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른바 우수토실의 말단부 턱을 넘어 흘러넘친 오폐수들이 고여 있다. 형형색색의 기름띠가 둥둥 떠 있는 시궁창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우수토실의 말단부 턱을 넘어 흘러넘친 오폐수들이 고여 있다. 형형색색의 기름띠가 둥둥 떠 있는 시궁창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난 11월 30일 대구 금호강을 다시 찾았다. 1년 전 살펴보고 온 부끄럽고도 위험한 현장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곳에 어떤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을지 내심 기대를 하고 현장을 다시 찾았던 것이다.(관련 기사 - 홍준표 시장님, 금호강 르네상스보다 여기가 먼저입니다)

그러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오수가 여전히 그대로 흘러넘쳐 있었고 악취도 여전했다. 설상가상 기름띠까지 둥둥 떠 있는 것이 폐수 관리도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더 심각했다. 사실 폐수는 각 공장에서 자체 처리된 것을 하수관로로 내보내기 때문에 각 공장에서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폐수들도 고스란히 흘러들어오게 된다.
 
저 심각한 오폐수가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위험한 현장이다.
 저 심각한 오폐수가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위험한 현장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하수종말처리장은 주로 유기물 분해를 하는 곳이지, 중금속 등이 섞인 폐수를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넘어들어온 폐수는 처리되지 않은 채 다시 금호강으로 그대로 방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각 공장이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책임을 물을 장치가 확실히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각 공장의 폐수 처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관리 또한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사실을 현장을 통해 확인할 수가 있었다. 기름이 둥둥 떠 있는 오폐수가 그대로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수토실'로 우오수 합류식 하수관거가 놓인 말단에는 항상 이런 식으로 구조가 돼 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하수가 정상적으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 들어가지만 비가 조금만이라도 내리게 되면 빗물에 의해 용량을 넘어 1미터 높이의 고정된 턱을 흘러넘치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합류식 하수관거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곳 현장은 그 어떤 변화도 없이 1년 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흘러넘친 오수는 더 지독해 보였다. 형형색색의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시커먼 오폐수가 섞여 있는 죽음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 물이 흘러 금호강으로 유입되고 금호강을 따라서 낙동강으로 유입될 것이다.
 
강바닥은 썩은 오니로 켜켜이 쌓여 있다. 죽음의 공간이다.
 강바닥은 썩은 오니로 켜켜이 쌓여 있다. 죽음의 공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삽으로 바닥을 팠더니 강바닥도 완전히 썩은 오니로 뒤덮여 있었다. 오수가 흘러넘친 것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는 시커먼 오니가 그대로 다 말해주고 있었다. 이 일대는 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 없는 그야말로 죽음의 공간인 것이다.

대구시민 부끄럽지 않게 대구 관리부터 먼저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단 말인가. 부산경남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이래 놓고 대구시는 구미공단을 욕하면서 지금 대구 취수원을 구미 상류의 저 안동댐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이른바 맑은물하이웨이 정책이다. 대구시는 맑은물하이웨이 추진단이란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놓고 취수원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대구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의 하수구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구미 탓을 하면서 낙동강 물 못 먹겠다고 안동댐으로 취수원을 옮겨가겠다니, 부산경남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합류식 하수관거의 위험한 구조. 비가 와서 빗물이 유입되면 우수들이 저 1미터 턱을 넘어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들어간다.
 합류식 하수관거의 위험한 구조. 비가 와서 빗물이 유입되면 우수들이 저 1미터 턱을 넘어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들어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하루빨리 합류식 하수관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비만 내리면 금호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오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니 말이다. 대구시는 7곳의 공단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 공단이 모두 함께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데 있다. 따라서 맑은물하이웨이 같은 사업에 1조 원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쓸 것이 아니라, 금호강 르네상스에 5000억 원 넘는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이런 근본적인 문제 현장에 돈을 먼저 써야 한다.
   
내 화장실부터 깨끗이 해놓고, 남의 화장실 탓을 해야 할 것이고, 내 하수관리부터 제대로 해놓고 상류에 맑은물 내놔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대구시는 더 이상 대구시민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쓸데없는 토건 삽질에 쓸 돈을 합류식 하수관거라는 대구시의 오래된 화장실 문제부터 뜯어고칠 일이다.

예산이 많이 드는 문제라 시장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빨리 개선할 수 있다. 홍준표 시장의 특단의 조치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운동에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르네상스, #맑은물하이웨이, #합류식하수관거, #홍준표시장, #대구3공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