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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2일 채 상병의 안장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추모하고 있다.
 2023년 7월 22일 채 상병의 안장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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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지휘 책임자 중 한 명인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지난 9월 20일 100쪽에 달하는 진술서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진술서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불구속 상태로 군사재판에 넘긴 군 검찰의 수사기록 목록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수사 외압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그런 가운데 오히려 군 검찰은 지난 10월 6일, 박 대령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 사단장이 진술서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주장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임 사단장이 진술서를 제출한 직후, 군 관계자가 개별적으로 복수의 기자들을 접촉해 '이전부터 임 사단장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던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 사단장을 무리하게 혐의자에 포함시킨 것 같다'고 말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관계자가 복수의 기자에게 말한 내용을 요약하면 '박 전 수사단장이 예전부터 임 사단장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박 전 단장은 임 사단장이 백령도에서 대대장을 할 때부터 입건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 했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채 상병이 순직했던 7월 19일 이전인) 7월 16~17일 사이에 임 사단장이 안전에 유의해 수색작전을 실시하라는 지침을 내린 문건이 있는데도, 해병대 수사단이 이를 수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 문건을 경북경찰청이 (해병1사단으로부터) 압수했기 때문에 임 사단장의 무혐의는 확실하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임 사단장은 백령도 주둔 해병 제6여단 63대대에서 대대장을 역임했는데, 그가 대대장을 맡고 있었던 2009년 10월 소속 부대의 한 부사관이 하강 레펠 점검에 나섰다가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당시 해병대는 해상 수색작전을 벌였지만 끝내 실종자를 찾지 못했고, 해당 부사관은 최종적으로 순직 처리됐다.

'존재하지 않는다'던 정보, 군 검찰 수사기록 목록에 존재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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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군 검찰의 수사기록 목록에는 박정훈 대령 측이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정보부존재'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던 박 대령의 피의자신문조서 및 영상파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피의자신문조서 및 영상파일은 지난 8월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던 박정훈 대령이 외압의 증거로 녹음파일을 재생하려하자 군 검사가 이를 제지했다는 박 대령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당시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외압의 배후를 알 수 있을 만한 녹음 파일을 틀자 군 검사가 당황해 수사가 중단됐다"면서 "군 검찰 측에서 먼저 기록을 못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나갈 것을 통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박 대령 측 "외압 증거 녹음 틀자 군 검사가 당황해 제지" https://omn.kr/25e2c ).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은 "군 검사가 당황하며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군 검사가 '나가라'고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실은 모두 영상에 녹화되어 있다"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피의자 측의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박정훈 대령은 9월 20일 국방부 검찰단에 다시 출석해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그런데 국방부는 '피의자신문조서 및 조사 전 과정을 녹화한 영상파일의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던 박정훈 대령 측 정관영 변호사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9월 20일자 피의자신문조서 및 영상파일은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8월 28일 피의자신문조서와 영상파일은 "피의자(박 대령)가 조사 개시를 거부하여 진술내용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정보부존재' 처리한다"고 답변했다.

8월 28일 상황이 영상에 녹화돼 있다면서 박 대령 측 주장을 적극 반박했는데, 녹화를 한 영상이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존재하지 않아 공개를 못 한다던 8월 28일 자 피의자신문조서와 영상파일의 존재가 국방부 검찰단 수사기록 목록에는 등장한 것이다. 

수사기록 목록을 통해 해병대 수사단이 지난 7월 30일 작성한 조사결과 보고서(군사경찰 속보)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같은 날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보고하고 결제를 받은 '채 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처리 관련 보고서'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 수사목록에 이종섭 전 국방장관 진술서·진술조서 아예 없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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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사기록 목록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진술서나 진술조서는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국방부 정책실장,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안보실 파견 김OO 해병 대령은 1회의 진술서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는 진술서와 진술조서 각 1회씩 받은 걸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박정훈 대령이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지목했던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의 진술서는 아예 없었고, 신 전 차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비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는 4회의 진술조서를, 해병대사령부 공보정훈실장 이OO 대령은 3회의 진술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수사기록 목록에 기재돼 있었다.

박정훈 대령은 이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변호인을 통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신 차관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읽어주며 압박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신 차관은 이를 반박하면서 '김 사령관과 문자(SNS 메시지 포함)를 송수신한 기록이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검증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검증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셈이다. 

박정훈 대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정민 변호사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정말 뻔뻔하게 편파적"이라면서 "수사기록 목록을 보면 안보실이나 국방부 인사들의 주장은 묻지도 않고 그대로 믿어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임성근 사단장의 진술서는 군 검찰의 공소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임성근사단장, #채상병, #박정훈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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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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