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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무지개독서회는 지역의 다른 독서회들과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군산북클럽네트워크를 창립했다. 현재 5개 독서회가 함께하는 군산북클럽네트워크는, 2023년 군산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인문도시센터와 함께 인문학창고 정담에서 정담북클럽의 '오픈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16주간 이어지는 정담북클럽에는 독서회 회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궁금하다, 미술의 세계
 
무지개독서회: 김정희 교수와 함께 진행한 내용이다.
▲ 정담북클럽 무지개독서회: 김정희 교수와 함께 진행한 내용이다.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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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정담북클럽을 진행 중인 무지개독서회는 지난 9~10월 동안 미술에 관련한 세 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미술에 대한 투자는 뉴스에도 오르내리고, 유명 미술 전시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우리나라 1세대 전시해설가가 쓴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김찬용, 2021, 아르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인상주의부터 현대 미술의 여러 유파를 짧고 쉬운 말로 설명해 주었다. 1950년 출판 이후 16판 개정을 거쳐온 <서양미술사>(곰브리치, 2022, 예경)는 두툼한 두께가 부담스러웠지만 함께 스터디하듯 읽으니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담북클럽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기 위해 책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2023, 현실문화)를 함께 읽었다. 출판사 리뷰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소개한다.
 
무지개독서회는 2023년 9-10월 미술 관련 책 3권을 함께 읽었다.
▲ 정담북클럽 무지개독서회는 2023년 9-10월 미술 관련 책 3권을 함께 읽었다.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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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이란 근대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에 나열한 작품들은 오늘날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라 주장한다. [...]뒤샹, 피카소, 몬드리안, 폴록, 그리고 워홀 등 저자는 근대 이후의 작품들을 미술이라 말한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작가가 예술에 대한 영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창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미술이라는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무지개독서회 회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일단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소화가 어렵고, 수록된 작품 사진이 흑백이고 크기가 작아 알아보기 어려웠으며, 특히 역자 주석은 글씨가 너무 작아 보기 불편했다는 평이 많았다. 저자의 주장이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그 주장에 설득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제도화된 미술'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으며, 어떻게 해야 주체적으로 미술과 세상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주었다는 점에서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무지개독서회, 김정희 교수가 미술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무지개독서회, 김정희 교수가 미술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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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제도, 일상과 예술... 빠르게 두 시간이 흘러갔다   

지난 목요일 진행한 정담북클럽에서는 이 책과 '미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 미술사학자 김정희 교수(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를 초대손님으로 모시고 강연을 요청했다. 엄청난 자료를 준비해 온 김 교수는 시민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오류가 남아있는 책을 대상으로 선정한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책에서 저자는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채 '근대', '미술' 등의 개념을 사용했으며, 사례로 언급된 작품 설명도 일부 잘못된 것이 있다고 조목조목 짚어냈다. 번역에도 몇 차례 오류가 있는 이 책이 1997년 출판 당시에 일부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내용이 수정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정희 교수, "공공미술은 공론장을 만들어낸다"
▲ 정담북클럽 김정희 교수, "공공미술은 공론장을 만들어낸다"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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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김정희 교수는 무지개독서회가 가장 궁금해 했던 '미술과 제도'에 대해서 강연을 시작했다. 미술에서 가장 큰 제도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부터 일상과 예술, 공공미술, 박물관과 기념비, 제도 비판, 예술과 미술의 개념 등을 약 두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전달했다.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흥미로운 구성의 강의에 모두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이해를 놓친 부분은 사전에 알려준 자료를 통해 각자 추가로 학습하기로 했다.

강연 후 무지개독서회 회원 강은혜님은 "미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함께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나니 관심이 생긴다. 공부를 해야 알 수 있다고 해서 부담스럽지만, 논문들은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미술품 구매도 하고 최근 그림그리기를 시도하는 조은미님이 이날 "열정적인 강연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미술관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하자, 김 교수는 웃으며 "'작품 구매'할 때만 휘둘리지 않으면 된다"라고 답했다.  
 
무지개독서회, 김정희 교수의 설명을 듣는 모습.
▲ 정담북클럽 무지개독서회, 김정희 교수의 설명을 듣는 모습.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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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에서 미술의 역할은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던 김 교수는 무지개독서회, 또 정담북클럽처럼 지역에서 소비자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학습과 토론의 모임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령과 성별의 구분 없이 모인 이같은 자리가 한국 사회와 우리 자신을 위해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예정보다 시간이 길어졌음에도, 마지막 기차 탑승을 위해 떠나는 김정희 교수를 붙들고 싶을 만큼 뜨거운 자리였다.

덧붙이는 글 | 이날 언급된 참고 자료는 다음과 같다. ''오토 딕스의 여자 그림들: 현실과 자기고백'(김정희, 2023,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고야, 고다르, 보이스에서 … 국제미술전, 한국성까지: 27개의 논문'(김정희, 2023, 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ebook 온라인 서점에서 무료 다운로드 가능).


태그:#정담북클럽, #무지개독서회, #김정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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