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 블라인드

 
'제발 영화 보러 오지 마세요. 아니 롯데시네마에 오지마세요.'  

지난 3일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화제였다. 영화 <서울의 봄>이 막 5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올해 두 번째로 천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가운데 해당 극장 근무 인원들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글의 요지였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글을 올린 A씨를 7일과 8일에 걸쳐 단독 접촉했다. 롯데컬쳐웍스 소속 정직원이라 자신의 신분을 밝힌 A씨는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관을 사랑해 선택한 직업이고, 그간 묵묵히 근무하던 직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롯데컬쳐윅스, 11월 비상경영 선포... 희망퇴직 12월 4일까지 접수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 9일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개봉한 지 18일째인 이날 새벽 누적 관객 수 60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 9일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개봉한 지 18일째인 이날 새벽 누적 관객 수 60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 연합뉴스

 
A씨가 올린 글과 기자와의 인터뷰 등을 종합하면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쳐웍스는 올해 11월 비상경영 선포 후 일방적인 희망퇴직 권고와 아르바이트 시간 감축 운용 방침을 고수하고 있었다. <서울의 봄> 대흥행으로 주말 롯데시네마 주요 상영관에서 매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현장 근무 인원을 늘리지 않고 오히려 절반 이상 줄였다는 것. 

실제로 아르바이트생의 빈 자리는 직원들이 채우고 있기 때문에 매점 서비스가 필요 이상으로 늦어지고, 극장 청소 또한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관객들 증언이 SNS 등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롯데컬쳐웍스는 <서울의 봄>이 400만 명 이상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원 감축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었다. A씨는 "일반적으로 매진 회차 대 아르바이트생(아래 드리미)이 대여섯이었다면, 현재 그 절반 이하 인원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롯데컬쳐웍스의 수익 개선 방안이 인원 감축에만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장별로 월별 입장객을 예상한 후 유관 부서에서 드리미 운영 시간 가이드를 배포하고, 유사시에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서울의 봄> 개봉 후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관객이 들었기에 드리미 운영 시간을 늘려야 했지만, 본사는 협조전(주로 본사에서 타 부서 및 영화관에 공지 및 협조의 내용을 담아 전파하는 문서)을 통해 내려진 목표 시간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직원들이 하루 1시간 주어지는 휴식시간 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퇴직을 받는 과정과 드리미 운영 시간 단축도 현장 상황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A씨 주장이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 11월 23일 '비상경영 시행 안내'라는 제목으로 본사와 영화관에 인력 효율화 지침이 본사 및 각 영화관에 내려졌다.

T/O를 조정해 관당 3.5명 수준으로 재산정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명기돼 있었다. 희망퇴직의 경우 '근속 3년차 이상'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2월 4일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A씨는 "경영 악화에 대한 어떤 설명이나 사과 없이 인건비 감축만을 외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1월 23일과 29일 롯데컬쳐웍스로 발송된 희망퇴직 관련 공지 및 인원 감축 관련 세부 내용.

지난 11월 23일과 29일 롯데컬쳐웍스로 발송된 희망퇴직 관련 공지 및 인원 감축 관련 세부 내용. ⓒ 공익제보

 
"휴게 시간 없어... 사무실 안에서 식사 하는 경우도"

아래는 A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극장 인원의 근무 방식에 대해 좀 더 설명 부탁드린다.

"통상 드리미는 티켓 발권, 매점 판매 및 제조, 상영관 청소 등의 현장 업무를 한다. 정직원은 위 현장 업무도 기본으로 하면서 드리미 인사 관리와 매점 및 시설 관리, 재무 관련 업무까지 관장한다. 추가로 영화 스케줄과 영화 콘텐츠를 관리하는 영사 업무도 직원 몫이다."

- 휴게 및 연장근무 시스템은 어떻게 되는가. 

"직원인 경우 일반 직장인과 비슷하다(9시간 근무, 1시간 휴식 포함). 다만 스케줄 근무로 운영된다. 즉 점심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 근무 시간 중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휴게시간은 실제 다녀온 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치 스케줄을 인사시스템에 입력하는 식이다. 인사팀에선 미리 입력된 시간에 맞춰 휴게를 다녀오라 하는데 현장에선 전혀 소용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12:00 ~ 21:00 근무이고, 휴게를 17:00 ~ 18:00로 입력했다고 하자. 그러다 갑자기 그 시간에 영사사고가 발생한다거나 매점에 고객이 몰린다든가 하면 휴게를 갈 수 없게 된다."

- 회사에서 인원 감축을 시작한 건 대략 언제부터인가. 

"지난 11월부터 비상경영을 이유로 전월 및 전년대비 약 50% 감축된 드리미 시간 목표를 내려주고 거기에 무조건 맞출 것을 강요했다. 그리고 드리미들에게 주 15시간 미만 근무도 협의할 것을 공지로 내렸다. 이런 경우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인사 담당은 일일이 드리미들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근무를 성실하게 잘 해왔지만 목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약 종료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드리미 운영 시간을 줄이니 그 공백을 직원이 메꾸느라 앞서 말한 대로 본인 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 못하게 된다. 현장 일만 보느라 근무 시간을 연장하기 부지기수였다. 휴게 또한 가지 못하고 사무실 안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 끝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전까지는 회사가 근로자들을 존중해주는 느낌이 있었기에 팬데믹 시기 회사가 어려웠을 때도 이해하고 협조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 지경까지 왔는지 근로자에게 설명도 없고 사과도 없다. 그저 인건비 감축만 외치고 있다. 노조가 없기에 직원들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앓다가 제 발로 나가는 사람도 많다. 이제 희망퇴직과 인건비 감축 방침으로 영화관 정직원 근무자의 T.O(Table Organigation, 인력 편성)도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잦은 휴식시간 미준수, 연차와 휴가 미사용 건수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회사는 무조건 인건비 감축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영화관 임차료 구조 개선, 양질의 배급작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주길 바란다."
 
한편 롯데컬처웍스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8.2% 감소한 15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5.1% 급감한 30억 원에 머물렀다. 롯데시네마는 직영점 및 가맹점 포함해 브로드웨이 신사점, 서울 도곡, 부산 대영, 경기 안양일번가 등을 순차적으로 폐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11일 <오마이뉴스>에 "(비상경영으로) 조직 슬림화를 해오는 중이고 희망 퇴직을 받고 있는 건 맞다"면서 "<서울의 봄>도 예측보다 훨씬 많이 관객이 들었는데 이미 영업 시간 축소, 인원 감축을 하는 상황에 영화 한 편 잘됐다고 갑자기 (드리미) 인원을 늘릴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롯데시네마 뿐 아니라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도 저마다 고육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가박스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메가박스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아니지만 조직 슬림화 방침으로 내부 인원을 계열사로 재배치하는 식"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2020년경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CGV는 "선제적으로 조치해서 이미 최소인원으로 운영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 관계자는 "<서울의 봄>도 잘 되는 상황이고 <노량>도 있기에 오히려 아르바이트생을 늘리고 있다"며 "기본적으론 모든 아르바이트생은 무기계약직이며, 원하는 경우 한시적으로 단기로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시네마 서울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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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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