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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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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도는 개발 사업의 당사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직접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제대로 조사하고, 그 영향을 사실대로 밝히면 개발사업이 안되니 자연스레 멸종위기종 같은 보호종은 없다 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기록하기 일쑤다."


두 달째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는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겸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되어도 알 방법이 없다. 평가서 내용을 모르니 당연히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없다"라고 했다.

그의 요구는 대저대교를 비롯한 낙동강 부산 구간의 각종 교량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대저대교 건설사업은 부산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사업으로, 앞서 시민단체들이 무분별한 개발 사업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부산 등 낙동강권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최근 환경평가서 허위 작성 혐의로 환경영향평가업체 대표와 연구원들이 유죄판결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박중록씨가 환경부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동의'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다음은 박중록 위원장과 농성 두 달째를 맞은 27일에 나눈 대화 내용이다.

"공무원에게 호소한다는 심정으로..."

- 언제부터 농성을 시작했나.
 

"늦가을이 한창인 지난 10월 27일부터 시작했다. 가을이 끝날 때 쯤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겨울이 깊어져 버렸다."

- 노숙농성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고등학교 생물교사로 일하다 2019년 퇴임했다. 2000년 벗들과 습지와새들의친구라는 국내 최초의 습지보전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아이들과 자연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낙동강하구와 같은 습지의 가치와 실태를 알게 되었다. 자꾸 만나다 보니 온갖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더라. 문화재보호구역인데도 보호는커녕 온갖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불법이 판을 치는데, 지키는 활동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 공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데 이도 마찬가지다. 법률에 근거해서 상식적으로 처리되리라 생각했는데, 법이 오히려 개발 면죄부 역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제도는 개발 사업의 당사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직접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제대로 조사하고, 그 영향을 사실대로 밝히면 개발사업 진행이 안되니 '멸종위기종 같은 보호종은 없다'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기록하기 일쑤다.

이렇게 사업자가 마음대로 작성한 평가서는 공개도 안된다. 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되어도 알 방법이 없고, 자연이야 파괴되건 말건, 주민들이야 피해를 입건 말건 아무 문제 없다. 평가서 내용을 모르니 당연히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없다. 그냥 있으면 마구잡이로 개발 허가할 것이 훤하게 눈에 보이는데 그냥 있기 힘들었다. 양심있는 공무원들도 있을 테니 이분들께 호소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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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일원에는 현재 27개의 각종 교량이 건설되어 운영중이다. 여기에 더해 부산시는 서부산개발 등을 빌미로 보호구역 안에서 자그마치 16개의 신규 교량 건설을 추진 중이다. 심하지 않나. 그 중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낙대교. 이 셋은 특히 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해 이 건설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엄궁대교와 장낙대교는 엄궁~생곡간 혹은 북항~생곡간 도로건설 계획으로 한 사업인데, 편법으로 구간을 쪼개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해 장낙은 환경부가 통과시켰고, 엄궁대교는 현재 진행중이다.

대저대교 건설계획은 2001년 부산시가 세운 도로건설계획인데, 2019년도에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판명되어 반려됐다. 그 뒤 환경부가 공동조사를 제안했고 이 과정을 거쳐 1~4위의 대안노선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산시가 이를 모두 거부하고 현재 원안대로 다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와의 협의가 진행중이다.

문제는 현재 부산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도 거짓·부실 작성이 의심돼 지난 10월 27일 경찰에 고발당한 상태라는 점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점이 지적됐다. 국감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문제가 되는 부분을 꼼꼼히 살펴 검토하겠다 했는데, 현재까지 어떤 입장 표명도 없이 깜깜이로 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확하게 조사해야 정확한 영향 알 수 있어"
 
- 공정평가를 촉구한다고 했는데,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다리 건설의 필요성을 밝히는 교통량 조사, 그 영향을 밝히는 조류 조사 결과 등이 사실과 전혀 거꾸로 평가서에 기술되어 있다. 2016년 이후 부산 전체와 낙동강 횡단 교량의 교통량이 감소하는데 증가한다고 적었다. 조류도 계속 감소하는데 마치 증가하는 것처럼 기록한다.

정확하게 조사해야 정확한 영향을 알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서 생태 조사는 핵심 분야다. 그런데 도로 건설 예정 지점의 멸종위기종 서식 실태를 거의 다 빠뜨리고 있다. 대모잠자리는 국제적으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언론 등을 통해 다 알렸는데도 서식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여름 철새 번식조사도 번식기가 다 끝난 뒤 조사를 하는 식이다.

