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슬 맞은 자태는 싱그럽고 크기는 탐스럽다. 향기는 상큼하고 몸매는 발랄하다. 보들보들 야들야들. 한 잎이라도 떨어뜨릴 새라 소중히, 차곡차곡 포개 담는다. 애써 키워 벌레 좋은 일 시킬 순 없지. 땅에 닿으면 녹아 버리는 연약하고 예민한 놈들이다. 심기를 거스르지 말자. 살살. 아기 다루듯 한 잎 한 잎 똑똑 따서 담는다.

바구니에 가득 찬 상추를 보니 흐뭇하기보단 부담스럽다. 상추 잎들이 무언의 압력을 보낸다. '오늘은 어떻게 먹을 거니. 또 쌈이냐 아니면 샐러드' 넌 그것밖에 모르니. 날 무시하니. 내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알기나 하니라고 보채는 듯하다. 걱정 마라. 어떻게든 네 자리를 찾아 줄 테니.   

상추의 계절, 고민 끝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
▲ 상추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
ⓒ 도희선

관련사진보기

 
소처럼 상추를 먹어대서 그런지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온다. 상추에 들어 있는 락투카리움이래나 뭔가가 짜증과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고 불면증에 좋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그런데 왜 줄어들라는 짜증은 그대론데 잠만 느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피도 맑게 하고 햇살에 그을려 칙칙해진 피부에도 좋다니 거절할 명분은 없다.
     
아침식사로 통밀빵에 샐러드와 요구르트를 먹는다. 음, 이렇게만 얘기하니 너무 간단해 보여 내 수고로움의 생색이 안 난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이 아니니 큰맘 먹고 생략. 어쨌든 푸짐한 샐러드를 위해 사시사철 양상추, 로메인 상추, 꽃상추를 막론하고 상추 종류는 필수재료다. 거기에 양배추, 적양배추, 색색의 파프리카, 토마토, 사과, 오렌지를 곁들인다.

상추를 사 먹어야 하는 계절에는 적당한 양으로 만족한다. 지금은 처치 곤란이니 아삭아삭, 우적우적. 아침마다 샐러드 볼 한가득이다. 이렇게 먹어대도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쌈도 마찬가지다. 밥순이가 상추만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생으로 먹는 양은 한계가 있다.   
   
지금은 상추의 계절. 동네 개도 상추 잎을 물고 다닌다. 부모님, 지인, 아랫집, 윗집에서 마구 나눠 준다. 집에 있다 소리 못해 넙죽 받아 둔 시커먼 봉다리. 냉장고에 떡하니 한자리 차지하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너. 오늘 내로 해결하지 않으면 사망신고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상추의 변신을 꾀하자.

한방에 순삭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태껏 샐러드와 쌈으로만 상추를 드신 분들만 읽기를 권한다. 요리 연구가도 숙련된 주부도 아니라서 실력이 들통날까 봐 그렇다. 하지만 맛은 꽤 괜찮은 편이다. 단지 변신한 상추를 상추인 듯 아닌 듯. 상추를 상추라 부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 시들어 가는 내 청춘 타령하는 상추를 위해 건배. 아니, 건추.  
   
지금부터 요리 시간이니 말을 높일게요. 먼저 시간을 아끼는 초간단 요리를 소개합니다.    

[상추의 변신 1탄]
 
데친 상추에 소스를 끼얹은 상추나물
▲ 상추나물 데친 상추에 소스를 끼얹은 상추나물
ⓒ 도희선

관련사진보기

 
짜잔, 첫 번째 상추나물. 새콤달콤 겉절이 말고요. 데친 나물이라고요. 상추를 데치면 축 늘어져 흐물흐물. 무슨 맛으로 먹냐고요. 먹어봐야 맛을 알죠. 재료는 상추 한 봉지(250g). 홍고추 1개. 대파 흰 부분. 된장 1술. 고추장 1술. 다진 마늘 한 술. 매실액 2술. 참기름 1술, 통깨는 주머니 사정 봐 가면서. 웬만하면 있는 척하고 넉넉히 넣으시길 권합니다.   
  
