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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서비스(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음식 서비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첫 감소다. 사진은 13일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가에 세워진 배달 오토바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서비스(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음식 서비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첫 감소다. 사진은 13일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가에 세워진 배달 오토바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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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를 통해, 배달앱 시장의 역성장 소식이 전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온라인 배달 음식 거래액은 26조 4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0.6% 줄어든 수치다. 201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거래액이 감소한 건 처음이다. 

일반 국민 또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 소식을 현재 진행 중인 소비 경기 악화의 대표적 징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음식점 사장들의 인식은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부터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지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실제 밤늦게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면, 과거엔 심야에도 불을 밝히던 식당들이 이제는 오후 10시 이전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그 모습만으로도 위기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외식 자영업자들의 영업 이익 감소는 분명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이익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동안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발표된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장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 다른 원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배달의민족, 쿠팡(쿠팡이츠) 등의 플랫폼 기업들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자영업자들의 수익 악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이 수수료가 현재 자영업자들에게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와 해당 시장 자영업자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배달업 당분간 하지 마세요" 경고 나오는 이유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배달이 전체 매출에 대략 30%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포장이고요. 전에는 포장과 배달이 반반이었죠. 배달이 추세적으로 줄고 있어요. 이유는 요즘 나쁜 경기에 손님들이 배달비라도 줄이는 상황이고요, 경영하는 저로서도 플랫폼을 통한 배달은 될 수 있으면 지양하고 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이 배달까지 책임지는 '배민1'에 가입은 했죠. 우리가 2만 원 짜리 햄버거 세트를 하나 팔면 재료비가 판매가의 50%입니다. 여기에 중계수수료(6.8%)에 카드 결제 수수료(3.3%)까지 더하면 판매가의 대략 10% 정도를 배민이 떼어갑니다. 이에 더해 배달료도 내야 하는데 통상 가게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3500원으로 설정합니다. 이러면 대략 4500원이 남습니다. 이걸로 임대료, 인건비, 수도광열비 등등을 내는 거죠. 그럼 제 손에는 얼마나 남을까요? 전 그래서 배민1의 경우 손님 부담(배달비)을 6000원으로 설정했습니다.

 
최근 배민에서 이번에 출시한 '배민1플러스'로 갈아타라고 엄청나게 전화합니다. 이 서비스는 손님 부담 배달비를 배민이 설정하거든요. 그쪽으로 유도하려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인 쿠폰도 엄청나게 뿌리고 있죠. 그래도 바꾸지 않고 버티고 있어요."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배달 플랫폼 비판
▲ 배달업은 하지마라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배달 플랫폼 비판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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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달앱의 대표 기업인 '배달의민족'은 관련 시장을 60% 차지한 과점 기업이다. 그리고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가 해당 시장을 99% 점유하고 있다. 경제에서 독과점의 대표적 폐해는 소비자의 후생 저하라고 한다. 시장이 아닌 기업이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편익에 손해가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현재 플랫폼 기업들 덕분에 소비자 만큼은 주문의 편리성과 할인 등 상당한 편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독과점 기업이 꼭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독과점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오히려 파격적인 서비스와 가격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 소비자들이 이익을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앞서 A 사장이 밝혔듯 이 편익에 사용된 모든 비용이 자영업자 어깨 위에 지워지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B점주는 다음과 같이 배달앱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그래도 배달앱 영향이 비교적 덜했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 지역은 '배민1'이 압도적입니다. 지금은 매출의 7, 8할을 차지해요. 그러다 보니 동네 배달대행도 고사하고 있죠. 배달도 배민이 다 하니까요. 배달의민족이 주문부터 배달까지 일괄처리하는 '배민1' 서비스에 할인 쿠폰을 뿌리니 고객이 그 쿠폰을 쓰려면 '배민1'을 선택해야 하거든요.

수익이요? '배민1'이 압도하면서 수익이 뚝 떨어졌죠. 그리고 배차(배달 기사에게 배달 건을 지정하는 것)라도 잘 되면 몰라요. 배차가 안 돼요. 음식이 나오고 1시간이 지나도 배차가 안 돼 애간장이 타서 콜센터에 전화하면 연결이 안 돼요. 진짜 환장합니다."


여기서 혹자는 배달음식점들이 어쩌다 플랫폼에 종속되었을지 궁금할 수 있다. 사실 배달음식 플랫폼의 중계 서비스는 최초에 '공짜'였다. 그러니까 공짜를 미끼로 대부분 배달음식점을 입점시킨 후 이제 본격적으로 수익을 위해 입점한 음식점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에게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이제 배달음식점 사장들이 '배민 없으면 우리 배달 장사는 망하는 거죠?'라는 '웃픈' 글까지 올리는 실정이 되었다.
   
현재 자영업 커뮤니티에는 배달음식 중계 플랫폼 기업의 높은 수수료를 비난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온다. 어느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떡볶이 가맹점 사장은 최근 장문의 글 두 편을 연이어 올리며 자신이 해당 업종의 10년 경력자로서 몇 년 전만 해도 돈이 모였지만, 최근에는 하루 16시간씩 매일 근무해도 돈이 모이지 않는다며, 이 상황을 만든 것은 배달음식 중계 플랫폼 기업이란 사실을 자신의 가게 장부까지 공개하며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어느 사장은 과거 포털 '다음'이 한메일을 유료화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모든 기업이 한메일을 쓰지 않는 대응으로 무력화시켰던 사례를 들며 자영업자들의 집단지성과 단합된 힘을 보여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수수료는 마케팅 비용?... 통계가 보여주는 척박한 현실 

이처럼 배달음식점 사장들은 "배달 플랫폼 없이 장사할 수 없지만, 높은 수수료와 경쟁적인 할인 프로모션 압박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며 "배달 플랫폼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자영업자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배달 플랫폼 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자영업자들이 배달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매출을 증대할 수 있다, 배달 수수료는 자영업자들의 마케팅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들은 배달앱 덕분에 성공한 음식점도 있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외식업체 영업이익의 변화
 외식업체 영업이익의 변화
ⓒ 한국농촌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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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계는 음식점들의 척박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2019년 15%였던 영업 이익이 2021년 11%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수익 감소를 넘어, 그들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과 플랫폼과의 공정한 상생이다.

따라서 정부는 서둘러 수직 낙하 중인 자영업자들의 연착륙을 위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독점적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제지하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대상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매출액이 크지 않고, 시장점유율이 낮다는 것이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태그:#배달앱,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플랫폼,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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