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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 주민들이 조곡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며 설명회 개최를 무산시켰다.
 지난 3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 주민들이 조곡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며 설명회 개최를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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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산업단지 승인 절차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무산시켰다.

지난달 3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조곡산업단지 건설 관련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조곡 산단 예정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주민동의 한적없다. 산업단지 반대한다", "목숨은 하나다. 암에 걸리면 누가 책임지나"라고 외쳤다. 

앞서 SK에코플랜트와 예산군은 지난 2021년 '예산 조곡 그린컴플렉스(아래 조곡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조곡산업단지는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일원에 약 140만㎡(약 43만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으로 오는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조곡산업단지에는 3만2884㎡ 규모의 폐기물매립시설도 건설될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는 에스케이(SK)에코플랜트가 주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설명회가 시작되자 마자 단상에 올라가 '주민동의 없는 조곡산단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었다. 또 이들이 펼쳐보인 현수막에는 '주민은 조곡산단 설명회를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 신암면 주민들은 예산군이 승인절차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설명회를 통해 산업단지 건설을 강행하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또한 산업단지가 건설되고 마을에 폐기물 처리 시설이 들어설 경우 심각한 환경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 A씨는 "산업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서 예산읍에서도 아이들이 온다. 하지만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폐기물 처리장이 설치되면 아이들이 오겠나. 환경이 나빠지면 아이들 뿐 아니라 마을에 귀촌을 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마을이 소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동진 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은 조곡산단에 폐기물이 들어온다는 것조차도 몰랐다. 폐기물 소각으로 농산물이 오염될 경우 판매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귀농 귀촌도 줄 수밖에 없다. 예산군은 우량농지에 산업단지를 지어 쓰레기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깨끗한 환경에서 농사를 짓고 싶을 뿐이다. 산업단지는 주민들에게 어떤 이익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요즘 소 럼피스병 때문에 축산 농가들이 비상이다. 군에 주민공청회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최재구 군수는 주민들이 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며 벌인 첫 번째 집회에서 주민이 반대하면 산업단지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민설명회는 산업단지 승인절차를 위한 요식행위 일 뿐이다. 충남도도 예산군도 모두 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더이상 기댈 곳이 없다"며  주민설명회를 막아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설명회가 끝나면 산업단지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에스케이에코플랜트 측에서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업체 측은 오는 2024년 5월 산업단지 계획 승인고시(충남도)를 마치고, 그해 하반기 보상계획 공고를 공고 한 뒤 오는 2025년 공사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김미선 충남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이번 주민설명회는 사업계획 승인신청서, 환경영향평가와 기후영향평가 등 5~6개 항목에 대한 종합 설명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옆에 있던 김형수 농본활동가가 "산업단지 간소화법에 따라 이번 한번의 설명회가 끝나면 산업단지에 대한 실시계획 등 승인절차가 이어 진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 뿐 아니라, 주민설명회를 보기 위해 참석한 이들도 예산군에 불만을 토로했다.

B씨는 "나도 공무원 생활을 하고 퇴직했다. 주민들이 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예산군이 사전에 주민들에게 세밀하게 안내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이 사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예산군은 결국 주민설명회를 연기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요즘 소 럼피스병이 돌고 있다. (주민) 설명회는 소에게 백신을 주사한 뒤 면역력이 생기는 3주 후에 다시 개최할 것"이라며 "(주민설명회) 공고를 보고 온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설명회를 다음으로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설명회를 저지하고 나선 주민들
 산업단지 설명회를 저지하고 나선 주민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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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조곡산단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지난 3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조곡산단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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