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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 또는 팬터마임은 몸짓과 표정만으로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무언극이다. 대사 없이 코믹한 퍼포먼스와 춤이 함께 하므로 관객은 언어의 장벽 없이 세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 판토마임은 '모든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 판토(Panto)와 '흉내내는 사람'을 뜻하는 미모스(Mimos)를 합친 말이다.

오늘날에는 의미가 확장되어 여러가지 장르의 예술을 포함한다. 발레에서는 무용과 함께 마임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2대 요소다. 뉴욕의 거리 예술가나 홍대의 버스킹 공연에서는 비보잉과 힙합 댄스가 어우러져 공연이 펼쳐진다. 대한민국에서 매년 열리는 춘천마임축제에는 세계 여러나라의 흉내쟁이들이 참여하여 흥겨운 놀이판을 벌인다.

곤충 세상에는 힘쎈 포식자를 흉내내는 수많은 닮은꼴이 있다. 곤충계의 상위 포식자로 널리 알려진 종은 벌과 사마귀다. 강한 놈이 있으면 이를 이용하는 따라쟁이가 있기 마련이다. 흉내내기의 모델이 되는 벌은 여러 종이 의태를 하고 있다. 딱지날개 줄무늬의 배합을 통해 벌을 고대로 베끼고 있는 벌하늘소와 측범하늘소, 벌호랑하늘소, 범하늘소 등이 그러하다.
 
벌을 베껴 노란 줄무늬를 가진 하늘소.
▲ 벌호랑하늘소. 벌을 베껴 노란 줄무늬를 가진 하늘소.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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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을 흉내 낸 나방으로서 투명한 날개까지 꼭 닮았다.
▲ 계요등유리나방. 말벌을 흉내 낸 나방으로서 투명한 날개까지 꼭 닮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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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 보기에 말벌과 구분하기 힘든 일본노린내등에도 있다. 노랑과 검은 줄무늬의 배합이 일란성 쌍둥이로 느껴진다.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살며 영명으로는 송곳파리(Awl fly)라고 부른다.

말벌을 흉내낸 유리나방(계요등유리나방, 밤나무장수유리나방, 복숭아유리나방, 산딸기유리나방 등) 종류도 있다. 호랑꽃무지는 벌을 본뜬 모습을 갖고 있다. 붕붕~ 거리며 나는 소리도 말벌을 닮았을 뿐더러 북실북실한 털은 뒤영벌을 의태했다.

개미를 베껴 콩과 식물에 피해를 준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미는 생태계 전반에 걸쳐 힘센 포식자의 지위를 누린다. 집단으로 공격하며 입에서 개미산을 뿜어내므로 웬만한 곤충은 당해낼 수 없다. 개미를 닮은 녀석으로는 개미거미 종류와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개미벌 등이 있다.

깡충거미과에 속한 개미거미류는 개미를 의태하여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더 사악한 목적은 개미굴에 몰래 침입하여 개미 유충을 잡아먹기 위해서다. 개미가 더듬이를 흔드는 것까지 따라하므로 얼핏 봤을 때 보통의 눈썰미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콩과 식물을 가해한다.
▲ 더듬이를 흔드는 모습까지 개미를 모방한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콩과 식물을 가해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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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는 콩과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살기에 농부의 미움을 받는다. 콩 꼬투리를 가해하므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쭉정이가 되거나 기형이 되는 피해를 입힌다. 애벌레는 개미를 똑 닮아서 보통 사람은 구별이 어렵다. 성충은 비행솜씨까지 뛰어나서 대량 발생하면 농가에 골치아픈 존재다. 살충제를 피해 다른 곳으로 날라갔다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 연재 16화 기사(모르스 부호를 보내는 전신 기사 구주개미벌)에서 암소살인자 개미벌에 대해 알아봤다. 개미벌 종류는 눈에 띄는 색배합으로 자신이 독침을 갖고 있음을 알린다. 개미벌을 흉내 낸 참개미붙이는 습성마저 비슷하여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수피를 배회하며 먹잇감을 찾는다.

참개미붙이와 털점박이개미붙이 등의 애벌레는 썩은 나무 속에 살며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이 밖에 꿀벌집에 침입하여 유충을 잡아먹는 불개미붙이와 산개미붙이가 있으며, 흰띠개미붙이나 집개미붙이는 나무 껍질 위나 곡식 창고에 살면서 작은 곤충을 포식한다. 붉은목개미붙이와 붉은다리개미붙이는 동물의 사체나 건어물을 먹고 사는 곤충을 사냥한다.

다슬기 먹는 개똥벌레 모방꾼 홍반디

보통 사람들을 잘 모르는 곤충계의 포식자가 있다. 형설지공의 주인공, 꽁무니에서 뜨겁지 않은 빛을 내는 반딧불이다. 여름밤을 분위기 있게 밝히는 반딧불이는 사실 지독한 사냥꾼이다. 애벌레 시절에 다슬기와 달팽이 종류를 산채로 한 입씩 뜯어먹고 자란다.
 
애벌레 때 다슬기를 파먹는 반딧불이와 친척.
▲ 개똥벌레 모방꾼, 살짝수염홍반디. 애벌레 때 다슬기를 파먹는 반딧불이와 친척.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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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와 친척 관계이므로 비슷한 생활사를 가진 홍반디(거무티티홍반디, 굵은뿔홍반디, 별홍반디, 고려홍반디, 큰홍반디 등)도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홍반디 종류는 눈에 띄는 붉은 겉날개를 갖고 있다. 딱정벌레과에 속하지만 딱지날개가 단단하지 않고 무르며 줄무늬에 작은 홈(점각)이 많다. 영명으로는 그물날개벌레(Net-winged beetle)라고 부른다.

자연에서 원색의 컬러를 보이는 곤충은 대개 독이 있다는 신호다. 노랗거나 얼룩무늬거나 빨간 옷을 입은 대상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딧불이와 홍반디는 위험을 느끼면 반사출혈로 자신을 방어한다. 늦반딧불이는 노랑색 피가 저절로 스며나오고 살짝수염홍반디는 우윳빛 독액이 맺힌다.

지난 연재 7화(쑥 먹고 독액 만드는 이 벌레를 아시나요?)에서 홍날개가 남가뢰를 괴롭혀 칸타리딘을 빼앗는 까닭을 알아봤다. 홍날개는 홍반디를 의태하였기에 보통 사람은 구분이 어렵다.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매끈한 딱지날개에 둥그런 가슴이고 후자는 밭고랑 같은 줄이 나 있으며 점각이 촘촘하다는 점 정도다. 가슴이 대체로 정방형이며 움푹 파인 것도 식별 포인트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추후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게재 예정입니다.


태그:#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홍반디, #반딧불이, #벌호랑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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