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LG 트원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8회말 1사 만루 SSG 박성한의 타구가 LG 김민성의 글러브 맞고 파울이 되자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비디오 판독 결과 인플레이를 인정하고 1득점이 인정된 대신 1루주자 한유섬이 태그아웃 판정을 받았다. 김원형 감독은 비디오 판정에 항의 하다 퇴장. 2023.9.21

2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LG 트원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8회말 1사 만루 SSG 박성한의 타구가 LG 김민성의 글러브 맞고 파울이 되자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비디오 판독 결과 인플레이를 인정하고 1득점이 인정된 대신 1루주자 한유섬이 태그아웃 판정을 받았다. 김원형 감독은 비디오 판정에 항의 하다 퇴장. 2023.9.21 ⓒ 연합뉴스

 
스포츠 팬이라면 한 번쯤 공 하나에 울고 웃어봤을 것이다. 공이 어디로 튀는지, 그 공을 누가 잡았는지에 따라 오늘의 승패가 달려있으니. 더 나아가 '공' 하나가 한 번의 경기를, 더 나아가 어느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지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경기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공'을 바라보지만, 때론 '공'의 행방을 달리 판단하거나 해석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판단 속에 최종 판정을 내리는 건 '심판'의 몫, 그러나 심판도 경기를 지켜보는 팬도 모두 '사람'이다. 찰나에 벌어지는 일이기에 오심이 발생하기도 하고, 정심 또한 과열된 상황 속에서 오심이라 오해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근 KBO의 반복적인 오심에 AI 심판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야구장에서 100% 정확한 판정은 가능한 것일까.
 
아쉬운 오심, 더 미흡한 건 '후속 대처'

지난 21일, SSG는 LG와 접전 끝에 1대 2로 졌다. 패배가 더욱 아쉬운 건 8회말의 상황 때문이다. 0대 2로 뒤진 SSG는 1사 만루로 동점 또는 역전 기회를 만들었으나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1득점에 그쳤다. 당시 박성한의 직선타에 1루심으로 나섰던 우효동 심판위원이 맞았던 것. 심판은 곧바로 판정을 내리지 않고 머뭇거린 뒤 파울을 선언했다.

공식 야구 규정에 따르면 경기가 그대로 진행되는 인플레이 상황이었지만 심판의 볼데드 선언에 1루주자 한유섬이 2루까지 뛰지 않고 그대로 1루에 머물렀다. 이에 3루주자 에레디아의 득점은 인정했지만, 한유섬은 아웃됐다. 해당 판정에 대해 김원형 SSG 감독은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당했고 이어진 2사 1, 3루에서 땅볼이 나오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SSG는 지난해 시즌 초반부터 한국 시리즈까지 1위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로 통합 챔피언에 올랐지만, 이번 시즌에는 5위(25일 기준)를 기록하며 '가을 야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또한 4~6위권 순위 경쟁이 치열하여 경기 하나의 승패가 팀의 행보를 좌우하는 만큼 '오심'의 여파는 치명적이다. KBO 사무국은 22일 "우효동 심판위원에게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오심 판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8일 롯데와 kt의 경기에서 경기 규칙을 잘못 적용해 득점을 인정하며 오심이 발생했고 이영재 심판위원에게 무기한 퓨처스리그 강등, 벌금 100만 원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영재 심판위원이 한 달여 만에 롯데와 두산전으로 복귀하며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일었다. 또한 지난 5월 21일 또한 한화와 LG전에서 타격 방해 상황에서 수비 방해를 선언한 오심이 발생하였고 KBO는 징계 등 후속 조치를 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팬들은 '이미 경기의 승패가 바뀌었는데 심판 징계는 후속 조치 아니냐'며 한탄했다. 또한 이미 발생한 오심에 대한 징계가 추후 오심을 예방할 수 없다는 점에서 KBO의 징계가 '소 잃은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I 심판이 해결사? MLB가 망설이는 이유
 
 25일(현지 시간) 미국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서 포수 브렛 설리번이 홈에서 태그아웃을 시키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서 포수 브렛 설리번이 홈에서 태그아웃을 시키고 있다. ⓒ USA투데이/연합뉴스

 
MLB는 2001년 최초의 투구 추적 시스템인 '퀘스텍(QuesTec)'을 도입하였고 2008년에는 더욱 발전한 '피치에프엑스(PITCHf/x)'의 도입을 알리며 야구계의 '로봇 심판' 열풍을 일으켰다. 2024 시즌부터 로봇 심판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난 3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프로야구 최고 책임자)는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에 관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입장이다.

미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맨프레드는 "ABS가 인간 심판과 스트라이크존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칠 수 없는 공'을 뜻한다. 그래서 규칙상 스트라이크 존은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이지만, 실제 심판들의 존 모양은 애초에 타자가 칠 수 없는 안쪽 코너와 바깥쪽 코너에 꽉 찬 공을 제외한 '타원형'에 가깝다. 이에 AI의 판정이 실제로 선수나 팬들에게 더욱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일 가능성을 암시했다.

실제 고교 야구에서는 로봇 심판을 도입한 이후 '사사구'가 쏟아졌고 오심도 여전했다.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덕수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포수의 미트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낮은 원바운드성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스트라이크 존은 신세계 이마트배 이후 조절되었지만, 이어진 황금사자기 예선전 부산공업고와 야로고 BC와의 경기에서는 양 팀 합계 39개의 사사구가 나오며 고교야구 최다 사사구 신기록을 세웠다.

물론 로봇 심판의 결점은 추후 볼·스트라이크 관련 데이터가 확보되면서 보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로봇 심판이 도래하면 완벽하게 오심이 없을 것이란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운 전망이다. 이에 MLB는 로봇심판 대신 KBO의 비디오 판독과 비슷한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인간 심판이 지닌 상징성은 유지할 수 있을까?

로봇 심판이 등장하면 야구 판정은 더 정확해질 수 있지만, '야구가 더 재밌어질까'는 의문점이 남는다. 흔히 '프레이밍(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만들게 하는 기술)'에 특화된 포수의 포지션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로봇 심판이 제시한 스트라이크 존에 적합한 새로운 '구종'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 심판이 로봇 심판으로 대체되면 경기장 내 '인간'의 상징성 또한 변화하게 된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종목이다. 인간보다 빨리 달리는 로봇이 등장해도 여전히 '인간' 달리기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는 건 어제보다, 오늘 더 빨리 달리려는 '인간' 선수의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경기장에 인간 심판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오심'과 함께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순간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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