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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에 걸린지 올해로 10년째다. 

10여년 전 열 네살이던 때, 언젠가 여름 수련회를 다녀오고 나서 왜인지 왼쪽 손목이 계속 아팠던 나는 '어디서 다쳤겠지'하며 정형외과만 1년을 다녔다. 엑스레이, MRI, 진통제, 소염제, 뼈주사까지 맞으며 치료를 시도했으나 나아지지 않았고, 의사선생님이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소견서를 써주어서 급히 명의를 찾아 당시 김아무개 교수님이 계시던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으로 급하게 방문했다.

엄마가 사정사정해서 몇 달 기다려야 하는 선생님 예약을 바로 잡았고, 나의 증상을 들으시자마자 바로 입원후 검사를 하자고 말씀하셨다. 아무런 짐도 가져오지 않았지만, 우리 엄마에겐 그런 건 상관없었고 그 날 바로 입원해서 엄청나게 많은 검사들을 하게 됐다.

마지막날 나온 '관절변형' 결과 
 
병원. (자료사진)
 병원. (자료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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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전부 정상이었다. 나는 오히려 결과보다도, 애기들만 입원해있는 소아병동에 성장도 다 끝난 내가 섞여있는게 그저 부끄러웠다(어떤 아이는 나보고 의사 선생님이 입원했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던 기억도 난다).

RF(rheumatoid factor, 류마티스 인자), 염증수치, 유전자 검사 등등 당시 많은 항목이 정상이던 내가 확진을 받은 이유는 바로 마지막 날 아침에 검사한 초음파 검사에서 '관절 변형' 소견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10대인 내가 관절변형이라니? 결과를 들으면서 선생님이 줬던 노란 알약은 MTX라는 면역 억제제였다. 병원에선 이게 항암제로도 쓰이는 약이라고 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 성장통과 관절염 구분하려면 

그 이후 꾸준히 외래를 다니며 느낀 것은 희귀병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있다는 점. 물론 이 병을 연구하는 의사가 적은 것도 있겠으나, 신생아, 유치원생, 초중고등학생, 그리고 나처럼 나이를 많이 먹은 듯 보이는 어른들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가 항상 진료를 보러 온다. 

이름은 관절염이나, 이 병으로 인해 열이 나고, 장기가 아프고, 눈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전신질환의 일종이기에 많은 분들이 이 병인지 의심조차 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을 돌고 돌다 결국 늦게 발견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성장기 아이들에게 제일 흔한 것이 성장통이기에, 보호자가 이건 성장통이지 관절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건 일견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성장통과 관절염이 구분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일까? 바로 조조강직의 여부이다.

조조강직은 '자고 일어난 뒤 아침에 관절이 뻣뻣해지는 현상'이다. 성장통은 시간과 관계없이 아프지만, 관절염일 경우에 유독 아침에 더 힘들어하고, 관절을 움직일수록 조금 더 편안해하는 증상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열감의 여부'도 많이 확인하는 편이다. 아프다는 부위를 잡았을때 뜨끈한 열감이 느껴진다면, 그건 류마티스가 아니어도 적어도 그 부위에 염증이 있다는 뜻이니 꼭 주변 병원을 가길 바란다.

이 기사를 쓰게 된 이유는, 이 병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환자로서 내 자신이 너무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살면서 '어린데 무슨 관절염'이냐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고, '류마티스가 아이들한테도 생기냐'는 말을 두번째로 많이 들었다. 

희귀병이라는 것은 어쩌면 아직 연구가 많이 안 됐기에 희귀병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병을 알게 되고 연구가 더 활발해진다면, 아직 발병원인도 모르고 치료제도 없이 하루하루의 고통을 참아가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태그:#소아류미티스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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