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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쁘다. 바쁜 날엔 차들도 서있고 건물과 사람들도 멈춰 서있다. 정지 화면이 길다. 엄마의 아점 상을 차리러 가는 길이다. 12시 점심 모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엄마는 100살이고 치매를 앓고 있다. 한 평도 되지 않는 침대에서 계절의 기억도 잃어버리고 내 옷차림을 보며 봄을 찾는다.

90살이 넘으면서 거동이 불편해 지고 기저귀를 차게 된 엄마. 요양병원에 가지고 말하자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우리도 눈이 퉁퉁 붓도록 꺽꺽대고 울었다. 반찬이 없다고 투정을 하면 김치부침개라도 부쳐 내왔고, 내 화풀이를 온 몸으로 받아주었던 만만했던 울 엄마.

엄마가 며칠 전에 병원에 입원을 했다. 동생과 번갈아 가며 병상을 지켰다. 엄마는 고목에 언제 꺾일 줄 모르는 마른 가지처럼 흔들거렸다. 앙상한 모습은 더욱 작았고, 힘없이 축 처진 노쇠한 엄마는 불쌍했고 애처로웠다.

입원실의 보호자 작은 침상에서 등을 누이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내 몸 건사도 힘든 나이라 그런지 마음이 없어서인지 다 내팽개치고 싶었다. 엄마가 놓치지 않으려고 꽉 잡은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 집에 와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다. 자식을 위한 반찬은 가볍고 산뜻하고 즐거운데 엄마의 반찬을 만드는 마음은 왜 그리 무겁던지.

"언니, 기도해."
"돌아가시게 해 달라고 기도할까, 아니면 살려 달라고 기도할까?"
"언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다음날, 회진 의사에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처방을 내려달라고, 어떻게든지 살려 달라고 했다. 병원에서조차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매달렸고 엄마는 살았다.

엄마는 손바구니에서 작은 액자 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흐릿해진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지 화장지로 자꾸만 닦는다. 내 결혼식 때 연분홍 한복을 입은 엄마와 양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이다. 신부보다 더 예쁘다는 우리 엄마. 자기가 시집가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입매를 오므린 얼굴이 앳되다.

엄마는 그 사진에서 자신의 봄날을 찾았을까. 딸의 봄날의 찾았을까. 사진을 보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엄마의 그 흐물거리는 눈동자 속에서 나는 나를 보았다.

"엄마가 바로 너야."

그 속삭임.

태그:#100살, #백세시대, #요양병원, #기도,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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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교직 생활을 끝내고 나온 세상은 많이 달랐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일곱 개의 가방으로 평생 대학 3년을 다니고 있다. 요일 별로 글쓰기 등 새로운 언어에 에너지를 얻고 있다. 칭찬할 만한 일은 문화답사활동 중 흔들림이 있어 한국사 1급 자격증도 땄고 후배들에게 AI로 글쓰기 등을 알려 주는 등 배운 것을 나와 남에게 주는 일에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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