상추를 씻어 두고, 홍고추씨를 제거한 후 채를 썰어 치명적인 빨간색으로 유혹할 준비를 하세요. 노는 대파의 흰 부부만 데려와 송송 썰어서 대기시킵니다. 준비해 둔 양념과 대파를 그릇에 넣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다독거리며 섞어 주세요. 끓는 물에 상추를 넣고 5초간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짭니다.

어리바리하다간 5초를 넘깁니다. 초집중하세요. 데친 상추를 찬물 샤워시켜 정신이 번쩍 들게 한 후 채 썬 홍고추 넣고 양념장에 살살 달래듯 무치면 끝이네요. 홍고추와 대파는 거들뿐 맛에는 상관없습니다. 분명히 데쳤는데 아삭아삭 이 식감은 뭐죠. 상추가 맞을까요. 저녁 밥상에 식구들에게 무슨 나물인지 퀴즈라도 내 보세요. 상품은 상추 한 다발.      

[상추의 변신 2탄]

두 번째, 음 이건 정말 초 초 간단해요. 중국식 상추나물이랄까요. 소스를 바꿨어요. 끓는 물에 상추 250g을 5초 데칩니다. 마음이 느긋하고 인심 좋은 노래방 사장님처럼 서비스 시간 더 주시면 큰일 납니다.

찬물에 헹궈 물기 뺀 후 이왕이면 예쁜 접시에 담아두고 양념장 만들러 갑시다. 팬에 진간장 1술, 굴소스 1술, 매실청 3술, 다진 마늘 1/2술, 참기름 1술 고추기름 1술 넣고 바글바글 끓으면 상추 담은 접시 위에 붓기만 하면 끝입니다.

참 쉽죠. 무슨 맛일지 궁금하시다고요. 새콤 달콤 아삭이요. 아이들과 드시려면 고추기름 안 넣으시면 되고요. 어른용은 넣는 걸 강추합니다. 끝맛이 살짝 매콤한 게 쫙 당기거든요. 혹시 집에 우삼겹, 대패 삼겹, 차돌박이 있으시면 구워서 옆에 놓으세요. 나는야 유혹하는 상추. 내가 상추라 말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를 훌륭한 요리로 변해 있을 겁니다.      

[상추의 변신 3탄]
 
상추에 부재료를 넣은 상추전
▲ 상추전 상추에 부재료를 넣은 상추전
ⓒ 도희선

관련사진보기

 
세 번째는 상추 전입니다. 상추 200g, 청양고추 2개, 홍고추 2개, 양파 반 개, 튀김가루, 부침 가루 1/2컵, 두부 300g, 간은 소금이나 국간장또는 참치액으로 알아서~. 사실 전은 뭘로 부쳐도 맛있잖아요. 큰 양푼에 상추 썰어 넣고(스트레스 쌓이신 분들은 누구 머리라 생각하고 박박 찢어 넣으세요) 부재료는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말고.

두부를 으깨 넣으시면 단백질 보충도 되고 몽글하고 부드러운 식감도 좋아요. 간은 취향껏. 전 참치액으로 합니다. 감칠맛이 있거든요. 맛을 한 차원 높이실 분들은 새우나 오징어를 넣으시면 되지만 굳이. 손쉽게 있는 상추나 활용하자고요.   
   
그 외에도 상추 된장국, 상추 물김치, 상추 장아찌 등이 있습니다. 상추를 단지 쌈이나 샐러드로만 먹는다는 편견은 이제 그만. 상추. 더 이상 겁내지 말아요. 오늘 저녁 당신은 상추의 유혹에 빠지게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상추, #상추요리, #상추의 변신, #상추의 색다른 요리법, #상추 활용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원 생활을 하며 은퇴 후 소소한 글쓰기를 합니다. 남자 1, 반려견 1, 길 고양이 3과 함께 하는 소박한 삶을 글로 남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