒤부터 6년간은 서있었고, 2018년 1월 전면 개방된 뒤부터 6년간은 누워있었다. 12년이면, 세종보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실험 기간이다. 과학적 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된다. 보 개방 전 2017년 6월에 찍은 아래 한 장의 사진이 자연 과학이다.
 
2017년 여름, 세종보 상류 마리나 선착장에서 채취한 펄 속에 깔따구가 살아있었다.
 2017년 여름, 세종보 상류 마리나 선착장에서 채취한 펄 속에 깔따구가 살아있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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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우안 직상류 마리나선착장. 취재 당시 선착장에선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작대기로 깊이를 재니 펄층이 1m 이상이었다. 한 삽 펐더니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했다. 산소 제로 지대에 사는 최악수질 4급수 지표종이다. 시궁창 펄밭에 배가 없는 건 당연했다. 한 환경단체 인사는 "선수들이 피부병에 걸려서 사업을 접었다"는 선착장 사업자의 말을 전했다.

4대강사업으로 강을 살리겠다고 주장했던 이명박 정부는 이걸 알고도 국민을 속였다. 아래 문건은 2009년 2월 8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든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의 한 페이지다.
 
2009년 2월 8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든 문건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 문건
 2009년 2월 8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든 문건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 문건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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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중하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을 저류함에 따라 상수원으로 활용 곤란. 특히 중하류는 대도시, 공단 등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물 순환이 없을 경우 수질 악화가 우려.

준설로 물그릇은 증가하나 보는 연중 일정 수심을 유지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는 없음.
 
한화진 장관의 4대강 이력... 'MB 망령' 부활에 앞장

15년 전 사망한 국토해양부 한 관료의 캐비닛에서 발견된 이 문건은 묵살됐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당시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이었다. 그 때 MB의 지시를 받았던 그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4대강 사업의 망령을 부활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건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가까스로 되살아나고 있는 금강에는 치명적이다.

그 후과는 그간 금강이 말해주었다. 2012년 4대강사업 때 맨 처음으로 완공된 세종보의 12년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보편적 자연법칙을 입증하는 시간이었다. 이 기간에 누적된 데이터도 많다. 아래 표는 1년여 동안 금강과 영산강의 4대강 보를 개방한 뒤인 2018년 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이다. 
 
2018년 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이다
 2018년 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이다
ⓒ 국무조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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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수질‧수생태계 등 11개 분야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물 흐름이 회복되어 조류 농도가 감소하고 모래톱이 회복되는 등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개선되어 4대강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질의 경우, 보 개방 이후 개방 폭이 큰 보를 중심으로 조류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세종보, 공주보에서는 조류농도(클로로필 a)가 개방 전에 비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산강 승촌보도 지난 4월 완전개방 이후 조류농도가 37% 감소했습니다.
- 2018 보도자료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계획 발표' 발췌
 
이날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15개 보가 설치된 4대강 수계 22곳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보 설치 전인 2008년~2009년과 보 설치 후인 2013~2016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 설치 후 건강성이 가장 크게 하락한 보는 세종보였다. 어류는 '좋음 B'에서 '나쁨 D' 등급, 저서동물은 '보통 C'에서 '매우 나쁨 E' 등급으로 하락했다. 특히 어류 조사에서 세종보는 보 설치 전 평균 772마리에서 110마리로 85.8%가 감소했다.

이런 구체적 수치는 한 장관 휘하의 공무원들이 수없이 모니터링한 과학의 결과물이다. 수치만 악화된 건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은 세종보 수문을 닫은 금강의 6년을 직접 경험했다. 가령, 인근 아파트에서는 악취와 발전소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놓고 지낼 수 없을 정도였다. 하루살이가 기승을 부려 산책이나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말도 회자됐다.

[개방 6년의 생태계] 흐르는 물... 산 강의 귀환

금강의 귀환을 가장 먼저 알린 건 시궁창 펄에서는 살 수 없는 재첩이었다. 아래 사진은 세종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한 뒤인 2018년 6월에 세종보 직하류의 하중도에서 찍었다(관련기사: 금강에서 발견한 재첩, 신대륙을 발견한 듯 기뻐한 까닭 https://omn.kr/rtqj).
  
2018년 세종보 수문이 전면 개방하던 해에 직하류에서 발견한 재첩
 2018년 세종보 수문이 전면 개방하던 해에 직하류에서 발견한 재첩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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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이 씻겨나간 뒤 쌓인 모래 위에는 주먹만 한 펄 조개 사체들이 즐비했다. 죽은 강의 생태계가 산 강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였다. 맨손으로 모래 속을 파헤쳐 보니 맑은 물에서 사는 재첩 새끼들이 숨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문 개방 이후 가장 두드러진 이곳 생태계의 변화는 멸종위기종의 귀환이었다.