영향 예측도 마찬가지다. 대저대교와 엄궁대교가 건설되면 멸종위기종 큰고니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큰고니는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새에 속해 안정적으로 서식하기 위해서는 교량 간격이 최소 4km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학술논문이 두 편이나 출간되어 있다. 이런 사실들은 개발을 어렵게 하기에 물론 평가서에는 전혀 반영이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쟁점들은 실관계를 확인하면 분명히 드러나는 내용들이다. 이를 환경부가 제대로 검토해 밝히느냐 하는 부분이 이번 환경영향평가의 핵심이다. 환경부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상식의 문제 같다. 얼른 환경부의 입장이 정리되어 농성을 풀 수 있기를 바란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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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장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수도생활을 하는 것 같다. 거의 같은 하루와 주 중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아침 5시 반경 일어나 몸 푸는 운동과 산책, 짧은 독서 뒤 8시 반에서 9시까지 공무원 출근 시간에 맞춰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 뒤 떠오른 햇살을 받으며 환경청 마당의 연못가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미숫가루와 곡물, 우리밀 식빵이 주식이다. 분수 소리를 들으며 매일 소풍 나온 듯 즐거운 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 뒤부터 오후 6시 퇴근까지는 텐트 안에서 업무를 본다.

점심은 죽 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해결하고, 퇴근시간에 손팻말 시위를 마치면 근처 식당으로 가 저녁 식사를 한다. 그렇게 해서 하루를 정리하고 오후 9시 반경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생활의 반복이다.

주말은 손팻말 시위가 없어 조금 늦잠도 자고, 근처 경남도청 정원으로 가끔 산책도 가곤 한다. 도청 정원의 나무가 참 좋다. 노랑할미새가 월동하고 있는 것도 보았고, 후투티, 청딱다구리, 방울새, 굴뚝새, 참새 같은 자연 친구들도 만난다."

"작은 힘이나마 하나로 모아 나가야"
 

- 언제까지 농성할 계획인가.

"상식과 법률에 의거해 일이 진행된다면 농성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다. 국정감사와 경찰 고발로 제기된 문제에 대해 환경부가 입장을 밝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식과 정의가 결국은 드러나지 않겠나.

환경영향평가에 대응하면서 두 가지 일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미래세대를 위한 금요행동을 조직하는 일이다.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가 참 그래도 치열하게 자연보존 운동, 기후위기 대응 운동을 펼치고 있는 나라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에서 내성천, 새만금 수라갯벌, 지리산과 신불산 케이블카, 노자산골프장, 낙동강하구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장낙대교, 가덕도신공항과 제주2공항, 비자림로까지 전국 거의 모든 곳에서 자연을 지키는 치열한 싸움이 있다.

창원과 울산에서는 매주 금요일 기후위기비상행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데도 온 국토가 파헤쳐 지고, 기후위기는 날로 심각함을 더해 가고 있다. 자본의 힘은 강고한데, 우리는 작은 힘이나마 합치지 못하고 모두 흩어져 있다. 이 힘들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생각은.
 

"기후위기로 우리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크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우리 아이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금요일마다 거리로 나서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기성세대들이 함께 외쳐야 한다. 몇 사람이 외쳐서는 희망이 없다. 매주 금요일, 어려우면 한달에 한 번이라도 거리에서 함께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화석연료 퇴출과 자연파괴, 난개발 중단'을 외쳐야 한다.

최근 '대규모 비폭력운동'에서 '전 국민의 3.5%가 시위에 참가한 경우에는 실패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는 연구를 봤다. 또 '모든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임계점(티핑 포인트)은 25%의 헌신적인 소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3.5%를 추동해내고 인구의 25%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바꾸도록 추동해내는, 그 활동을 함께 펼쳐나갈 조직이 꾸려지고, 현재 난개발 면죄부 구실을 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이도 농성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아닌가 생각한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D-5년 210일'이라는 기후위기 시계가 창원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기후위기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올 8월 채택한 6차 보고서에서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2040년에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으니 아마도 아마도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시점을 가리키는 것 같다.

기후위기 문제는 모두가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제다. 1.5도가 올라가면 지금의 이상기후가 일상화된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 무엇보다 농사가 제대로 안된다. 식량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 생존자체가 위협받는데, 우리 아이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우리 사회가 그 심각함을 모른다.

화석연료를 즉각 감축하고, 기후위기 심화하는 자연파괴, 난개발 중단해야 한다. 그 소리를 우리가 함께 외쳐야 한다. 지금의 사회를 바꿔내지 않으면 우리 미래가 없는 절박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 모두 새해부터 펼쳐질 각 지역의 '미래세대를 위한 금요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또 하나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제시하는 정치에 투표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각종 개발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이 곧 기후위기 대응이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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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중록, #환경영향평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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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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