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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사회, 문화, 역사, 설화와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스토리텔링으로 간략히 엮어갑니다.[기자말]
사선대 호수 풍경
 사선대 호수 풍경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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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인 임실의 관촌 사선대 국민관광지는 자연 친화적 생태공원이다. 사선대 절벽의 높은 능선에 운서정(雲棲亭)이 자리하며, 조각 공원과 호수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휴식 공간으로 적당하다. 이 지역의 슬치 고개는 17번 국도가 호남정맥 마루금인 만경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을 넘어가며,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머물러 간다고 한다. 

사선대 관광지의 가파른 절벽 비탈면에는 소나무, 느티나무와 참나무류가 울창한 원시림이다. 사선대 절벽을 형성하는 바위는 이암으로 검은색 퇴적암이다.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진안 마이산 퇴적암과 같은 지질시대 역사를 간직한 퇴적암인 이암이 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수직 절벽이 되었고, 기암괴석의 절경을 이루었다.

사선대의 호수 옆 가파른 절벽 비탈면에 새봄의 전령사인 복수초가 군락지를 형성하여 수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 복수초는 이른 봄을 맞아 따뜻한 양지쪽 산기슭에서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 사선대의 복수초 군락지는 호수를 발아래 두고 북서향 추운 방향을 바라보는 응달에 자리 잡았다. 오후에야 비스듬히 햇살이 비치는 지형이어서 복수초 군락지로서는 매우 색다른 생태적 환경이다.
 
사선대 복수초 꽃망울
 사선대 복수초 꽃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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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의 함박웃음, 복수초 군락지 개화

미나리아재빗과 여러해살이풀인 복수초(福壽草 Adonis amurensis)는 꽃 지름 3~4cm로서 이른 봄에 피는 꽃으로는 매우 크다. 노란색 꽃잎이 10장 이상인 이 꽃은 측금잔화(側金盞花, 꽃이 황금색 잔 모양), 원일초(元日草, 음력 설인 2월에 개화), 설연화(雪蓮花, 눈 속에 연꽃처럼 큰 꽃)와 얼음새꽃(눈색이꽃, 꽃이 주위의 눈을 녹임)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야생화 중에 봄이 되면서 가장 빨리 피는 이 꽃은 봄을 알리면서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며 함박웃음과 같이 밝다. 이 꽃은 열을 발생시켜서 꽃봉오리 안의 온도가 바깥 온도보다 7∼8℃나 높아 눈 속에서도 거뜬히 꽃을 피울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햇빛을 받으면 꽃잎이 열리고, 저녁이면 꽃잎을 닫아 꽃봉오리처럼 되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좋으면 다시 개화하므로, 흐린 날에는 활짝 핀 꽃을 보기 힘들다. 

복수초는 씨앗이 발아하여 첫해는 실낱같은 몸체를 키우며 해마다 여린 둥치를 키워서, 대여섯 해를 성장기로 인내하고 이윽고 환희 가득하게 커다란 노란색 꽃을 피운다. 이 꽃은 생존 전략으로 독성을 가졌고, 여름잠을 잔다. 이 꽃의 독성은 야생동물의 먹잇감 됨을 피한다. 이 꽃은 낙엽활엽수림의 반 그늘진 곳에서 여름잠을 자는데, 키 큰 나무와의 햇볕 경쟁을 피해서 봄에 일찍 활동하고 여름부터는 지하로 숨어서 조용히 살아있다. 키 큰 나무들이 무성한 5∼6월이면 이 꽃은 열매를 맺고 잎과 줄기의 지상부를 정리하여, 8월 중순 여름이면 땅 위에서는 이 식물을 볼 수가 없다.
 
사선대 복수초 군락지
 사선대 복수초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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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꽃을 찾아보는 재미

사선대 관광지의 복수초 개화는 조각 공원에서 호수로 이어지는 탐방로 데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복수초 군락지는 사선대 절벽의 비탈 아래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서북향 방향의 응달에 자리 잡았다. 호수를 가로질러 설치한 탐방로 데크에서 5m 거리로 평행하게, 가로 60m와 세로 40m의 비탈면 구역에 복수초 군락지가 펼쳐졌다. 푸른 호수 위의 나무 데크 산책로에서 낙엽 덮인 비탈면에 여기저기 샛노란 복수초꽃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남쪽 기슭 양지바른 지역을 떠나서, 서북쪽 응달 후미진 곳에 군락을 이루어 생존하는 이곳의 복수초 군락은 개척자 집단 같다. 또는 사선대 호숫가에 무리 지어 핀 복수초는 마치 천상의 선녀가 지상의 호수를 찾아온 것일까? 복수초 꽃이 호수 수면에 비친다면 멋진 장면일 듯하다. 

낙엽 몇 장을 이불로 덮고 겨울을 이겨낸 복수초가 노란 꽃잎을 펼치며 상큼하게 웃는다. 사선대 절벽을 이루는 검은 이암이 풍화되어 쌓인 검은 흙과 낙엽의 부식토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하늘빛 호수를 바라보며, 오전은 응달에서 기다리고 오후에야 햇빛을 반기며 샛노란 복수초가 수없이 피어나는 장면은 참으로 장엄하고 아름답다.
 
사선대 복수초 군락지
 사선대 복수초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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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겨울을 보낸 복수초 개화 향연의 감동

사선대 관광지는 신선 설화에서 유래한다. 이천 년 전 임실 용요산의 두 신선과 진안 마이산의 두 신선이 절경인 강가에서 노닐고 있었다. 이때 하늘에서 까마귀가 날아오며 네 명의 선녀가 하강하여, 신선들과 더불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풍경이 아름다운 사선대에서 봄이면 절벽 능선의 운서정에서 동쪽 능선길로 천연기념물인 산개나리와 가침박달 군락지가 개화하여 해마다 선경(仙景)을 이룬다.

절벽 능선의 운서정에서 200m 길이의 가침박달 군락지가 이어지고, 이어서 100m 길이의 산개나리 군락지가 나타난다. 사선대 절벽 능선의 생태 탐방로에 오르면 4월에 산개나리가 노란 꽃을 피울 꽃눈이 자라고 있고, 5월의 봄꽃 향연을 예약하는 가침박달의 실로 감친 주머니 같은 마른 꼬투리를 볼 수 있다. 

사선대 절벽 아래 호숫가 북서향 응달의 비탈면은 삭풍의 겨울에 얼마나 추울까? 이곳에서 복수초 군락은 얼어붙은 땅속에서 홑이불 같은 낙엽 몇 장을 덮고 대여섯 번의 겨울을 인고의 세월로 보내고, 마침내 새봄을 알리는 노란 꽃을 함성처럼 피워 올리니 감동스럽다. 이곳 복수초 군락지는 4월 중순에 벚꽃이 필 때까지 검은색 절벽 아래 노란색 개화의 향연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사선대 복수초 개화
 사선대 복수초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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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선대복수초, #복수초군락지, #사선대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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