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시체가 헤엄을 치다니! 한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이름을 가진 송장헤엄치게는 한 여름의 연못이나 웅덩이에서 볼 수 있다. 덩치는 13mm 정도이고 자기 몸 만큼이나 길며 털이 수북한 뒷다리를 노처럼 저어서 물살 위를 나아간다. 그것도 수면 위에 누워 헤엄을 치기에 영어권에서는 배영선수(Back swimmer)라고 부른다.

배는 평평하지만 등쪽은 삼각형 모양으로 볼록하며 물에 뜨기 좋은 나룻배의 밑창을 닮았다. 갈색의 겹눈이 면상의 약 2/3를 차지하며 뭉뚝하지만 뾰족한 주둥이가 잘 발달해있다. 가운뎃다리와 앞다리에는 가시가 돋아나 있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먹잇감을 움켜쥐기에 최적화 된 구조다.
 
커다란 왕눈을 가진 수서 곤충.
▲ 송장헤엄치게 등판. 커다란 왕눈을 가진 수서 곤충.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어깨까지 늘어지는 투명한 큐티클층은 마치 방독면을 쓴 것처럼 보인다. 물에 사는 녀석이지만 비행능력도 뛰어나 환경이 좋지 않으면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나른다. 붕붕거리는 날갯짓이 풍뎅이가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 날개 끝 봉합부(Sutural area)는 직각으로 꺾여서 물살을 가를 때 벌어지지 않게 잡아준다.

노린재목에 속한 녀석이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는 않는다. 작은 곤충이나 어류를 낚아채 뾰죡한 주둥이로 소화액을 분비하여 내부 장기를 녹여서 빨아먹으며 경쟁이 심해지면 제 동족을 사냥하기도 한다.
 
빽빽한 털이 돋아난 뒷다리로 누워서 헤엄친다.
▲ 송장헤엄치게 배면. 빽빽한 털이 돋아난 뒷다리로 누워서 헤엄친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물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한 공기방울을 쉽게 모을 수 있도록 배쪽에는 유난히 길고 촘촘한 털이 쑥대밭처럼 자란다. 꽁무니를 수면에 대고 긴 뒷다리를 접었다 펼치며 배끝의 털에 비비면 기포가 만들어진다. 어찌보면 발레리나의 춤 동작을 보는듯 하며 이렇게 생긴 공기를 날개 밑에 채우고 자맥질한다.

고소한 맛이 나는 물방개

영어권에서 잠수벌레(Diving beetle) 라고 부르는 물방개는 예전부터 굽거나 튀겨서 먹었다. 맛이 고소해서 남쪽 지방에서는 '쌀방개'라는 별칭으로 불리운다. 지금도 동남아로 여행을 하다보면 물방개를 튀겨서 간식으로 팔고 있는 광경을 흔하게 본다. 다슬기처럼 꽁무니에 구멍을 내고 속을 빨아먹는다.

쌀방개 식용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토된 유물에서 물방개의 잔해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는 타코와 함께 굽고 소금에 절여서 먹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는 사육하여 시장에 내다 판다.
 
물방개를 이용한 경품 놀이.
▲ 뽑기 놀이. 물방개를 이용한 경품 놀이.
ⓒ 공유마당

관련사진보기


지금도 유원지에서 어쩌다 볼 수 있는 풍경이 물방개 뽑기 놀이다. 커다란 양은 대야에 물을 가득 붓고 시계 눈금처럼 칸을 수십 개 나눈 뒤에 탐심이 생기는 소소한 물품을 올려놓는다. 뜰채로 물방개를 떠서 대야에 넣으면 녀석이 가서 멈추는 칸에 있는 경품을 챙기는 놀이.

옆에서 보면 유선형으로 생긴 쌀방개는 호기심 가득한 눈을 갖고 있으며 연한 녹색의 딱지날개 주위로 황색 줄이 나 있다. 물에 사는 곤충 답게 뒷다리에는 수영을 돕는 긴 털이 수북하다. 논도랑이나 연못, 개울물, 늪지 등에서 볼 수 있으며 수서 생물을 잡아먹고 산다. 우렁이, 올챙이, 물고기, 학배기 등등.
 
튀겨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
▲ 멸종위기에 처한 물방개. 튀겨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큰 녀석은 40mm 까지 자라며 힘이 좋아 손으로 잡고 있으면 손바닥이 따가울 정도로 밀쳐낸다. 위험을 느끼면 조금 악취가 나는 허연 게거품을 입에서 토해낸다. 평생을 물 속에서 살며 숨쉬는 방법도 송장헤엄치게와 같다.

수면 위로 꽁무니를 내민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배 끝에서 공기방울이 만들어진다. 애벌레는 풀잠자리 애벌레를 수십 배로 뻥튀기 한 것처럼 생겼으며 길이도 최대 80mm까지 자란다. 초승달 모양으로 돋아난 큰 턱으로 사냥감을 낚아채 소화효소를 주입하여 체액을 녹여서 빨어먹는다.

식탐이 유난스러워 영어권에서는 물범(Water tiger)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며 사육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물방개와는 달리 맛이 없어 보리방개라 불렀다.
▲ 물땡땡이. 물방개와는 달리 맛이 없어 보리방개라 불렀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 색깔이 거무스름한 물땡땡이는 빛을 반사하는 딱지날개의 각도에 따라서 진한 쑥색을 띈다. 애벌래 시절에는 물속에 사는 여러 생물을 잡아먹고 살지만 성충이 되면 수초나 죽은 식물질을 먹는다.

물땡땡이는 쌀방개와는 달리 맛이 없으므로 '보리방개'라고도 불리웠다. 식성과 생긴 모습으로 인하여 영어권에서는 깜깜이잠수벌레(Dark diving beetle)라고 칭한다. 사냥꾼이 아니므로 물방개처럼 헤엄을 잘 치지는 못하지만 비교적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도 잘 살아간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장헤엄치게, #물방개, #물땡땡이, #단칼 곤충기, #식용 곤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