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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장남수 회장은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한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를 정정해달라는 취지의 ‘민주유공자법 관련 정정보도 언론조정신청서’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하였다.
▲ 언론중재위원회를 방문한 장남수 유가협 회장(가운데)  지난 1월 25일, 장남수 회장은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한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를 정정해달라는 취지의 ‘민주유공자법 관련 정정보도 언론조정신청서’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하였다.
ⓒ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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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오후 2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의 장남수 회장(장현구 열사 부친)은 한 뭉치 서류 봉투를 들고 언론중재위원회를 방문했다. 지난 2021년부터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앞 농성과 1인 시위를 3년째 이끌고 있는 장 회장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은 이유는 '민주유공자법 관련 정정보도 언론조정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장 회장이 접수한 언론조정신청의 대상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국내 유수 언론사 열네 곳에 달했다.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안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과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널리 알려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에서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유공자법안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여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대한민국 보훈의 3대 축인 '독립, 호국, 민주' 중 민주와 관련해서는 그 시기가 가장 최근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가가 마땅히 나서서 해야 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분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게을리 해온 게 사실이다. 국가는 그동안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만 각각 법률을 제정하여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로 예우했을 뿐, 그 외 유사한 정도의 민주화 기여도가 인정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해서는 예우를 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민주유공자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지 어언 20년을 훌쩍 넘긴 상황임에도 이제서야 정무위를 통과한 이유는 그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져온 지금의 집권 여당에서 법안 심의 자체를 외면해온 탓에 기약 없이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을 민주유공자로 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한 그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도 않은 채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번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전원 퇴장한 상황에서도 민주당과 진보당 소속 의원이 함께 민주유공자법안을 통과시킨 이유도 21대 국회의 임기 마무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경우 법안은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 때문이었다.

이러한 탓에 민주유공자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음에도 법사위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무난히 회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가짜 유공자법"·"현대판 음서제도" 등으로 매도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국가보훈부가 반대 입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거니와 법사위 위원장이 여당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힘과 국가보훈부의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한 왜곡 논리를 일부 언론이 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채 <사설>까지 동원하여 비판하고 나선 점도 민주유공자법안의 국회 통과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한 요소이다. 장남수 회장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아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가협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은 국회에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지난 2021년부터 국회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3년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국회앞 농성장 입구에서 격려 방문한 인사들과 찍은 기념 사진 유가협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은 국회에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지난 2021년부터 국회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3년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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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셀프 특혜법? '명예법'이고 '민주유공자 불이익 감수법'   

민주유공자법안이 정무위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은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고 비난했고,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확대재생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대해 장남수 회장은 "법안 어디에도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고 볼 수 있는 조항은 없다"면서 "오히려 '민주유공자 불이익 감수법'이라고 하는 게 차라리 사실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고 국가가 단지 민주유공자로 인정하는 사실상의 명예법"이라는 것이다.

실제 법안을 확인해보니 민주유공자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관련 유공자 등에게는 당연히 제공하는 교육과 취업 혜택은 없고, 단지 의료와 양로 혜택만 있다. 국민의힘이 특혜 논리를 내세워 법안 처리를 외면하자 유가협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명예회복이지 어떤 혜택이나 돈이 아니다"라면서 마땅히 받아야 하는 혜택조차 대폭 양보한 탓이다.

'86운동권'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추진하는 셀프법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선 이 법의 적용대상자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니 '셀프법'일 수 없다.

민주유공자법안은 민주화보상법과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이들 가운데 사망자, 행방불명자,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부상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 중에는 군인으로서 12·12군사반란에 맞서다 부상을 당한 김광해 씨, 1972년 유신선포에 반대하는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던 중 돌아가신 보통사람 이원수 씨(1911년생, 당시 신민당 당원), 1986년 6월 재수생 신분으로 "1년만 더 늦게 깨달았으면, 같이 터놓고 이야기할 친우라도 생길 텐데, 돌이라도 던지면서 응어리진 恨을 풀 텐데…."라고 괴로워하다 청량리 맘모스 호텔 옥상에서 전두환 군사정권을 규탄하는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투신한 이경환 씨 등 운동권과 관련이 없는 인물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김광해 씨의 사례로 볼 때 영화 <서울의 봄>에서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김오랑 중령과 정선엽 병장도 향후 충분히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유공자법의 적용 대상자가 마치 '운동권'으로 제한되어 있는 양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운동권 특혜 상속법'이니 '현대판 음서제도'니 하는, 있지도 않은 무슨 특혜를 상속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비판도 있다. 이 주장이 그나마 설득력을 가지려면 민주유공자법안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독립유공자법과 국가유공자법의 적용을 받는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에 대해서는 더 심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민주유공자법으로 운동권에게 특혜를 줄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6·25 참전용사의 복리후생에 더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논리적 일관성도 그 진정성도 전혀 읽히지 않는다.
 
