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처음 자퇴를 하고, 뭐라도 해야겠던 나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투고했다. 자퇴생의 인식을 바꿔보겠다며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느새 24살의 청년이 되었다. 

요즘은 자퇴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지만, 7년 전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항상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렸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내 자신을 비추어 보며 후회한 시간도 많았다. 혹여나 지금, 당시의 나와 비슷한 학생들이 있다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방향성을 잡았으면 하여 이렇게 몇 년 만에 자퇴에 관한 글을 쓰게 됐다.

심리학과 졸업 후 로스쿨을 가려던 나는, 얼떨결에 예술대학교를 입학하게 되었다. 내 생각보다 입시는 치열했고, 아무런 정보도 없던 혈혈단신 자퇴생인 나는 그저 바위를 치는 계란과 같았다. 수시 6개를 전부 탈락하고 마음이 급했던 나는 수시 2차 지원 시기에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제일 높은 전문대를 지원했다. 학과도 마찬가지로 제일 성적 높은 과에 지원했고, 내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검정고시 성적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검정고시 성적조차 따라주지 않았다면 정말 입학조차 못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막상 대학에 입학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주변 동기들은 나보다 나이도 많고, 나보다 해당 과목에 대한 지식도 많아 나는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수학여행, 체육대회를 즐기며 수능 준비를 하는 소식을 들으며 더 성공해야 하는데라는 강박관념이 심해졌다. 

도서관과 자습실에서 매일 밤을 지샜다. 더이상 뒤쳐질 수 없었다. 자퇴생이라는 프레임 안에 나를 가둬뒀던 그 당시에 나는 매일 내 자신이 패배자 같았다. 치열한 노력 덕분인지 계속 수석과 차석을 오가던 나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KBS 인간극장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결국 인턴을 넘어 21살 1월, 조연출로 취직하게 되었다. 

하지만 급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조연출이 되니 얼른 피디를 해야할 것 같았고, 피디가 되니 시청률을 잘 뽑아내야 할 것 같았다. 그 이후엔 월급이 올랐으면 했고, 월급이 오르니 승진을 하고 싶었다. 일을 한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고, 좋은 성과를 내어도 항상 다음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모든 강박적 생각은 성급했던 고등학교 자퇴때문일까 싶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자퇴했지만, 자퇴한 그 순간부터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게 됐고, 나는 계속 뒤쳐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자퇴가 흔해졌다 해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이 내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더욱 더 철저한 자기 검열을 통한 생활이 갑자기 늘어난 자유시간을 올바르게 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나는 자퇴를 후회하는가? 그렇진 않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고,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대신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나의 지식으로 쌓자는 마인드는 나를 훨씬 성장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자퇴를 추천하는가? 마찬가지로 그렇진 않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야 '대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껴봤기에 충분히 준비되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몇 번이고 되물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많이도 혼란스러울 시기임을 알고 있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과거의 나와 같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태그:#자퇴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