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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의 '올해의 봉사왕'에 뽑힌 이언정 씨. 이 씨는 최근 10년 동안 모두 1만882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광양시의 '올해의 봉사왕'에 뽑힌 이언정 씨. 이 씨는 최근 10년 동안 모두 1만882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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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봉사인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었어요.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봉사는 제게 힘을 주는, 저의 에너지 원천이었습니다. 봉사 활동도 혼자하는 게 아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즐겁습니다." 

자원봉사를 일상으로 살고 있는 이언정(57, 전라남도 광양)씨의 말이다. 이씨가 지난 10년 동안 모두 1만882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광양시의 '올해의 봉사왕'에 뽑혔다. 1만882시간을 날짜로 바꾸면, 하루 24시간씩 453.4일을 봉사한 셈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총 1억468만 원을 기부한 것과 같다.

올해의 봉사왕은 지역사회에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우수 자원봉사자 가운데 봉사실적, 활동 내용, 지역 기여도 등을 심의해 선정했다.

이씨의 봉사활동은 경계를 뛰어넘었다. 무료급식소 지원과 어르신 도시락 배달, 장애인 지원과 권익 옹호, 환경개선, 복지시설 청소,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 벽화 그리기와 도색 등 다양했다.
 
음식 배달을 끝내고 돌아와서 설거지를 하는 이언정 씨. 그는 음식 배달은 물론 식재료 준비, 설거지, 문안 인사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음식 배달을 끝내고 돌아와서 설거지를 하는 이언정 씨. 그는 음식 배달은 물론 식재료 준비, 설거지, 문안 인사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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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광양YWCA의 재가노인 도시락 준비와 배달에 참여하고 있다. 매달 20여 차례, 130시간 안팎을 봉사한다. 이를 위해 이씨는 새벽 5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교회에 들러 새벽기도를 하고 7시가 되기 전 광양YWCA에 도착한다. 사방이 어두운 겨울에도 매한가지다.

"습관이 됐어요. 눈이 절로 떠집니다. 사명감도 있지만,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생깁니다. 월급을 꼬박꼬박 받으면서 하는 직장 출근이라면, 오히려 못했을 겁니다. 지각도 많이 했겠죠."

이씨가 뱅싯이 웃으며 하는 말이다. 자녀들과 함께 가끔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자원봉사를 해오던 이씨가 자원봉사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11년 광양시장애인복지관과 만나면서부터다. 장애인 가정을 찾아가 청소를 하고, 식음료를 배달했다.
  
광양YWCA 무료급식소와 만난 건 2016년이었다. 자녀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서' 장애인복지관을 찾은 게 시작이다. 이 씨는 포스코 사랑나누기 봉사단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가욋돈이 생기면 따로 모아 기부를 했다. 해마다 김장 나눔 활동에도 함께한다.
 
음식 배달 중에 포즈를 취한 이언정 씨. 앞으로도 즐겁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봉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음식 배달 중에 포즈를 취한 이언정 씨. 앞으로도 즐겁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봉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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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초기엔 쥐의 사체, 바퀴벌레, 음식 속 구더기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그였다. 교통봉사, 학생지도에서 시작된 봉사활동이 청소, 도배, 페인트칠, 야간순찰을 거쳐 조리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어떤 일이든지 웃으며 거뜬하게 해낼 수 있다.  

"제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식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배달하고,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일까지, 중요하지 않은 게 없더라고요."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을 성장시킨 자원봉사였다는 게 그의 경험칙이다. 앞으로도 사소한 것까지 나누고, 부족한 재능이지만 쓰일 데가 있다면 언제라도 달려가서 즐겁게 봉사할 생각이다.

"봉사가 짐으로 느껴지면 안 돼요. 나이를 더 먹고, 늙어서도 즐겁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이씨의 소박한, 그러나 다부진 소망이다. '올해의 봉사왕' 심사를 맡았던 김윤혜 광양시 자원봉사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언정씨는 오랜 기간 소외된 이웃과 지역사회에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헌신적인 나눔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올해의 봉사왕 시상은 12월 11일 광양시 자원봉사자의 밤 행사 때 한다.
 
빈 도시락 앞에 선 이언정 씨. 보자기는 하나씩 풀어 설거지를 해야 할 것들이다.
 빈 도시락 앞에 선 이언정 씨. 보자기는 하나씩 풀어 설거지를 해야 할 것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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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언정, #자원봉사, #자원봉사활동, #올해의봉사왕, #광양Y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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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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