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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의자 없애기 시범 사업 예시.
 지하철 의자 없애기 시범 사업 예시.
ⓒ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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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우리가 힘들게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퇴근 시간, 그 때 마주하는 큰 고비는 바로 '지하철'이다. 지하철은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교통수단이지만,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때로는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누군가는 유튜브를 보고, 누군가는 천장을 바라보며, 또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그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힘겨운 순간이 찾아오는데, 바로 한 사람이라도 더 타려는 순간이 그것이다. 가득 찬 지하철 안,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더 타려는 그 욕심 말이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어려움에 공감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할 때 막무가내 밀고 들어오는 사람으로 인해 밀리기도 하고, 서로를 밀치기도 하며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잦다. 힘들게 겹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괜히 미안해질 때도 있다. '지옥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용어가 아님을 체감할 수 있다.

의자 없는 지하철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출퇴근 길을 개선하겠다는 목적 아래,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내년 1월 중으로 '의자 없는 지하철' 시범 사업 도입을 1일 발표했다. 이번 시범 사업은 승강장 혼잡도 개선 계획과 함께 열차 내 혼잡도 개선을 위한 방한 중 하나이다. 출퇴근 시간대 운영하는 지하철 4, 7호선 열차를 대상으로 각 1편성에서 2개칸 내 일반석 의자를 없애 혼잡도를 줄이고자 추진된다고 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사 측은 호선과 차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높고 객실 의자 아래 주요 구성품이 적은 호차를 선정해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4호선과 7호선은 올 3분기 기준 최고 혼잡도가 각각 193.4%, 164.2%로 150%를 초과한다. 서울 교통공사는 혼잡도 150%를 이동할 때 부딪힘이 있는 '주의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혼잡도는 지하철 전동차 한 칸을 기준으로 좌석 54명, 객실 통로 54명, 출입문 52명을 더한 158여명 탑승을 정원으로 보고 이를 혼잡률 100%라 한다.

서울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혼잡도가 125%만 되어도 시야가 가려지고, 175%일 때에는 출입문 주변까지 매우 혼잡한 가운데 승객들의 몸이 서로 밀착돼 팔을 들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해당 기준으로 최고 혼잡률 193.4%를 기록한 4호선은 이미 정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305명 정도가 전동차 한 칸에 끼어 타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번 사업은 승강장 혼잡도 개선 계획과 함께 열차 내 혼잡도 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이다. 이와 함께 지하철 혼잡도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 4호선 3편성 30칸, 7호선 1편성 8칸을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후 전동차 교체사업을 발주할 때 통합 발주 또는 계약 변경으로 추진해 도입시기를 앞당기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는 출퇴근 시간대 증원 운행을 비롯해 주요 역에 혼잡도 안전 도우미를 비치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시험 사업의 효과성이 입증되면 추후 확대 시행해 시민들이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이용자들에 물으니... "새로운 사고 발생할 수도", "성범죄 발생 쉽다"

서울권 대학생인 필자는 주변인들과 만나 이번 서울시 시범 사업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다음이 돌아온 의견들이다. 부정적인 의견과 긍정적인 의견이 혼재했다.

"유모차 및 휠체어 이용자에겐 편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중간에 봉이나 손잡이같이 중심을 잡을 만한 설치물이 필요하다."
"오히려 빈틈없이 꽉 차서 더 객실 밀도가 올라가 압사 가능성은 없는지 우려된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의 지하철 접이식 의자를 사례로 해 시간대별로 의자를 조절하면 좋겠다."
"문 크기를 키우거나 개수를 늘리면 승하차 시 병목으로 인한 사고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넘어졌을 때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또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것이다."
"대중교통을 제대로 이용 안 해본 사람들의 발상이라고 본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만약 의자가 없다면 응급상황에서 숨을 쉴 공간이 확보되지 않을 것이다."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이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산화탄소 호흡량이 늘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환기 시설 구축이 필수적이다." 


사람들 몰려 더 위험해질 가능성도 대책 세워야 

지난해 서울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필자가 이번 정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지하철 출발 및 정차의 관성과 승하차시 병목으로 인한 압사 사고이다.

사람들이 질서 있게 행동한다 하더라도 유체화된 군중은 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에드윈 갈레아 교수에 따르면 밀집도가 1㎡당 4명 이상이면 군중은 유체처럼 움직이며, 군중이 유체처럼 움직이는 것은 이미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한 명이라도 넘어져 빈 공간이 생기면 근처 사람들이 압력에 밀려 우르르 같이 무너지기 쉽게 된다. 몸이 깔리게 되면 강한 압박으로 공기가 폐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산소 부족으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배치하는 안전 도우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이런 사고가 없도록 사전 예방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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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사고를 예방할 대책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측이 위에서 언급된 혼잡 시간대, 안정성, 혼잡도 등의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유동적인 정책으로 실현해내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서울특별시 보도자료(​2023년 11월 1일자)와 <가디언> 기사(2015년 10월 3일자 'Hajj crush' 관련)를 참고했습니다.


태그:#지하철정책, #서울교통공사, #지하철의자, #시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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