유가협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은 국회 앞 농성을 하면서 1인 시위, 기자회견, 간담회,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국회가 민주유공자법을 통과시길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을 계속해왔다.
▲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제정당-시민사회단체 합동 토론회(2023. 9. 18) 유가협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은 국회 앞 농성을 하면서 1인 시위, 기자회견, 간담회,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국회가 민주유공자법을 통과시길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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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공자 양산법? 적용 대상이 엄격하고 심의·의결 절차도 촘촘      

국민의힘이 만들어내고 일부 언론이 확산시키고 있는 가짜뉴스 중에는 '가짜 유공자 양산법'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장남수 회장은 "법안을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하는 얘기"라고 단언한다. "법안에는 적용 대상과 적용 배제 대상을 분명히 하고 있고, 국가보훈부 산하 보훈심사위원회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이 예로 들고 있는 "진압 경찰 7명이 숨진 동의대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국가보안법 사건인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도 민주유공자로 인정하는 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장 회장은 "민주화보상법과 부마항쟁보상법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사망자와 실종자, 부상자 911명 중에는 남민전 관련자는 한 명도 없지만, 동의대 사건 관련자 1인, 서울대 프락치 사건 관련자 1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민주유공자법안은 이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유공자로 인정하는 법"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민주유공자법안은 적용 대상자를 "1964년 3월 24일 이후 반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되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이라고 하고 있고, 제4장 보칙 제25조에는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죄·외환죄, 살인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여 형이 확정된 자를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여러 항에 걸쳐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을 이 법의 적용 대상자로 결정할 때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하는 등 촘촘한 심의·의결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국가보훈부와 보훈심사위원회가 집단적으로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자신의 직무를 해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짜 유공자를 양산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아야 한다.

원내정당 중 국민의힘만 반대하고 야4당이 모두 동의하는 법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일부 언론이 확산하는 가짜뉴스 중 하나는 정무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민주유공자법안을 마치 민주당만 찬성하고 있는 것처럼 몰고 가려는 유치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민주당, 국민의힘, 진보당 소속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유공자법안을 반대한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밖에 없고, 민주당과 진보당 소속 의원이 함께 찬성하여 통과시킨 법안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정당 중 민주유공자법안의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정당은 국민의힘밖에 없고,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4당은 모두 찬성하고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민주유공자법안의 정무위 통과를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진실보도'라는 언론의 기본 사명을 망각한 채 민주유공자법안의 국회 통과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정치언론'이자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정당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반민주 언론'이라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오는 31일(수)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
  
유가협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에서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동의하는 야4당 소속 국회의원과 함께 오는 1월 31일(수) 오후 6시 30분에 국회 본청 계단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알리는 웹자보 유가협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에서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동의하는 야4당 소속 국회의원과 함께 오는 1월 31일(수) 오후 6시 30분에 국회 본청 계단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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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수 회장은 "법사위는 정무위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안을 신속히 심의·의결한 후 국회 본의회에 상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1대 국회의 회기가 이제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법사위가 2월 중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법안이 자동 폐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먼저 간 자식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받는 모습을 죽기 전에 반드시 보고야 말겠다는 민주화운동 유가족으로서의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지금도 국회 앞에서 계속 농성하고 있는 유가협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은 민주유공자법을 찬성하는 야4당의 국회의원단과 손잡고 오는 1월 31일(수)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21대 국회가 문 닫기 전에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어 대한민국 정부가 독재에 맞서 우리 사회 민주화에 헌신하다 희생당하거나 부상당한 분들에 대해 마땅히 민주유공자로 예우하는 정상적인 모습을 우리 국민이 너무 늦지 않게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태그:#민주유공자법, #유가협, #장남수, #추모연대,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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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현충원 역사산책>(2022),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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