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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방조제 수질에 대한 탐사보도가 방송되었다(2024.1.26, 금)
▲ KBS 추적60분 방송제목 새만금방조제 수질에 대한 탐사보도가 방송되었다(2024.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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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추적 60분'에 군산의 새만금이 나왔다. 주제는 '23조원 국책 사업 새만금 수질 이대로 괜찮나'였다. 군산에서 새만금 시민 생태조사단 일원으로 활동하는 남편(공동단장)과 오동필씨(공동단장, 영화 수라의 주인공)의 안내로 방송관계자들과 함께 새만금 방조제의 수질의 상태를 확인했다.

셰계 최장거리 33.9km의 방조제를 만들겠다고 1991년 11월 시작된 공사. 33년이 지나도록 전북에서 새만금은 선거 때마다 가장 큰 이슈였다. 아마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변함없이 다른 소재가 등장하여 새만금이 우려질 것이다.

방송을 위해 남편은 몇 번씩 현장취재에 협조했다. 겨울철이라 궂은 날이 많아서 촬영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지역민들 일부에게라도 새만금의 실태를 들려주고자 방송얘기를 전했더니, 시낭송하고 글쓰는 지인들이 시청을 하고 느낀점을 보내왔다.

전재복 시인은 시청 소감으로 글 하나를 올렸다. '호수바닥에서 퍼올린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려 죽은 흙. 방조제에 갇혀 해수유통이 되지 않자 물고기의 사체들이 둥둥 떠올랐던 처참한 화면. 충격이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이 새만금을 직접 답사해보기로 약속을 했다. 시낭송회원 10여명이 신청해서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새만금 방조제 이외의 지역을 돌아보았다. 새만금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한때 바다였던 곳에 놓인 장거리 도로 위를 쌩하니 달리거나 고군산군도에 들러 바람을 쐬고 돌아간다.

우리의 답사 목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새만금의 환경을 보존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는 답사길. 그래서 다른 방송에서 나왔던 새만금방조제의 연장선에 서 있는 곳, 아직도 사계의 원시림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수백만리의 큰 기러기떼가 일제히 하늘로 날았다.
▲ 새만금개통도로 옆 공터에서 노니는 큰 기러기떼 수백만리의 큰 기러기떼가 일제히 하늘로 날았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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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내륙에서는 아직도 대규모 도로공사들이 진행 중이다. 일부 개통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황홀한 광경들이 보인다. 새만금생태조사단은 정규적으로 하는 탐조활동을 통해 새들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동시에 지역환경 생태계의 변화를 기록한다. 보기 힘든 보호종 독수리, 겨울철이라 찾아온 기러기 떼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들의 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순천만 갈대밭을 연상하는 갈대들 사이로 노니는 큰 기러기들의 만찬도 보았고, 어느새 밭으로 변신한 곳에서 씨앗을 먹는 수백마리의 기러기떼들의 힘찬 비상을 보는 횡재도 맞았다. 새만금 하면 도로만 생각했던 지인들은 생전 처음 보는 야생적 풍경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쉬움을 넘어선 울분을 쏟았다. '이제부터라도 이 아름다움을 지켜야 되는데...'

새만금 공사로 인해 가장 큰 손실은 '갯벌의 사라짐'이다. 갯벌대신 가장 거대한 농업을 위한 땅을 만들겠다고 했던 위정자들은 수십억을 쏟아부었고 앞으로도 또 수십억을 쏟아부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행위에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다.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갯벌의 유용성에 대한 보고서는 인터넷으로 클릭 한번만 해도 알 수 있을 만큼 보고서 천지다.

지역민은 지역이 개발되고 영화롭게 잘 살 수 있다는 말에 매년 속고 있고, 타 지역민들은 자기 거주지가 아니니 관심이 없다. 단지 소수의 환경운동가들의 소리를 통해 나오는 말마저도 주요 언론이 아니면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추적60분'이 보여준 새만금 방조제의 실태 방송이 더 넓게 전달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우리 지역에 있는 땅이 섞어가는 있는 현실이 가상이 아님을 알리고 싶었다.    지난해에 개봉된 다큐영화 <수라>를 통해 미디어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조사단의 20년 활동, 그것도 무명의 활동이 영화 한방으로 전 국민이 고개를 돌려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구독자 100만이 넘는 모 유투브들이 영화감독을 초빙해서 군산에서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갯벌 '수라'의 생태와 그곳의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애쓰는 조사단 사람들의 활동을 말할 기회를 주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전국에서 갯벌 건너기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고 했고, 갯벌 앞에 놓인 미군부대 경계선 확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기도 한다. 또한 수령 600년이 넘는 하제마음 팽나무 지키기 운동인 '팽팽문화제'에 한달에 한번이라도 참여하는 시민의식을 보인다. 식민의 시대, 야만의 시대가 여전히 건재하지만 우리의 의식만은 또렷이 '아니지, 이것만은 정말 아니지' 라는 소리를 전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간다.
 
함께한 지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팽나무를 안아주며 기도하고 있다
▲ 군산 하제 600년 된 팽나무 보존운동"팽팽문화제 참석  함께한 지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팽나무를 안아주며 기도하고 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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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늘 부족하다. 우리 땅에서 우리 주소를 가지지 못한 전국에 있는 식민지를 보며 애를 태운다. 정치, 문화, 사회, 경제,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식민과 침략의 야욕이 새만금에도 그대로 남아있음이 마음 아플 뿐이다. 그래서 지역의 그 누구에게라도 알려주고 같이 동행하여 현실을 이겨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자고 말을 건넨다.

올해도 새만금은 많은 아픔을 겪을 것이다. 지금 상태까지 왔으니 되돌아갈 수도 없고, 되돌아갈 돈도 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말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라도 어느 곳은 지금의 생태를 보존하고 어느 곳은 개발의 이름을 붙이며 진행과정에 창끝을 부드럽게 구부릴 수도 있어야 함을 말하고 싶다. 해수유통의 횟수도 늘려서 살아있는 바닷물이 드나들게 만들어주고, 담수로 가득한 곳 주변으로 둘러싸인 다양한 식물들에게도 산소 공간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과 자연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새만금 지역은 군산시, 부안군, 김제시를 중심으로 전북의 숨길, 세 개의 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새만금이라고 명명(1986년)한 이면에는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를 합쳐 금만평야라고 불렀던 옛 이름이 있다.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며 '새'와 '만금'이 만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으니 비록 내 생애에는 아닐지라도 후손들에게는 분명 새로운 희망의 땅이 되길 소망할 뿐이다.
 
건너편 심포 망해사까지 답사길.. 이렇게 아름다운 갈대 숲에 지천이다
▲ 새만금 내륙에서 바라본 갈대전경 건너편 심포 망해사까지 답사길.. 이렇게 아름다운 갈대 숲에 지천이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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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새만금방조제, #해수유통, #군산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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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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