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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해를 맞이하여 방방곡곡에 있는 용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용에 관련된 땅 이름과 용의 모습을 연결하는 인문 여행기이다.[기자말]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용은 대체로 국가나 종교와 관련이 깊다. 왕이 곧 국가이고, 호국 종교도 국가 운명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 및 영토와 관련이 깊은 만주족 마지막 황제 푸이의 유모도 용에게 젖을 먹이는 꿈을 꾸고 나서 유모가 되었다. 용의 흥망은 왕조 흥망성쇠와 상징적으로 연결되고, 왕이 한 명이듯이 용도 한 마리여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문무대왕의 용 얘기와 용이 죽고 망한 백제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상징하는 대조적인 얘기다. 문무왕은 자신이 용이 되어 침입해 들어오는 왜구를 막겠다며, 유골을 동해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나라가 흥하기를 바라면서 용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문무왕 아들 신문왕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감은사에 용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였고 만파식적 전설까지도 더해진다.

소정방은 금강에서 백제를 지키는 용을 낚시로 낚아 올렸다. 낚시에 걸린 용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현재의 공주시 우성면 동대리에 떨어졌다. 죽은 용이 썩은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하여, 마을 이름을 '구린내' 또는 '구리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망국의 한을 새기면서 용이 죽은 이야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용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귀하디 귀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해야 한다. 고흥 영남 용바위 전설에는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다. 마을 주민 류시인이 한 마리를 활로 쐈고,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다. 태안 용난굴 용도 한 마리는 승천하고 한 마리는 망부석이 되었다. 이처럼 백성들이 생각하는 용은 여의주 싸움에서 이긴 한 마리이다.
 
단용굴에는 나라를 지키는 용처럼, 마을을 지키는 용이 한 마리 살았다. 바로 옆에 있는 사용굴은 한 동굴에 네 마리 용이 살았다.
 단용굴에는 나라를 지키는 용처럼, 마을을 지키는 용이 한 마리 살았다. 바로 옆에 있는 사용굴은 한 동굴에 네 마리 용이 살았다.
ⓒ 이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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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릉 북쪽으로 7.7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감포읍 전촌 해안에 단용굴과 사용굴이 바로 옆에 있다. 단용굴에는 나라를 지키는 용처럼, 마을을 지키는 용이 한 마리 살았다. 바로 옆에 있는 사용굴은 한 동굴에 네 마리 용이 살았다.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는 네 마리는 한 마을보다 넓은 지역을 가리킨다. 백성들은 한 마리보다는 네 마리가 더 힘이 있게 큰 지역을 지켜주리라 생각한 것이다. 여기는 나라를 지키는 만파식적 전설이 깃든 나정마을도 있다.

사방팔방(四方八方)에서 팔은 사를 보강하면서 함께 쓰는 숫자다. 창원 팔용산은 통일을 염원으로 돌탑을 천 개 세우겠다는 서원을 실천하는 이삼용씨 때문에 유명해졌다. 10년 전에 이곳을 지나면서 이 분을 통일 단체의 명예 회원으로 모신 바 있다. 여담으로 삼용과 팔용을 합하면 열한 마리 용이 된다.

시방세계(十方 世界) 할 때 '열(10)'이라는 숫자는 사방팔방에 위와 아래를 뜻한 우주로서 큰 세상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는 큰 숫자를 '십만리'라 하지 않고 '구만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앞길이 구만리', '구사일생', '구우일모' 같은 경우이다. '아홉'이란 숫자는 매우 많으면서도 비움과 채움의 두 뜻을 다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구룡마을과 구룡리, 구룡산이라는 땅 이름이 매우 많다. 내 고향에도 구룡마을이 있고, 청주 부근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제는 아홉용 머리를 부제로 삼았다. 중국 홍콩에도 주룽(구룡)반도가 있다.

허장성세가 많은 중국인도 자금성, 베이하이(北海) 공원과 산시성 다퉁(大同) 구룡벽처럼 아홉에서 멈춘다. 천룡이나 백룡은 숫자가 아니라 하늘이나 색깔을 의미하니, 아홉 마리의 용이 인간 상상의 최다 용인 셈이다.

설이 지났으니 명실상부한 용의 해고 '트렌드 코리아 2024'도 DRAGON EYES로 정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처럼 한국은 경제성장으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되었다. 용은 여의주를 물고 도약해야 화룡점정이다. 한국 여의주는 평화통일을 통한 번영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다음은 구룡포와 호미곶, 구룡포와 살모사 바위를 소재로 용쟁호투와 용두사미라는 제목으로 글을 쓸 것이다.


태그:#단용굴, #사용굴, #구룡, #소정방, #문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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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서울시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발전연구위원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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