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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환생교 선생님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환생교 선생님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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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교'를 아시나요? 종교가 아닙니다. 하지만 종교와도 같은 신념으로 살아가시는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환경과 생태를 사랑하는 선생님들로 구성된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선생님들이 반갑고도 고맙게도 팔현습지를 방문해주셨습니다.

팔현습지를 구석구석 돌아보시고 이 아름다운 습지를 꼭 지켜야 한다며 팔현습지 지키기에 함께 나서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가 다 지켜보았습니다. 이제 환경부는 각오해야 할 겁니다. 팔현습지가 전국화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이제 정말 정신차려야 합니다. 이 귀한 습지에 '삽질'은 절대로 안 됩니다!"
 
지난 2월 29일 팔현습지를 다녀간 '환생교' 선생님들과의 만남 이후 필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전국에서 모인 환경과 생태를 사랑하는 교사들과 함께 금호강 팔현습지를 둘러본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 안내를 필자가 맡았다.

전국 '환생교' 선생님들, 팔현습지를 찾다

평소 '대구 환생교' 선생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분들의 자연을 향한 '진정성'을 잘 알기에 전국에서 모인 생태주의자 선생님들에게 팔현습지를 소개하는 시간은 개인적으로 영광일 수밖에 없다.
 
금호강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뒤 팔현습지 하천숲으로 든 선생님들
 금호강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뒤 팔현습지 하천숲으로 든 선생님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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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에게 우선 금호강의 역사를 설명했다. 요약해보면 금호강은 약 110km에 이르는 낙동강의 제1지류로서 경북 포항의 죽장면 가사천의 최상류 가사지에서 발원해서 영천과 경산을 거쳐서 대구 달서구에서 낙동강과 만난다.

그중에서 대구 구간은 총 42km에 이르고 안심습지와 팔현습지 그리고 달성습지라는 세 개의 중요한 습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 있는 습지가 바로 팔현습지다. 그런데 금호강은 산업화 시절 거의 죽은 하천이었다. 대구에서 발달한 섬유산업은 금호강을 따라 우후죽순 섬유공장이 들어서게 했고 그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들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금호강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설상가상 1980년에는 포항제철로 공업용수를 보낸다는 명분으로 금호강 상류에 영천댐(자양댐)이 들어서 강물까지 막히자 금호강은 급격히 썩어갔고 거의 시궁창을 방불케했다. 수질지표 중 하나인 BOD가 수백 ppm에 이를 정도로 썩은 강이었다.

그러던 금호강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1년 터진 페놀사태가 계기가 됐다. 페놀사태는 우리의 식수원이기도 한 강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금호강도 마찬가지 대상이었고, 그때부터 하수종말처리장이 증설되기 시작했고, 때마침 섬유산업도 쇠퇴하기 시작해 섬유공장들도 많이 사라졌다.

또한 영천댐이 임하댐과 도수로로 연결되면서 임하댐의 물이 영천댐을 통해서 하루 25만9000톤씩 금호강 하천유지용수로 방류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2001년이다. 그때부터 금호강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은 금호강은 기적이라 할 정도로 획기적으로 수질과 수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산업화 이전 흔했으나 산업화 시절 자취를 감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귀한 물고기 얼룩새코미꾸리가 돌아오고, 조개와 다슬기, 재첩 등의 저서생물들이 대거 돌아올 정도로 수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지난해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자체적으로 실시한 생태조사 결과 팔현습지 구간에만 총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이 발견될 정도로 생태계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금호강의 온전한 호안의 모습을 간직한 하천숲을 거니는 환생교 선생님들
 금호강의 온전한 호안의 모습을 간직한 하천숲을 거니는 환생교 선생님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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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을 선생님들에게 드리고 강촌햇살교 앞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공사 입간판 앞에서 "환경부가 이런 팔현습지에 슈퍼제방공사와 1.5km에 이르는 보도교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발 '삽질' 왜?

그중 보행 및 자전거겸용도로인 8m 높이의 보도교가 가장 심각한 '삽질'로, 팔현습지의 가장 큰 생태적 특장인 산과 강이 온전히 연결된, 옛 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인 산지 앞으로 보도교를 건설해 산과 강의 생태계를 완전히 갈라놓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든다는 설명을 했다. 그러자 "환경부가 왜 '삽질'을 한단 말인가?" 반응이 돌아온다.

아무리 국토부 사업을 이어받은 환경부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환경부가 벌이는 하천정비사업인데 제방공사야 치수사업의 일환으로 할 수도 있다 생각되지만(꼭 폭 7m의 슈퍼 제방이라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하지만) 170억 원이나 들여 건설하는 보도교 사업은 꼭 해야 하는 치수사업도 아닌 주민 민원용 선심성 사업이라 환경부가 이런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 전혀 납득이 안되는 일인 것이다.
 
금호강의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팔현습지 하천숲도 명물이다. 이곳을 환생교 선생님들이 둘러보고 있다.
 금호강의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팔현습지 하천숲도 명물이다. 이곳을 환생교 선생님들이 둘러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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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으로 환생교 선생님들을 안내했다. 먼저 옛 하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자연형 호안'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하천숲에 들어 금호강의 본래 모습을 완상하고 그 옆에 인공적으로 닦아놓은 정원과 파크골프장과 대조해서 설명했다. 그러고는 강 안으로 들어가 강바닥에 살고 있는 말조개 어린 개체를 한 마리 주워 보여주니 "강에도 이런 조개가 사냐?"면서 신기해 한다.

