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누군가에게 고향은 출신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같은 하늘 아래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로 잠깐 낯설다가도 곧바로 안정감을 느끼는 마음의 공간이다. 일자리를 찾아, 원대한 꿈을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각지를 떠돌며 밤낮없이 일에 매달릴 때에도 떠올리면 따뜻하고 언제나 그리운 곳이 고향일 것이다. 이처럼 여전히 고향인 경남 함양을 그리며 살아가는 향우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주간함양은 매달 한 편씩 연재되는 '함양 향우를 찾아서' 특집을 통해 각지에 있는 고향 향우들을 만나 끈끈한 정을 느껴보고자 한다. - 기자 말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였다. 산골에만 살았던 향우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부산 해운대에서 바다를 처음 보며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수학여행을 하면서 해운대에서 바다라는 것을 처음 보고는 얼마나 신비롭던지, 끝없이 펼쳐지는 이 바다에서 무언가 내 꿈을 한번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했었죠."

해운대에서 꾸었던 그 막연한 꿈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를 해양수산부 차관,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만들었다. 현재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허브항만기업 부산항만공사를 이끌고 있는 강 사장은 고향을 빛내고 있는 자랑스러운 향우다. 최근에는 서울 대한상공 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도 대한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2023년도 경영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산골 고향에서 바다 대도시로 이어진 역사를 확인하고자 <주간함양>은 부산 중구에 위치한 부산항만공사를 방문해 강 사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산골에서 바다의 꿈을 품다
 
ⓒ 주간함양

관련사진보기

 
강 사장은 백전면에서 태어나 지곡면 주암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지곡초·함양중·함양종고 그리고 부산수산대학 수산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헐 대학교(University of Hull) 수산정책학 석사 및 자원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 사장은 1988년 기술고시(22기)를 통해 수산행정에 입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국립수산과학원장, 해양수산부 차관 등을 역임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부산항을 글로벌 허브항만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2021년 부산항만공사 제7대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현재 부산항만공사를 이끌며 글로벌 항만의 리더로 자리잡은 강 사장이지만 학창시절 대학에 진학할 가정형편이 안 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그의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순경이나 면서기를 하길 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던 강 사장은 담임 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학비도 싸고 장학금도 많이 있는 부산수산대학교 수산경영학과로 들어가면서 바다의 꿈을 실현할 첫걸음을 내딛는다.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학비도 싸고 장학금도 많이 있는 부산수산대학교를 추천받으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죠. 이어 대학을 다니고 있던 1980년에 국가적으로 혼란한 상황이 발생해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졌는데 그 당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고민하던 와중 대학 정문에 같은 과 선배 2학년이 행정고시를 합격했다는 현수막을 보고 고시 공부를 준비하게 됐죠."

그렇게 기술고시를 합격한 강 사장은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에서 겪었던 바다에 대한 꿈을 상기시키며 바다와 관련한 부서에 들어가 일을 하고자 마음을 먹는다.

"고등학생 시절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막연한 생각이 기술고시를 합격한 후 바다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직에 입문하고 해양수산부로 들어가 수산정책실장을 마치고 수산과학원장을, 그리고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부름을 받게 됐습니다."

함양이라는 고향

오랜 해양수산 관료 생활과 더불어 부산항만의 리더로서 활약하고 있는 강 사장인 만큼 고향에 대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바다와 전혀 무관하다고 느껴지는 함양이라고 답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한다고 한다.

"가끔씩 이제 저한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묻는 분들 대부분은 제 고향이 당연히 부산이나 바다가 가까운 곳일거라고 미리 짐작을 하시는데 지리산 함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답하면 깜짝 놀랩니다.(웃음) 어떻게 바다하고 인연이 되었는지 많이들 물어보시죠. 지리산하고 바다하고는 굉장히 연관 없는 것 같지만 저는 바다는 육지를 봐야 하고 산은 또 바다를 봐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산에서 태어났지만 바다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었기 때문에 운명처럼 느껴지기는 것이죠."

산에서 바다로 떠나 오랜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향우·동창회 활동, 함양산삼엑스포 조력 동참 등 강 사장의 고향에 대한 관심은 지속됐다.

"사실 형편이 어려웠던 젊은 시절에는 고향이 싫었어요. 당시 척박한 땅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죠. 기술고시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한동안 고향을 가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제 일을 하기 시작하고 머리가 커지면서 고향이 너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겁니다. 초등학생 시절 왕복 8km 거리의 지곡초등학교를 꼬맹이 발로 6년을 걸어 다니기도 했는데 당시에 그런 힘든 과정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 정신을 이어가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 기억들 또한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었죠. 그래서 공직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향을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엑스포 유치 등 많은 부분들을 도와왔습니다."

"고향에 보탬이 되는 일 앞장설 것"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 주간함양

관련사진보기

 
지금도 일을 하다가 지칠 때면 고향에 방문해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하면서 힘을 얻는다는 강 사장. 어린시절 추억과 함께 고향에 대한 애정을 느끼지만 현재 함양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 이를 바라보는 강 사장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고향에 살고 있는 후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은 소위 이야기하는 줄도 빽도 없는 그야말로 성실하게 목표했던 것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자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 고향에 후배님들도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강 사장은 함양인으로서 자존감을 가지고 부산항을 세계적인 항만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진짜 고향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하고 고향이 없는 오늘의 나는 있을 수가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함양인이자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서 자존감을 가지고 부산항을 세계적 항만으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고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저 역시도 앞장서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함양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언론 젊은신문 함양의 대표지역신문 주간함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