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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화재 피해를 본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피해 상인들에게 한 마디 위로나 어떠한 발언도 없이 사진만 찍고 갔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 "불구경만 하러 온 겁니까"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화재 피해를 본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피해 상인들에게 한 마디 위로나 어떠한 발언도 없이 사진만 찍고 갔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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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피해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피해를 입은 상인들과는 만나지 않았음이 드러났음에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은 현장 방문 당시 피해 상인들이 아닌 오세옥 충남도의원, 노박래 전 서천군수 등 지역 정치인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오일환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상인회장은 <오마이뉴스>에 "1층에서 대통령과 만난 상인은 저 외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피해 상인 대부분은 2층에 있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화재피해 상인들 만난 윤 대통령? 누군지 확인해보니)

김진수 서천특화시장 상인 또한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피해 상인) 대다수는 2층에 모여있었다. 1층에 있던 사람들 70, 80여 명 중에는 상인들은 고작 몇 명이었고 나머지는 군청 직원, 경호원, 기자 이런 분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 직후 브리핑을 통해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상인들의 증언과 확연히 상반된다. 윤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호소한 상인 150여 명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150명이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라면...

150명의 상인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사실은 명백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1층에 모인 군청 직원 및 지역 정치인들을 상인들로 착각하고 상인들을 위로했다고 잘못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기까지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피해 상인과의 면담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질책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윤 대통령이 지역 정치인들을 상인들로 착각한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대통령실이 잘못을 인정하고 상인들에게 사과만 했다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무진의 실수로 넘어갈 '해프닝'이었을 테다.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를 키운 건 사과는커녕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인 정부여당의 반응이다. 대통령실은 상인 대표를 통해 대통령과 이야기할 인원을 파악해달라고 얘기했다고 해명했지만 오 회장은 "사전에도, 현장에서도 관련해 전달받은 사항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상인들의 비판이 있다는 물음에 "서천 상인이 다 그러시는 건 아닌 것 같고"라고 얼버무리며 "정부와 여당이 신속하게 가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상인들을 뵀었고 충분한 지원책을 약속드렸고 바로 실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또한 상인들의 항의에는 침묵한 채 민주당이 이를 두고 비판하자 "저열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화룡점정'은 김태흠 충남지사다. 김 지사는 항의하는 상인들에게 "저 또한 여러분들이 2층에 있는 줄 몰랐다. 알았다면 제가 대통령님을 모시고 올라왔을 거다. 이렇게 언론에 (대통령께서 여러분을 안 만나고 가셨다고) 조각조각 알리면 대통령께서 오시지 않은 것밖에 더 되나"고 말했다고 한다. 2층에 상인들이 모여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부터 잘못인데 그 잘못을 알리는 상인들을 원망하는 듯한 발언은 그야말로 아연실색이다.

상인들의 분노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여당의 태도때문
  
국영방송인 KTV는 윤 대통령이 이미 지역 정치인들로 밝혀진 이들과 대화하는 장면에 '시름에 잠긴 상인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윤 대통령, 따뜻한 위로와 분명한 약속을 전합니다'라는 자막을 달은 영상을 보도했다. 이거야말로 '가짜뉴스'가 아닌가.
 국영방송인 KTV는 윤 대통령이 이미 지역 정치인들로 밝혀진 이들과 대화하는 장면에 '시름에 잠긴 상인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윤 대통령, 따뜻한 위로와 분명한 약속을 전합니다'라는 자막을 달은 영상을 보도했다. 이거야말로 '가짜뉴스'가 아닌가.
ⓒ KTV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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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단순히 자신들의 얼굴을 보지 않아서도,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아서가 아니다. 마치 '지원책을 약속하지 않았나'며 그들의 항의가 정당하지 않다는 듯 대하고 현장에서의 잘못을 감추면 될 일처럼 여기며, 실제로도 잘못은 없었다는 태도로 나오는 정부여당 때문이다.

여전히 '상인 150여 명이 눈물로 호소했다'는 대통령실 브리핑은 그대로다. 상인들이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고 밝힌 후에도 브리핑 내용을 정정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국영방송인 KTV는 윤 대통령이 서천 지역 정치인과 대화하는 장면에 '시름에 잠긴 상인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윤 대통령, 따뜻한 위로와 분명한 약속을 전합니다'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이거야말로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척결을 엄포하고, 한동훈 위원장이 "'아니면 말고' 하면서 넘어가는 식으로 정치하고 있다"고 비난한 '가짜뉴스' 그 자체가 아닐까.

태그:#윤석열, #한동훈, #서천특화시장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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