하천숲을 벗어나면 이내 수리부엉이 부부가 사는 하식애 절벽이 나타난다. 비가 오는 궂은날이지만 수리부엉이 부부는 약간 거리를 띄운 채 비를 맞고 각각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야행성의 수리부엉이는 낮에는 저렇게 안전한 곳에서 잠을 자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활동을 시작해 백수의 제왕과도 같은 면모 각종 새들과 들쥐, 고양이, 개 심지어 어린 고라니까지 잡아먹는다.

팔현습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지난밤 수리부엉이에 당한 흔적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수리부엉이 부부는 이곳 팔현습지의 백수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것으로 이곳은 야생이 살아있는 작은 '세렝게티'라 할 수 있다.
 
하식애 절벽 한쪽에서 잠을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는 환생교 선생님들
 하식애 절벽 한쪽에서 잠을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는 환생교 선생님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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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 잠을 청하고 있는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의 모습
 나무 아래 잠을 청하고 있는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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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스코프(고배율 망원경)를 통해 수리부엉이 부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이젠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이 왕버들숲에 들 차례다.

이 왕버들숲은 2015년 이곳을 람사르습지를 지정하기 위해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 실시한 생태조사 보고서는 이 왕버들숲을 일러 "원시 자연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래된 숲"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럴 정도로 하식애 바로 앞에 형성된 이 숲은 사람들이 거의 접근하지 않은 공간으로서 야생동물들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의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 역할을 해온 곳인 것이다.

그곳에서 큰기러기 무리가 내지른 똥 무더기를 발견했다.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쉬러오는 곳이 바로 이곳 팔현습지 왕버들숲인 것이다. 이 귀하고 아름다운 숲을 다 둘러보고 이날 탐방은 마무리됐다.
  
왕버들숲에 들어서 딱다구리구 만든 작품 일명 딱다구리 아파트를 들여보고 있는 환생교 선생님들.
 왕버들숲에 들어서 딱다구리구 만든 작품 일명 딱다구리 아파트를 들여보고 있는 환생교 선생님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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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왕버들숲 제일 안쪽의 여러 다발로 자란 유명한 왕버들 앞에서 단체사진을 남기면서 전국에서 오신 환생교 선생님들이 함께 외쳤다.

"금호강의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를 멈춰라!"
 
▲ 팔현습지 삽질을 멈춰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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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삽질을 멈춰라!

이후 팔현습지를 다 빠져나와 방촌쪽 제방 앞 둔치에 서서 이날 탐방의 소감을 간간히 나누었다. 먼저 통영에서 오셨다는 충렬여고 홍도순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연대의 소감을 나눠줬다.

"갈 때도 좀 어지럽고 추웠는데 공기 좋은 데 가서 수리부엉이도 보고 큰기러기도 보고 걷고 이러다 보니까 금세 머리가 맑아지고 다 나았다. 그래서 참 잘 왔다 싶다. 진짜 이거는 보존해야 된다. 우리가 일부러 생태공원도 만드는데 있는 걸 왜 없앤단 말인가. 내가 가서 댓글을 환경부에도 올리고 항의를 강하게 해보겠다."
  
수달 배설물과 기러기 똥을 살펴보고 있는 선생님들
 수달 배설물과 기러기 똥을 살펴보고 있는 선생님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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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오신 '광주 환생교' 서진아 선생님도 다음과 같은 짧지만 강한 소감으로 연대를 표했다.

"대구는 몇 번 왔는데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 눈으로 수리부엉이를 담은 건 인생 첫 경험이다. 첫 경험을 했는데 진짜 우리가 눈 돌리면 보일 수 있는 것들인데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지키고 아까 열심히 우리 외쳤던 구호들이 잘 실행됐으면 좋겠다."
 
왕버들숲에서 가장 오래된 왕버들 앞에서 기념 촬영 환경부는 삽질을 멈춰!
 왕버들숲에서 가장 오래된 왕버들 앞에서 기념 촬영 환경부는 삽질을 멈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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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은퇴한 원로이자 우포늪 지킴이로 유명한 이인식 선생님도 함께했는데 다음과 같은 소감과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까 큰기러기똥이 이렇게 막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기를 야생동물들이나 저런 기러기 종류들이 와서 쉬는 공간이란 것인데 그것을 사람이 들어가서 훼손한다는 것은 환경부라든지 보존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합리한 조치이기 때문에 저 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다음에 저 터는 오히려 경관 내지는 우리가 말하는 랜드스케이프 또 사운드스케이프로 활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까 왕버들 군락지가 굉장히 좋지 않나. 그럼 거기는 딱다구리뿐만 아니고 원앙이라든지 심지어 호사비오리도 저런 둥지를 이용하는 그런 공간이다. 그래서 아이들하고 같이 저 공간을 활용하거나 작은 축제를 만들거나 수리부엉이를 보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도 만들고 뭐 이런 공간으로 활용해서 좀 대중운동을 하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금호강을 살펴보고 있는 환생교  선생님들
 비오는 금호강을 살펴보고 있는 환생교 선생님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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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환생교 선생님들
 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환생교 선생님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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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환경부, #환생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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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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