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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모습이다.
 국회 본회의 모습이다.
ⓒ 국회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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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4월 10일이 제22대 국회를 구성할 총선일이고, 현재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내년 5월 29일까지다. 각 당에서 내년 총선 채비로 분주한 것을 보니, 이번 국회의 일정도 막바지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지금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지만 국회의원들은 민생 현안 처리보다는 내년 총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하다.

사실 일반 시민으로서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다. 선거 때, 잠시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훑어보고 지지하는 정당 등을 고려하여 투표한 이후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일상에 쫓겨서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그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약간은 믿음 반, 체념 반 그런 기분으로 지나쳤다.

이처럼 평소에는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다가 그들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최근에야 국민의 대표란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국회 홈페이지를 방문해 봤다.
 
21대 국회 의안 현황 통계이다.
 21대 국회 의안 현황 통계이다.
ⓒ 국회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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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법률안 중 계류 법률안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거기에는 친절하게도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수적으로 한눈에 압축해서 볼 수 있도록 의안 현황이 나와 있었다. 더 상세한 통계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의안정보시스템에도 들어가 보았다. 2023년 11월 3일 14시 현재, 제21대 국회의 의안 현황은 접수 의안 2만 5271건, 처리 의안 8057건, 계류 의안 1만 7214건이다.

접수 의안에는 법률안 이외에도 동의안, 승인안, 결의안 등 여러 의안들이 있는데, 법률안이 2만 4492건으로 97%. 압도적으로 많다. 접수 법률안 중에 일부(748건)는 정부에서 제출한 법안이며, 대다수는 국회의원들이 제안한 법안들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많은 법안을 발의했는지 알 수 있다. 발의 법안 수로만 따지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 활동에 소홀했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런데 처리된 의안보다 처리되지 않고 계류되어 있는 의안이 훨씬 많은 것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다했는지는 의문스럽다. 더구나 21대 국회의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계류 법안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처리될 수 있을까. 현재 계류 중인 법안들의 대부분은 21대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지금 계류 되어 있는 법안은 전체 접수 법안의 69%가 넘는다. 그런데도 법안들은 계속 제출되어 쌓이고 있다. 왜 국회의원들은 법률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데는 소극적일까? 물론 여러 정파가 모여 있는 국회에서 법률안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법률안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측면 신경 써야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특정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임을 명심해야 한다. 간혹 국회의 상임위원회나 본회의 진행 모습을 보면 의안 심의에 집중하기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에 몰두하는 장면이 많았다.

서로 고성을 지르거나 야유를 보내고 손팻말을 부착하여 상대 당을 비난하고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파행을 겪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 소모적인 정쟁을 할 시간에 산적한 민생 현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국민의 대표다운 모습 아닌가.

양적으로 아무리 많은 법안을 발의한들, 임기 내에 심의조차 한번 못한 채 자동 폐기되는 법안이 70% 가깝게 된다면 열심히 일한 국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안 발의 건수 늘리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필요한 법안들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논의하여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게 옳다. 법안 건수의 양적인 측면보다 법안 내용의 질적인 측면에 더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싶다.

평상시에 국민들의 생활을 깊이 살피지 않고 민생 법안들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으니 국민들의 생활 편의를 뒷받침하는 입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번 큰일이 터진 다음에야 여론에 떠밀려 입법에 나서니까 '뒷북 입법'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장에서 피켓을 부착하거나 상대 당을 향해 고성이나 야유를 보내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모처럼 합의했다. 이제라도 여야가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잘하기로 했다니 다행이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는 그저 한숨만 나온다. 제발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위해 생산적으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그게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가.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국회, #국회의원, #국회의안현황, #의안현황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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