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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경향신문에 <'위성정당' 막는다면, 권역별-병립형이 더 낫다>라는 제목의 글로 이탄희 의원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권역별-병립형 방안을 지지하였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경향신문에 <'위성정당' 막는다면, 권역별-병립형이 더 낫다>라는 제목의 글로 이탄희 의원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권역별-병립형 방안을 지지하였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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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선거제도에 관하여 병립형 회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직을 걸고 막겠다고 하였고,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경향신문에 <'위성정당' 막는다면, 권역별-병립형이 더 낫다>라는 제목의 글로 이탄희 의원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권역별-병립형 방안을 지지하였다.

병립형은 '보수 단결 촉진법', 준연동형은 '보수 분화 촉진법'

최병천 소장 주장의 핵심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이어갈 경우 국민의힘은 또다시 위성정당을 만들 것이고, 그것이 국민의힘 과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위성정당을 만든 2020년 총선 직전 보수 정당은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되어 선거를 치렀다. 통합된 거대 보수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수 획득을 위한 위성정당을 만드니 위협적일 수도 있었다. 2020년 총선 때와 다르게 지금은 보수가 분화되고 있다. 연일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 보수 인사들이 주도하는 신당이 창당될 거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0년 당시에는 보수정당이 야당이었고, 민주당 등이 행한 선거제 개편에 대한 반발로 위성정당을 만들었으므로,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이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높은 가운데, 위성정당이라는 방식을 또다시 사용하여도, 위성정당으로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이 큰 힘을 받기 어렵다.

오히려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는 것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후로 30명의 국회의원으로 창당한 바른정당이 길게 유지되지 못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의 분화를 막고 보수 단결을 촉진한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신당 구상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는 전제에서 힘을 받는 것인데, 권역별-병립형 도입은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합리적 보수가 독자정당으로 설 자리를 잃게 하고, 다시 보수의 단결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압력이 가해져, 다음 대선에서 다시 단결한 보수정당 대선 후보와 어렵게 경쟁하는 구도가 반복될 것이다.

설령 이준석 전 대표 등이 당장 신당을 창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보수 유권자 내부에서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있는 상황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향후에 언제라도 보수가 분화할 가능성은 병립형 때보다 더 크게 남아있게 된다. 이준석 전 대표 등이 신당 창당을 포기한다면 병립형 회귀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민주당은 2004년 탄핵 역풍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이후 2008년 총선에서 보수정당 한나라당에 2배 가까운 의석수 차를 보이며 대패한 적이 있다. 합리적 보수와 냉전 시대의 보수 세력이 하나로 뭉친 과거의 보수정당 체제가 유지된다면, 언제라도 다시 그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최병천 소장은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된 제도이므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시도를 반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분화된 합리적 보수의 정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 확인되면, 중장기적으로 위성정당을 반복하는 시도는 힘을 잃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현재 존재하는 선거제라는 점은 사실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합리적 보수 정당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국민의힘은 약 1/4~1/3의 의석만 가져가게 되므로 원내에서의 고립을 자초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이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병립형 선거제 개악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이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병립형 선거제 개악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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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에서 비례대표제 대다수

최병천 소장의 또 다른 주장은 비례대표제는 내각제에서 실시하고, 대통령제에서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일부 남미 국가에서만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결합됐다며 대통령제인 한국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병천 소장의 주장은 통념에 불과한데, 독일 정치학자 보먼과 미국 정치학자 골더가 함께 1945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134개국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의원내각제에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비율이 38% 정도인 반면, 준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에서 70%, 대통령제에서 66%에 달한다(한국정당학회. 2016. 재인용). 위 수치는 비례대표제와 단순다수제를 섞은 이른바 혼합형 선거제를 제외한 수치이다.

최병천 소장의 주장과 다르게 세계적으로 대통령제에서도 사실상 연합정치는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도 경험적 사실이고, 연립정부를 구성한 대통령제 국가가 더 좋은 정치를 할 수도 있다. 체이법, 쉐보르스키 등의 2004년 연구에 따르면 1946년부터 1999년까지 대통령제에서 총 218개 사례 중 97개의 소위 여소야대의 소수 정부 사례가 있었다. 이 중 54% 정도가 연립정부를 구성하였으며, 이러한 연립정부는 단독정부에 비해 입법 성공률이 높아 통치가 좀 더 안정되어 효율적이고,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대통령의 조기 사임도 상대적으로 적다(한국정당학회. 2016. 재인용).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면 무조건 소수정당이 난립하여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대표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가인 독일의 과거 선거 결과를 보면 오히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중도우파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에 의한 양당제에 가깝다. 최병천 소장은 브라질에는 너무 많은 정당에 의석이 배분되어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브라질은 2022년 선거에서 0.73%를 득표한 정당도 하원에서 3석의 의석을 가질 수 있으나(위키피디아), 한국의 현행 제도는 3%를 넘는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한다.

보수 핑계로 개혁 후퇴, 이제 그만

더불어민주당은 보수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개혁을 주저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일을 빈번하게 하였다. 이번 국면에서도 다르지 않다. 최병천 소장의 주장은 부족하거나 사실이 아닌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의 개혁 후퇴를 지지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에 따라 선거제 후퇴에 동의하지 않길 바란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덧붙이는 글 | - 2023년 11월 12일 경향신문에 반론 글을 투고하였으나 현재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 참고문헌: 한국정당학회, <한국의 대통령제에 적합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연구>, 2016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태그:#연동형비례대표, #병립형, #위성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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