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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이라는 가정시 지지 정당 후보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1%가 지지정당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난 2월 같은 매체의 여론조사에서는 해당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17%였던 것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에게 무선 전화 면접 방식으로 물어본 결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통상적으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표를 줄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들은 늘어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오히려 표를 줄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난 현 상황은 무엇을 의미할까.

민주당 공천 논란 속에서 갈 곳 잃은 유권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기자 질문 받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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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인한 논란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미 공천에서 탈락한 여러 현역 의원들이 탈당을 선언했고 탈당 의사가 없음을 밝힌 의원들의 반발도 수그러들 분위기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 내부 갈등도 심각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도대체 어떤 정무적 판단인지 모르겠다"며 공천과정을 비판하고 나섰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사퇴했다.

설상가상으로 전국 유일의 '여성전략특구'로 지정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에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수행한 전력이 있는 후보가 전략공천되자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 이후 민주당은 사천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해당 지역구 후보를 경선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번복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의 실책은 그대로 민심에 반영됐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5%에서 26%로 9%p 급감했다. 해당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 추이가 민주당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 판국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여당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33%로 지난달 같은 여론조사와 동일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평가 또한 지지율이 상향하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50%를 거뜬히 넘어서고 있다. 민주당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차마 정부여당을 지지할 수는 없는 유권자들이 즐비한 셈이다.

공천 과정을 통해 민주당에도 보이는 용산의 그림자

그렇다면 왜 아직도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많은 이들이 결정을 주저하고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의 행보가 유권자들에게 변화에 대한 믿음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은 국민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보다 퇴보하고 있으며 그 원으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꼽는다. 그런데 민주당에서도 최근 비슷한 모습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바로 공천 과정을 둘러싼 이재명 대표의 태도다. 

지난달 22일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주관적 평가의 가장 중요한 영역들 가운데 동료 의원들의 평가에서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며 "여러분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분이시기도 한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같은 달 28일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김영호 의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는 "단수 공천을 받으면 친명이 된다. 언제 (친명으로) 전향했나", "경선해서 비명됐나"며 박장대소했다.

애당초 하위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들의 명단에 대해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명단은 위원장인 나만 갖고 있다"며 "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공공연히 점수를 언급하자 누군가가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임 위원장은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는 건 없다"고 단언하며 "모든 공천 심사는 제 책임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하위 평가 명단에 대해서는 "(나는) 최종 명단만 받았다"며 선출직평가위원회로부터 해당 명단을 건네받기만 했음을 시인했다. 공천을 책임지는 임 위원장조차 명단을 받기만 했을 뿐 그 평가 과정을 모른다면 하위 평가를 받은 의원들의 반발은 당연한 반응인 셈이다.

이렇듯 '친명'과 '비명'이라는 계파에 따라 공천 결과가 갈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내홍은 심해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보인 태도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권 심판보다 '비명 심판'이 우선?
 
한편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임에도 서울 은평구에 출마해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처를 받은 김우영 예비후보는 민주당을 지키는 후보가 누굴까. 바로 당대표 호위무사 김우영이지", "대표를 배신한 강**(경선 상대인 강병원 의원 지칭)을 이번에 반드시 심판해야 해"라는 문구에 쓰인 경선 홍보물을 배포했다.
 한편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임에도 서울 은평구에 출마해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처를 받은 김우영 예비후보는 민주당을 지키는 후보가 누굴까. 바로 당대표 호위무사 김우영이지", "대표를 배신한 강**(경선 상대인 강병원 의원 지칭)을 이번에 반드시 심판해야 해"라는 문구에 쓰인 경선 홍보물을 배포했다.
ⓒ 김우영 예비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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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임에도 서울 은평구에 출마해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처를 받은 김우영 예비후보는 "민주당을 지키는 후보가 누굴까. 바로 당대표 호위무사 김우영이지", "대표를 배신한 강**(경선 상대인 강병원 의원 지칭)을 이번에 반드시 심판해야 해"라는 문구에 쓰인 경선 홍보물을 배포했다.

제아무리 비명계 의원을 상대로 한 경선 홍보물이라지만 당대표 호위무사가 곧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 되고 당대표를 배신한 인물을 심판하는 것이 정권 심판보다 더 강조되는 모습에서 '윤심'을 자처하던 수많은 여당 정치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윤 정부와는 다른 변화를 바라는 많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 행사를 망설이는 이유가 아닐까.

태그:#이재명, #민주당, #공천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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