환경부는 2019년 4월 18일 "'4대강 보 건설 이후 최초로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발견됐다"고 밝혔고, 이듬해인 2020년 6월 22일에는 멸종위기 1급 노랑부리백로가 세종보 인근에서 최초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수문개방 이후 "모래톱과 하중도가 잘 형성된 금강 중류 구간은 백로류가 머물기 좋은 환경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세종보 수문 개방으로 이곳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2021년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해체 등 금강과 영산강에 설치된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세종보 등) 완전 개방 보를 중심으로 물흐름 개선, 녹조  감소, 멸종위기 야생생물 재출현, 수생태 건강성 향상 등 자연성 회복을 확인했다"는 모니터링 자료를 제시했다.
 
2021년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금강, 영산강 모니터링 자료
 2021년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금강, 영산강 모니터링 자료
ⓒ 물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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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금강, 영산강 보 모니터링 자료
 2021년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금강, 영산강 보 모니터링 자료
ⓒ 국가물관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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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의 경제성] 해체하는데 331억 원, 편익 비용은 972억

문재인 정부 때 세종보 해체를 결정한 건 단지 환경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9년 2월 22일,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중 3개 보 해체, 2개 보의 수문 상시 개방 방안을 제시했던 근거는 경제적인 이유였다. 민간 전문가 43명의 검토와 외부전문가 합동회의, 수계별 연구진 회의 등 총 40여 차례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의 결과였다(관련기사: 경제적으로 입증된 4대강의 허구... '물그릇론' 붕괴 https://omn.kr/1hig4)
 
2019년 2월 22일,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경제성 분석 결과 표
 2019년 2월 22일,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경제성 분석 결과 표
ⓒ 4대강조사평가기획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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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전신)은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멀쩡한 보를 왜 해체하냐'고 반발했지만, 해체하는 게 혈세를 보존하는 길이라는 게 과학적 평가였다.

가령 세종보 해체에 114억 원(114.67)이 든다. 해체에 따른 물이용 대책 비용은 86억 원(86.08)이다. 보의 경제성 수명인 2023년부터 2062년까지 40년간 소수력 발전을 운영할 수 없어 발생하는 131억 원의 손실 비용도 있다.

하지만 수질과 수생태 개선비용으로 867억 원의 이득이 생기고, 유지관리비 83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2062년까지 세종보 해체에 따른 비용은 친수효과와 홍수조절 편익 등을 포함해서 총 331억 원인데, 편익 비용은 972억 원이었다. 결국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세종보 해체시 B/C 값은 2.92으로 100원을 투입하면 292원의 이윤이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특히 2012년 완공 이후 7년간 인건비와 보수비용 등 총 116억 7000만 원이 세종보에 투입됐다. 이 기간, 유압전도식 보가 10여 차례 고장이 나서 '고물 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온 세종보의 하자보수 기간은 이미 지났다. 최근 환경부는 30여억 원을 들여 세종보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매년 막대한 혈세가 고장 수리비용으로 투입될 것이 불 보듯하다.

[무도한 정권] 총선, 세종보 해체 위해 한 표

'좀비 보'.

'고물 보'에 이어 최근 세종보에 붙은 별명이다. 2021년 1월, 문재인 정부 때 사망선고를 받은 세종보를 윤석열 정부가 일으켜 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 출신인 한화진 장관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지난 12년간의 과학적 모니터링 결과를 뒤집은 건 지난해 7월 21일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였다.

당시 감사원이 환경부 장관에 주문한 조치 사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였다.
 
① 앞으로 4대강 보 해체와 같이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분석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주의), ②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통보)
 
2023년 7월 21일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사업 감사 결과 중 발췌
 2023년 7월 21일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사업 감사 결과 중 발췌
ⓒ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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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장관에게 상당 기간 실험이 불가피한 과학적 검증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한 장관이 문재인 정부 때의 결정을 뒤집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한 장관은 그날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검토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12년의 과학을 뒤집으려면 근거를 제시하는 게 마땅하지만 과학적 검증을 강조해 왔던 과학자 장관은 그걸 생략했다.

결국 그해 8월 4일, 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해체 등의 결정을 취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4년여가 걸렸지만, 윤석열 정부는 단 15일이었다. 과학이 아닌 정략적 결정이기에 가능했던 속전속결이었다. 그나마 MB정권은 국민을 속이려고 애를 썼는데, 윤석열 정권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을 정도로 무도했다. 
  
2019년에 개봉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포스터
 2019년에 개봉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포스터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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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두고 금강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다. 금강과 낙동강 등을 누비며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https://omn.kr/27uj7)을 만들었던 기자가 세종보 근처로 이사 온 뒤 두 번째로 맞는 봄이다. 2019년 다큐 영화를 개봉했을 때에는 그래도 희망이 보였다.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금강의 보 수문을 개방한 상태였다.

재현될 끔찍한 악몽의 6년, 세종시민인 나는 브레이크 없는 정권 앞에 벽돌 한 장 얹는 심정으로 이번 총선에서 '세종보 해체'에 소중한 한 표를 찍겠다. 

 

태그:#새종보, #총선,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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