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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쌍계정 앞 두물머리 풍경
 진안 쌍계정 앞 두물머리 풍경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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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마령면 소재지에서 백운면 방향으로 임진로를 따라 약 4㎞쯤 가다가 오른쪽으로 100m쯤 산 아래로 내려가면 바위 동굴 앞에 쌍계정(雙磎亭)이 섬진강 상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곳은 마령면 평지리를 흐르는 백운천과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솥내 마을에서 남으로 흐르는 시내가 만나는 두물머리이다. 

쌍계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초익공 건물로서 19세기 후반에 세워졌다. 바위 절벽 아래에 정자가 서 있는 모양은 바위 동굴이 입을 크게 벌려 이 정자를 반쯤 물고 있는 듯하다. 이 정자에는 동굴 암벽 왼쪽에 '쌍계(雙磎)', 오른쪽에 '석문(石門)'의 글씨가 크게 새겨져 있다. 고운 최치원(崔致遠, 857~908?)이 하동 쌍계사 입구 바위벽에 쓴 '쌍계석문(雙磎石門)' 네 글자를 모방하여 새긴 글자이다.
 
진안 쌍계정과 절벽 동굴
 진안 쌍계정과 절벽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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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자가 세워진 절벽과 동굴의 거대한 바위는 진안층의 마이산 퇴적암이다. 이곳 쌍계정 앞을 흐르는 백운천 상류로 200m의 가까운 위치에 진안·무주 국가 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인 진안 운교리 삼각주 퇴적층의 절벽이 있고, 절벽 아래로 강물이 세차게 흐르며, 쌍계정 앞에 너른 모래톱과 갈대밭이 펼쳐졌다.

이곳 정자 안쪽의 바위 동굴은 진안 마이산에서 보이는 풍화혈(風化穴, 타포니 Tafoni)이다. 동굴 안쪽 어둠침침한 곳에는 바위의 절리를 따라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지의류와 양치식물이 푸르다. 일정한 두께로 겹겹이 층계를 이루며 경사진 바위의 층리는 가까운 곳의 운교리 삼각주 퇴적층과 같은 지형임을 바로 알 수 있다. 
 
▲ 진안 쌍계정 동굴 풍화혈 낙숫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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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쌍계정에서 매천 황현(黃玹, 1855~1910)이 칠언율시 한시 한 수를 남겼다. 그가 이곳에서 섬진강 상류와 정자를 보고 1908년에 쓴 한시 '진안쌍계정(鎭安雙溪亭)'이 그의 문집인 <매천집(梅泉集)>에 실려 있다. 황현은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의 우국지사이며 문장가(文章家)로서, 1910년 9월에 한일병합의 소식을 듣고 음독 자결하였다.
 
진안 쌍계정 동굴의 두물머리 바깥 풍경
 진안 쌍계정 동굴의 두물머리 바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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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의 「진안쌍계정」

丹壁盤盤碧玉流(단벽반반벽옥류)
雙溪來作小汀洲(쌍계래작소정주) 
千峯有路不知處(천봉유로부지처)
一柳與楓無限秋(일류여풍무한추)
拄杖聲驚蝙蝠散(주장성경편복산)
凭欄影帶蟹蝦浮(빙란영대해하부)
熟知佳境尋常在(숙지가경심상재)
五岳歸來枉白頭(오악귀래왕백두)


붉은 바위 수직인 절벽에 푸르고 맑은 물 흘러,
두 냇물이 흘러와서 작은 모래톱을 이루었네.
산봉우리 겹겹 하여 길 있어도 보이지 않고,
버드나무와 단풍나무에 낙엽 들어 가을 기운이 끝없네.
지팡이 짚는 소리에 박쥐들 놀라서 흩어지고,
난간에 기대어 강물에 드리운 그림자에 게들이 떠오르네.
아름다운 경치가 평범한 곳에 있는 걸 누가 알랴,
오악을 구경하고 돌아오니 흰머리가 되었네.


이 시의 앞부분(선경, 先景)은 쌍계정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을 담담하게 묘사하였다. 이 시의 뒷부분(후정, 後情)에서 놀라서 흩어지는 박쥐와 강물에 떠오르는 게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이 투영된 듯하다. 이 시의 끝부분에는 바람잘 날 없던 당시의 시대 현실을 우려하며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진안 쌍계정 절벽의 삼각주 퇴적층
 진안 쌍계정 절벽의 삼각주 퇴적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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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정 앞에 펼쳐진 12월 중순의 겨울 강 모래톱에는 줄기와 깊새가 누렇게 삭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모래톱의 갈대밭 속에서 쌍계정을 바라보며 매천 황현의 한시를 되새기며, 과거의 역사가 강물처럼 살아 있는 현실처럼 느껴진다. 1억 년의 지질 역사를 간직한 퇴적층 바위 절벽을 배경으로 쌍계정의 풍경은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 진안 쌍계정 두물머리 모래톱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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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안마령면쌍계정, #최치원쌍계석문, #매천황현진안쌍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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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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